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과 술 한잔 하고싶은 달밤이다

in #kr6 years ago (edited)

술 한 잔 하고 싶은 밤입니다.
비온 뒤 모처럼 미세먼지가 줄어 숨쉴만 합니다.
베란다 문을 열고 보니, 달이 밝습니다.

이백이 떠오릅니다. 원조, 혼술의 달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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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독작[月下獨酌] 1首

花間一壺酒(화간일호주)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獨酌無相親(독작무상친) 벗도 없이 홀로 마신다.
舉杯邀明月(거배요명월) 잔을 들어 달을 청하니,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그림자까지 세 사람이 되었네
月既不解飮(월기불해음) 달은 본래 술 마실 줄 모르고
影徒隨我身(영도수아신) 그림자는 그저 흉내만 낼 뿐.
暫伴月將影(잠반월장영)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하여
行樂須及春(행락수급춘) 봄날을 마음껏 즐겨보노라.
我歌月徘徊(아가월배회) 노래를 부르면 달은 서성이고
我舞影零亂(아무영영란) 춤을 추면 그림자 어지럽구나.
醒時同交歡(성시동교환) 취하기 전엔 함께 즐기지만
醉後各分散(취후각분산) 취한 뒤에는 각기 흩어지리니,
永結無情遊(영결무정유) 영원히 정이 끊어지지 않는 교유를 맺으며
相期邈雲漢(상기막운한) 저 멀리 은하수 저편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리

4首로 이루어진 월하독작[月下獨酌]중 첫째수이다.

擧杯邀明月(거배요명월), 對影成三人(대영성삼인)
잔을 들어 달을 청하니, 그림자까지 세 사람이 되었네.

천하 절창이다. 홀로 술을 마시는 시인이 달을 불러 벗하며, 또 달을 통해 다시 그림자를 만들어, 자신과 함께 세 사람으로 의인화시켜 함께 술을 마신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시상으로, 이백의 천재적인 상상력이 돋보인다. 도대체 이런 시상을 떠올릴 수 있는 시인이 온 우주를 통털어 몇 명이나 될까?

이 시는 이백이 현종과 양귀비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를 짓는 벼슬을 하다, 실세 환관에게 밉보여 쫓겨난 뒤 쓴 시다.

이백은 청운의 뜻을 펼치고자 했지만, 궁정시인에 머물렀다. 그게 성이 차지 않아, 매일 술을 마셨고, 술에 취해 실세 환관에게 자신의 가죽신발을 벗기라고 했다가, 그에게 모함을 받아 뜻을 펼치지도 못하고 쫓겨났으니, 오죽 답답했으랴.

어두운 밤하늘 청명한 둥근 달은 외로움을 달래주는 벗이다. 비록 그림자까지 불러 들여 셋이 마시지만, 사실은 혼자 마시는 것이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달과 그림자까지 벗으로 삼았을까.

술과 시를 좋아했던 이백은 사실은 술 친구, 시 친구과 많았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던 데다, 성격이 호방해 친구들과 아낌없이 술을 마셨다.

이런 이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가 <장진주>다. <장진주>에서 거침없이 뿜어낸 그의 호방함은 사람을 반하게 만든다. <장진주>를 읽고 나면, 이백 시집 전체를 읽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장진주 [將進酒] 술을 권하며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지 않았는가,
黃河之水天上來(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강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奔流到海不復回(분류도해불부회) 바다로 쏟아져 흘러가서 돌아오지 않음을.
又不見(우불견) 그대 보지 않았는가,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고대광실 환한 거울 앞에서 흰 머리 슬퍼함을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 아침에 푸른 실 같더니 저녁엔 눈처럼 세었다고.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모름지기 인생은 마음껏 즐길지니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금 술통 빈 채로 달을 거저 대하지 말라.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내 재주 내었을 땐 필경 쓰일 데 있으리니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부래) 천금을 탕진해도 언젠가는 돌아올 터
烹羊宰牛且爲樂(팽양재우차위락) 양 삶고 소 잡아서 즐겨나 보자.
會須一飮三百杯(회수일음삼백배) 한번 마셨다면 삼백 잔은 마실지라.
岑夫子 잠부자
丹丘生 단구생
將進酒(장진주) 한 잔 드시게나.
杯莫停(배막정) 잔 멈추지 마시고
與君歌一曲(여군가일곡) 그대 위해 한 곡조 읊어보리니
請君爲我傾耳聽(청군위아측이청) 나를 위해 귀 기울여 들어보게.
鐘鼓饌玉不足貴(종고찬옥부족귀) 풍악 소리 살진 안주 대단할 게 없다네.
但願長醉不用醒(단원장취불용성) 오로지 원하느니 내내 취해 안 깨는 것.
古來聖賢皆寂寞(고래성현개적막) 예로부터 성현들은 다 흔적 없어도
惟有飮者留其名(유유음자유기명) 오직 술고래만은 이름을 남겼다네.
陳王昔時宴平樂(진왕석시연평락) 진왕(陳王)이 예전에 평락전(平樂殿)에 잔치할 제
斗酒十千恣歡謔(두주십천자환학) 한 말에 만 냥 술을 흠뻑 즐겼네.
主人何爲言少錢(주인하위언소전) 주인은 어이하여 돈이 적다 하는가.
徑須沽取對君酌(경수첨취대군작) 당장 술 받아다 그대 함께 마셔야지.
五花馬 오화마(명마)
千金裘(천금구) 값진 갑옷
呼兒將出還美酒(호아장출환미주) 아이 불러 내어다가 살진 술과 바꾸어서
與爾同銷萬古愁(여이동소만고수) 그대 함께 만고의 시름 녹여나 보세.

헌걸찬 기세와 낙천적 인생관이 돋보이는 권주가이다. 세상 일이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때, 마음 맞는 친구와 어울려 대취하는 것만큼 큰 즐거움도 없다. 이백에게 술이란 만고의 시름을 삭여주며, 자신의 재능에 대한 긍지를 간직하게 해주고, 현재의 벼슬없음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주는 고마운 벗이었다.

이 시에 등장하는 고사를 일일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백 시집과 해설서를 한번 읽어보면 될 일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시의 고사를 시간날 때 공부 한번 해보시길 권한다. 인생을 한번쯤 다르게 생각해 보게 한다.

이백 시 한편만 더 읽어보자.

  산중여유인대작 [山中與幽人對酌]

兩人對酌山花開(양인대작산화개) 둘이 마주 앉아 술 마시니 산꽃이 피고
一杯一杯復一杯(일배일배부일배) 한 잔 한 잔, 또 한 잔
我醉欲眠君且去(아취욕면군차거) 나는 취해 졸리나니, 그대는 우선 가게
明朝有意抱琴來(명조유의포금래) 내일 아침 생각나거든 거문고 안고 오시게나

제목은, 산 속에서 숨어 사는 사람과 술을 마시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두 번째 구, 一杯一杯復一杯(일배일배부일배)는 천년도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술자리에서 가장 많이 읊는 유명한 구절이다. 본인이 이백 아니라면 이런 시구를 함부로 쓰면 안된다. 이런 시구는 이백만이 쓸 수 있다.
셋째 구 ‘나는 취해 졸리니 그대는 돌아가라’는 말은, 陶淵明(도연명)이 술이 먼저 취하면 손님에게 말하기를 “내 취해서 자고자 하니 그대는 먼저 돌아가시오” 했다는 것을 인용한 말로, 손님을 쫓아내려는 뜻이 아니라 속세의 예의범절에 구애받을 게 없을 정도로 서로 막역한 사이임을 나타낸다.

거시기 다 보여주며, 물총 싸움하던 옛친구들과 함께 술 한잔 하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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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이 장강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채석기에서 익사했다는 얘기는 전설이다. 이백은 친척 집에서 노환으로 숨졌다. 뻔히 알면서, 채석기에 이백 동상을 세워놓고,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놓은 중국인의 상술이 놀랍다. 신선이 된 이백이 하늘에서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동생!
21살 맞습니꽈아?

ㅋㅋㅋ 마음은 21살입니다
마음은 박남정인데, 몸은 김정구 ^^ ㅋㅋㅋ

아 뭐야~~
지난번에 나한테 21살 이라구 해짜나??????

글구,
김정구를 알면
넌 최소한 오오오오오오오십??????
그럼 나하고 한번 해보자는건데!

형,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거야~. 민증 깔까 ㅋㅋㅋ
형, 우리 동갑 묵자 ~ 민증 까지 말구 ㅋㅋㅋ

얘,
나 지금 흥분했어.
그래서 내맘대루 Gazua mode루다가 간다.
나 지금 진짜루 햇갈리거던....
니가 지난번 지리산 종주때 나한테 21살이라구 했거던?
진짜루 중요한건데.
친구하나 생길수두 있는거라서.....
까자 까.

왜 이런 다냐? 그냥 접어두는 게 나아, 민증 까 봐야, 우사 야, 우사!, 여기는 정말 별 희한한 놈들도 많더라구. 그냥 민증은 접고. 나두 처음에 여기가 정말 재미있었는데, 여기 정말 이상한 애들 많아, 그냥 말그대로 온라인이야, 형하고는 그냥 동갑 터자~

오늘밤 11시에 무상임대 1기연장이 마감됩니다.
그동안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네요.
앞으로도 즐거운 스팀잇 되시길 바랄게요~~

앗, 너무 고마웠습니다. 큰 도움 되었습니다. 럭키한 인생이 계속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술을 참 좋아하는 시인이었나봐요..
설마 혼술중?? 오늘은 달빛도 좋습니다..ㅎㅎ

오늘 달빛이 정말 좋네요. 공기도 깨끗하고.
당연히 보셨겠지만, 이백 시집 한번 더 읽어보세요. 예전에 읽던 거랑 또 다른 느낌이...^^

이태백의 글을 여기에서 처음 보는 것 같네요.
감히 이태백을 흉내낼 수 있겠습니까?ㅎㅎ

그렇죠. 의외로 이태백 시를 읽어보지 않은 분이 많더라구요.
두보 시는 교과서에도 실려있고 한데, 이백은 술 때문인지 교과서에도 안나오고 ...
꼭 한번 읽어보세요. 인생이 달라질 수도 ^^

술과 시
진정한 스팀잇 한량이십니다.^^

ㅋㅋㅋ 쑥 스럽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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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이라~~!
동해 바다에서의 월출이 기억에 남네요!
자정 넘어서 동해바다 저 수평선 넘어로 보름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 진짜 멋있더군요.
군대 때 몇달 해안경계근무 설때 동해바다 월출이 기억나네요.

아, 달이 바다에서 떠나요? 처음알았습니다. 아, 그럴 것 같기도 하고...,언제 한번 봐야 겠습니다~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입니다만 술이 갑짜기 마시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이백 이분 참 술좋아했나 봅니다.

이백 시는 달과 술이죠. 술 정말 좋아했던 것 같아요. 시집 한번 읽어보세요.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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