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게 이별은 아무것도 아님
새벽에 잘 깨는 편이다. 내 옆에서 네 번 이상 잠들었던 모든 여자 아이들보다 나는 아침 잠이 없다. 그 순간만큼은 가장 나를 뜨겁거나 온화하게 만들어 주는 이성이 곁에서 자고 있고 나는 깨서 가만히 누워 음악 듣는 일을 즐겼다. 부나 명예, 권력 따위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 순간의 느낌을 가장 큰 안락으로 알고있다. 노래는 '그건 사랑이었지'(루시드 폴), '어디에'(美), '지랄'(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을 듣는다. 자주 밤을 보내는 아이에게 이야기 한다.
"재워줄 때는 마주 보지만 잠이 들 것 같으면 서로 반대편을 보고 자자"
내가 잠든 모습이 깨어 있는 모습보다 이쁘지 않을 것 같다는 막연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이 침을 흘리며 자든 이를 갈며 자든 나는 상관 없지만 상대의 눈에 내 모습이 이쁘지 않은 건 참을 수 없다. 내가 뒤돌아서 잠에 빠져도 나를 뒤에서 안고 자는 아이들의 체온과 마음을 좋아한다. 이 것을 재연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도 없이 많은 밤을 모텔에서 보냈다. 격정이 담긴 밤과 그 것보다 더 원했던 다음 날 새벽의 행복감을 위해서. 그렇게(음악을 들으며) 한 두 시간을 보내면 다시 눈이 감겨온다. 어느 모텔이든 퇴실 시간은 오후 1시 정도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먼저 씻기를 권유하며 12시 반까지 누워 있다가 대충 씻고 나오곤 했다.
가족이나 지인과의 점심식사를 위해서 시내로 나온 사람들이 그 시간에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들. 남들이 보기에 '우리가 불량스럽고 품행이 방정하지 못 한' 그 순간들을 즐겼다. 그들의 생각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니 그 모호한 경계선에 있음이 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어린 것(?)들이 밤을 함께 보냈다는 사실은, 그러해 보이는 광경을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은, 내가 죄책감을 느낄 일인가 아닌가? 나는 잘못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지만 누구들처럼 굳이 길거리에서 담배까지 꺼내들며 장면의 전형성을 더 강화한다든지(애초에 비흡연자이니까 당연한 것이지만..) 침을 뱉으면서 그들의 시선에 사납게 대응한다든지 한 적도 없다. 남들에게 도덕적으로 보이기를 바라지는 않아도 내 옆의 여인이 막돼먹은 남자를 만난다는 편견을 누군가 가지도록 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재우고 새벽에 이별노래를 듣는 이유는 우리가 가깝거나 조금 먼 시기에 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만난 사람과는 다시 만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서로를 선택하고 만나는 도중이므로 다시 만나는 일은 불가능하고 헤어짐만이 남았다. 우리 앞에 이별 밖에 놓이지 않았음을 언제나 인지하고 있었다. 그 인식이 '우리가 만날 일이 없어진 사람들이 된 후에도 너에게 상처로 남을 말이나 행동'을 내가 하지 않도록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단지 '헤어질 사람들'이라는 인식. 그래도 그 순간에는 너의 볼이나 머리카락이나 그 어느 곳이든 만질 수 있으니 우리가 '아직은 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실감나서 안도하는 행복감을 느꼈었다.
이 글에 이런 소재를 언급함이 계획에 없었기에 달갑지 않지만 언젠가 한번은 하고 싶은 이야기였기에..적는다. 연인과의 비밀스러운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하는 일에 대해서 분노를 참기 힘들다. 이미 막돼먹은 새끼들의 처신이나 인식개선을 바라지 않는다.(불가능하므로) 리벤지 포르노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다면, 아직까지 그런 종류의 사건에서 피해자가 대부분 여자라는 가정 하에, 남자를 잘 고르시길 바란다. 다른 모든 기준을 떠나서 이 사람은 나와의 '만남만'을 중요시 하는지, 나와의 헤어짐 후도 존중하는지 가늠해야 한다.
너 없이는 못 살아, 너도 내가 없으면 안 돼, 우리가 이별하면 세상도 끝나는거야
이별은 절대 불가함을 강조하는 사람, 나는 너만 사랑하니까 너도 나만 사랑해야 한다는 사람, '우리 둘만의 것들만' 소중한 사람과는 헤어져야 한다.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과 당신이 공유하는 시간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런 이들은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자신과의 접점이 사라진 당신을 함부로 대한다. 매 순간 떠올리면 좋겠다. 나에게 고백하는 말과 내 비위를 맞추기 위한 노력, 기분을 들뜨게 하는 선물과 이벤트 말고 '내가 가장 초라하고 보잘 것 없을 때조차 나를 한 인간으로 존중해 줄 사람인지, 내가 너무 나쁘고 야박하고 차가울 때 그래서 그 사람을 화나게 만들어도 그 분노는 침묵 이상으로 발현되지 않을 사람인지.' 확인하기를 바란다.
내 이상형은 그런 남자다.(?) 내가 그런 남자이기를, 그렇게 행동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여인이 내가 그렇게 되기를 꿈꾸는 남자를 만나면 좋겠다. 교제했던 기간과 이별 후의 모습이 다르지 않은 사람, 그래서 교제하는 기간에 상대를 조금 서운하게 했어도 이별 후에 상대를 절대 괴롭히지 않을 사람. 가끔 문자가 온다. '어떻게 단 한번도 연락이 없냐고' 나는 연락을 하지 않은거지 그 이를 떠올린 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연애와 이별에 관계없이 사랑은 사랑 그 자체로 서로에게 남으면 좋겠다.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윽..제가 너무 감정적으로 일반화 하여 글을 적은 듯 합니다. 김작가님 말씀에 십분 동의합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연신님의 그런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개의치 마시고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려요.
연락을 하지 않은거지 그 이를 떠올린 적이 없는 것이 아니다 ...
적으면서 제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 문장인데 콕..집어 주셨군요.. 오늘도 방문에 감사 드립니다 진심으로! ^^
집착과 사랑의 경계는 생각보다 모호합니다.^^
호르몬의 작용을 이기는 사랑인 경우 더우기 목숨을 '건' 사랑이라면 조금 더 집착에 가까울지도 모르거든요.
이와 같이 쿨함과 냉정함의 경계도 모호하지 않을까 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
네, 저는 마음이 약한 사람이면서 칼같이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인냥 글을 적었습니다. 집착과 사랑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말씀이 많이 와닿습니다..!
그러게요, 칼같이 행동하시는 것 같이 쓰셨어요 정말.
전 헤어질 때와 만날 때의 행동에는 별로 변화가 없지만, 감정이 식었을 때에도 헤어지는 거 자체를 너무너무 못하는데, 자주 만나고 헤어지면 그 행위 자체가 상처는 아니던가요?
바로 헤어지는 거 말고 조금 더 만나보자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없던가요?
너무 개인적인 질문이었나요? 죄송합니당...
아니요. @yuky님이 하셨으니 괜찮습니다. ^^
일단 저는 실제로 칼같이 행동합니다(속닥) 마음이 약한 것도 맞습니다. 그러니 제가 남다른 연애관과 이별관을 가지게 되었지요. 마음 가는대로 하지 않고 신념대로 했으니.
혹은 우리의 시간을 환경이 허락하지 않아서 만남 자체가 오히려 서로를 파괴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도 아직 사랑하지만 헤어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이제 취업을 해야할 시기임에도 저와 함께 있고 싶어 취업 지역이나 분야 자체를 바꾸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행위에 절대로 찬성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헤어졌지요. 제가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않게 되어서 헤어진게 아닙니다. 이제 붙어 있는 것이 지겨우니 떠나달라고 했고 떠나서 좋은 곳에 취직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아이. 그렇게 보내고 집에서 학교도 안 가고(대학생 시절) 커튼 쳐 놓고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고 몇 일을 울었지요.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타이밍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현실적인 그 어떤 것도 고민하지 않고 사랑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기는 길지 않습니다. 저는 억지로, 인위적으로, 순리를 거스르면서까지 그 시기를 최대한 늘렸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공식적인 백수인지도 모릅니다. 제 것을 많이 희생했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그 모든 시간이 저를 만들었으니까요. 질문과 답변이 상이하여 죄송합니다.
연애감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서로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저에게 연애감정은 연애 초기에 느끼던 호기심과 설레임, 열정의 감정이 아닙니다. 예전 어느 글에도 적었듯이 저에게는 연애 안정기의 감정이 중요합니다. 그 것은 안정감이나 편안함, 의리나 정(情) 정도입니다. 이 것들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강해지는 것들이지요. 그래서 연애가 길어져도 감정이 식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열정이나 연애 초기와 같은 상대에 대한 탐닉도 사라지기는 하죠. 헤어짐에 있어서는 무난한 감정들(ex.의리와 정)이 더 저를 힘들게 합니다. 일탈같은 사랑은 끝나면 일상으로 되돌아 오면 되지만, 일상처럼 했던 사랑은 돌아갈 곳이 따로 없기 때문이죠.. 모든 만남과 헤어짐은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헤어질건지 조금 더 만날건지는 제 감정보다는 '당시 서로에게, 그리고 각자의 인생에게 비추어 봤을 때 조금 더 현명해 보이는 쪽이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했었습니다. 너무 이상적인 답변이어서 제가 말처럼 모든 행동을 했을까 싶은 분들이 많을 수 있지만.. 저는 사실 제가 믿는대로 모두 실천하고 오늘이 되었습니다. 헤헤 ^^
호르몬의 작용을 이기는 사랑이란 어떤 사랑인가요? 이해하려고 노력 중인데, 제 독해력이 짧네요 ㅠ
제가 글을 모호하게 썼나 봅니다. 죄송하네요.
사랑을 호르몬의 작용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 작용기한이 최대 1년이라고 보통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래서 그 이상의 시간을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유지하려면 사실상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으로 쓴 것입니다. 물론 '정'도 있겠지만요 ^^
나와의 헤어짐도 존중이라. .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요?
저조차도 헤어짐을 존중 하지 못한것이 부끄럽네요. .
가든님 글 읽을때마다
나는 헛살았구나? 자꾸만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사상들을 이야기 하고싶어집니다^^
저 역시 제 글에 나온 모든 행동의 반 정도를 할까? 싶은 사람입니다. 헤어짐을 존중하기란..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저도 너무나 많은 시간 고통스러워 했었구요..! 오래오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습니다^^
모텔 특징 - 퇴실 재촉전화 받기 짜증나서 서둘러 준비하는데 퇴실하라고 전화옴.
모텔에서 나온 커플 특징 - 외박한 티 안내려고 발악했는데 누가봐도 외박한 티 남.
오~~~~~~~~~~~~👀
저에게 주신 댓글은 아니지만..! 안녕하세요 찡여사님 유명하신 분을 뵙습니당 ^^
제가요? 유명하다고요? 그럴리가요.
소연신님도 저와 비슷한 명성인데 음.. 처음뵙네요 만나서 반가워요 👀
외박한 티는 왜 그렇게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샤워하고 옷 입으면 어제랑 같은 듯 한데도 이상하게 집에서 준비하고 나왔을 때랑 다릅니다 ㅋㅋㅋ
ㅋㅋㅋ일단 아무리 공을 들여놔도 피부 탄력이랑 눈빛,헤어부터가...ㅋㅋ
어렵네요. 전 그냥 물 흘러가듯이 연애하고 사랑하는게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연애할때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해야죠~
네, 저도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제 글에 단정적인 어조가 너무 많이 쓰였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