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고 하루살기] 외국인 노가다

in #kr6 years ago (edited)

이제 이 작은 도시의 인력시장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국적도 다양해서 웬만해서는 알아차릴 수 없는 중국, 몽골 노동자들부터 파란 눈의 우즈벡, 러시아 노동자들까지 만나게 되면 코리안 드림이 실감나기도 한다.

물론 필리핀, 캄보디아 노동자들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체구가 왜소한 이들은 좀처럼 인력시장에서는 만나기 힘들다. 일단은 힘 꽤나 쓰게 생긴 허우대가 노가다판에서 유리하긴 한 것이다. 목수, 철근, 미장, 용접 등의 전문적 기술이 없다면 말이다.

개중에는 한국말을 한국이 뺨치게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중국인들의 적응력은 세계적으로 이미 입증된 것처럼 이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 인력 사무실에는 몽골인 두 사람이 거의 매일 출근한다. 30대로 보이는데 한 사람은 정말 한국 사람보다 멋스러운 작업복을 입고 있다. 바람막이 잠바에 모자 위 안경까지. 반면에 나머지 한 사람은 배부른 백팩을 들고 다니면서 현장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는다. 한국말도 할 줄 모른다. 안전화도 없다. 신고 있던 운동화를 벗어두고 낡은 구두로 갈아 신는 모습을 보고 손짓, 발짓으로 안전화를 사라고 권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안전화는 발가락을 보호하기 위해서 앞부분이 단단한 철로 되어 있고, 못 같은 뽀족한 물체들이 솟아 있는 현장에서도 파상풍으로부터 발바닥을 보호해 준다. 아무리 주정뱅이 농땡이 노가다꾼이라도 안전화를 신지 않은 한국인은 이제 거의 없다.

그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가벼워지고 있다. 뭔가 점점 나아져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들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리의 과거를 상기시킨다.

누군가는 저들이 우리의 단가를 낮추고 번 돈을 고스란히 자기나라고 가져간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한국 사람보다 군소리 없이 일 잘하는 그들을 칭찬하고 그들을 적극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인력시장을 돌아다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 불법 체류자들일 가능성이 높다. 낮은 임금과 제한된 취업규정 그리고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탈출해서 한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인력시장이 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아직 같을 일을 한 이상 외국인이란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 곳이 인력시장이다. 삽질에 국내산과 중국산과 몽고산과 러시아산이 다를 이유가 없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노가다판은 꽤 평등하고 자유로운 곳이다. 물론 오징어배, 멸치배 등으로 팔려가서 한국인의 감시 속에서 일하는 많은 동남아 노동자들에 비하면 그렇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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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한 아내의 남편이며 아이들의 아버지임을 잊지 말아야죠

돈을 벌기 위해 다른나라에까지 와서 일하는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꼭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각자의 나라에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3D업종은 정말 일하기 힘듭니다.
똑같은 가족입니다. 잘 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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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노동자를 만나 보지 못했습니까?

개인적으로 동남아를 여행다니며 많은 친구들이 생기게 된 후
우리나라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시선도 그나마 많이 달라지게
된것같습니다.

잘난 나라 사람이든
우리나라보다 가난한 나라 사람이든
개인적으로 만나면 그저 '보통 사람'과 다르지 않는데...
참 왜그리 차별하고, 업신여기는지 우스꽝스러운것같아요.

모두다같은 삽질(?!)로 바라봐주는 그곳이 어쩌면 이상적인
문화인것같네요~

어느분야에서나 다 똑같이 모든 사람을 다 똑같이 대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는데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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