오랜만에 술 한잔하고

in #kr7 years ago (edited)

술자리를 정말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땐 술한잔 하며 내 얘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음에 그저 좋았다. 직장 상사의 뒷담화를 하거나, 시련의 아픔을 달래거나, 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으니 당연히 마셨고, 정말 술마실 핑계가 없을 때는 심심하다는 이유로 친구를 만나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술자리를 즐겼던 것 같다.

그렇게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했던 나도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니 자연스럽게 술과 술자리와 멀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지는 신랑이나 아버님과 가끔 맛있는 안주를 준비해 술잔을 기울였는데 아이가 생기니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임신 해서는 임신해서, 수유를 할 땐 수유를 하니 아이의 건강을 위해 술을 입에 댈수가 없었다. 수유를 마쳤을 땐 금주했던 기간이 길어서 인지 조금만 마셔도 취기가 올라와 많이 마실 수가 없었다. 예전에 술 좋아했던 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이젠 술 많이 마시는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게다가 술자리가 좋아 만난 사람은 술자리가 없으면 자연스레 멀어지는 것 같아 젊었을 땐 왜 그렇게 현실성 없이 살았는지 후회가 되니 사람이 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인 것 같다.

그러니 나도 술 좋아할 땐 오버하면서 마실 때가 있었으면서 어쩌다 신랑이 술을 많이 마시고 늦게 올라치면 잔소리가 먼저 나온다. 사람이 적당히 자기 주량껏 술을 통제할 줄 알아야지 뭐하는 거냐고 말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신랑에게 꼭 바가지를 긁게 된다.

오늘은 아버님의 생신이었다. 당신 환갑에 금쪽 같은 손주새끼를 낳아 주었다고 세상 기뻐하셨는데 우리 지웅이가 벌써 다섯살이니 벌써 예순다섯번째 생신을 맞으신게다. 지난주부터 비싼 거, 맛있는 거 대접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건만 애 셋 데리고 나가면 아무리 맛난 것을 먹어도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신다며 한사코 집에서 조촐하게 생신상을 받으셨다. 그나마 우리 아이들이 노래도 불러 드리고 재롱을 피우니 기분이 좋으셨나 보다.

아버님 덕에 나도 근 2년만에 술을 한잔 마셨다. 셋째가 뱃속에 있던 10개월에, 수유하던 10개월을 합치니 거진 2년만이다. 한 때는 맥주 3000CC정도는 마셨던 주량이었는데 이제는 맥주 2캔 이상을 못 마시겠으니 내가 봐도 신기하다.

그런거 보면 역시 엄마의 힘은 대단한 것 같기도 하다. 의지력 약해 다이어트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자식 녀석들 때문에 술을 끊고 그 좋아하는 커피도 줄였으니 말이다. 오래 간만에 술 한잔 하고 취기에 음주 포스팅하나 올려본다. 나도 예전처럼 술과 술자리가 좋아질 날이 다시 오기나 할까?

음주 포스팅으로 측정 나와 포스팅 면허 취소되기 전에 언른 마무리 하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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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얽힌 님의 이런저런 이야기
마냥 좋기만 하네요

큰 애 나이, 아버님 나이도 같고 술자리 좋아하는 것도 같네요 ^^ 언젠가 가볍게 맥주 한잔 나눌 기회가 있으면 좋겠어요 ㅎㅎ

오랜만에 술 한잔. 좋습니다.

허허~ 여긴 음주 포스팅 감지기 없을텐데욤^^
나중에 차한잔 같이해욤!

오랜만에 술 한잔 했더니 머리가 깨질듯이 너무 아프네요. 소질적 실력에는 미치지도 못하는 고작 맥주 두잔 마셨는데 말이죠ㅜㅠ

가끔 맥주한잔 좋치요~^^
저는 맥시멈 2캔까지는 ~^^

나의 것이던 인생을 아이들이 가져가면서 사람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게 어찌 보면 무섭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

엄마엄마엄마...ㅋㅋ
투정은 엄마한테....ㅎ
마셔본 엄마는 아들 해장도 잘 해주실듯...

아이구 오래 술도 못드시구~ 기분 좋게 드신 것 같아 저도 좋습니다^^

슬한잔 하고 좋은 기분으로 스팀잇 포스팅 하는 맛이 참 괜찮드라구요.ㅎㅎ
편안한 주말 밤 보내세요

술이 마시면 계속 늘더라구요
반대로 안 마시고 계속 줄어 드는 것도 또 신기합니다
다시 술을 좋아하실 날이 오시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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