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_모든 것에는 정해진 수명이 있다.
지하철의 형광등이 유난히도 깜박인다. 교체 시기가 다가온 것이리라. 눈이 피곤해지지만 만원 지하철이라 이동할 수도 없다. 난처하다.
하지만 형광등 입장에서는 일 초라도 더 밝게 비추기 위해 자신의 본분을 다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마냥 불평할 수도 없다.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빛날 수 있는 존재일까?
얼마 전 파트장이 바뀌었다. 8년만의 일이었다. 연이은 취업난으로 인해 회사는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고 입사한지 7년이 되는 대리는 여전히 파트의 막내 역할을 하고 있었다.
파트장은, 아니 파트장이었던 그 인물은 꽤나 자기중심적이었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 성격으로 인해 남을 무시하고 폭언을 일삼았다. 모두들 싫어했고 아이들마냥 그를 '은따' 시켰다.
그래봐야 파트원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소소한 복수 뿐이었다. 단체 카톡방에서 파트장을 비난한다거나, 야근을 할 때 식사시간보다 10분 먼저 빠져나가 파트장은 혼자 밥을 먹게 하는 그런 유치한 행동들. 사실은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것이 회사원의 숙명같은 것이리라.
그는 모두가 말하는 소위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가 경력사원으로 입사하여 두 해가 미처 지나기도 전에 전임 파트장이 이직하였다. 공석이 된 그 자리를 팀장은 가장 연장자라는 이유로 그를 파트장으로 임명하였다. 파트원들은 모두 불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본심을 내비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추는 이렇게 잘못 끼워지고 말았다.
에이브라함 링컨은 "Nearly all men can stand adversity, but if you want to test a men’s character, give him power." (거의 모든 사람이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 그러나 인격을 시험해보려면 권력을 주어보아라.) 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파트장의 폭주는 시작되었고, 많은 파트원들은 다른 회사로, 다른 부서로 떠나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사람들도 의욕을 잃고 지내던 어느 날, 임원이 바뀌었고 그에 따른 조직개편 소식이 들려왔다. 그 개편안에는 파트장의 변경도 들어있었다. 파트장은 그렇게 간단히 물러났다. 영원한 것은 없었다.
그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날, 술자리가 있었다. 그는 본인의 처지에 대해 슬퍼하며 임원을 비난하며 하소연했지만 우리는 모두 그가 내쳐진 이유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침묵했고 침묵했고 침묵했다.
그는 실무 경험이 얼마 없었지만 권력을 손에 넣었다는 이유로 실무자를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실무자의 보고를 원색적으로 비난했으며 하나하나 꼬투리를 잡았고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나갈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그가 도태된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실무자의 위치로 떨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퇴사하였다. 버티지 못했음이리라. 그를 피해 부서를 떠나던 사람들에게 근성이 없다며 떠나는 순간마저 비난하던 그였다. 그의 퇴사는 그의 표리부동함을 증명하였다.
그는 그렇게 형광등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남은 인생을 마음속으로나마 응원하기로 하였다. 나와는 두 번 다시 만나지 않는 조건 하에 이 세상 어디에선가 다시금 빛나는 존재가 되기를. 꺼지지 않고 끝까지 빛나기 위해 발악하는 존재가 되기를.
실무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신뢰하지도 않는 관리자,, 그런 부류가 어떤 조직에든 존재한다는 것이 씁쓸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본받을만한 훌륭한 분도 계신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런 분들이 악한 사람들에게 항상 밀린다는 것이 참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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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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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일부 지하철 역에만 있는 것이 조금 아쉽네요.
이래서 관리자는 아무나 쉽게 달면 안되겠내요... 저러신 분들은 유감스럽게도 빛날일이 거이없을거같아요...
적성이 안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이순대로 관리자에 올리는 문화나 관리자에게 프로젝트 관리 이상의 힘을 주는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