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첼 결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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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잡블로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영화리뷰를 하나 올릴건데요, 올드 무비는 아니고 그냥 한 10년 지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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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레이첼이 결혼하는' 이야기입니다.

정작 주인공은 윗 사진의 '킴'이며 레이첼은 언니입니다. 레이첼이 결혼하면서 킴을 위시해 온 가족이 모이게 되고 그러면서 벌어지는 어두운 가족 드라마를 그린 영화인데,

무려 조나단 드미의 작품입니다. '양들의 침묵'을 감독하신 분 되겠습니다. 이 영화도 호러영화가 아니냐고 물으시면 어떤 의미에서는 호러영화라고 할수 있겠네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귀신도 아니고 3차대전도 아니고 바로 가족모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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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영화도 아니니까 내용은 그냥 다 스포하겠습니다.

킴은 어릴때부터 마약에 쩌들어 살았는데, 어느날 남동생을 태우고 마약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서 남동생이 사망하게 됩니다. 그 후로 킴은 재활센터에 들어가고 부모는 이혼하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저 사진 왼쪽은 버키 반스이네요 ㅎㅎ 윈터 솔저의 성공 이후로 사람들은 세바스찬 스탠 나온 영화는 다 찾아내더라고요;

여튼, 재활센터에서 그럭저럭 갱생한 킴. 하지만 원래부터 좋은 성격인 건 아닌데다가 과거의 그 사건 때문에 가족과의 사이는 여전히 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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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은 안 그래도 킴이 미운데, 자신의 제일 행복한 날에 킴이 찾아오니까 짜증이 납니다. 게다가 킴은 언니와 친하지도 않으면서 들러리를 서겠다고 졸라대고, 레이첼이 이미 자기 절친을 들러리로 정했다고 하니까 더 집착하며 달라붙어서 결국 들러리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렇게 들러리가 되어서는 축사를 한답시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자기 마약갱생 이야기나 늘어놔서 분위기 싸늘하게 만들고, 그것도 모자라서 재활원 사람들에게 있지도 않았던 학대 스토리를 지어내서 자기를 피해자로 포장까지 합니다.

미움받을 만한 성격이네요. 집안마다 한명씩 있는 그 '싫어죽겠는 형제/자매/삼촌/친척' 타입이 되겠습니다.

아빠는 이 가족들을 어떻게든 사이좋게 만들려고 중간에서 노력하고 엄마는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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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족이란 게 흔히 그렇듯이 오늘 낮에 울고불고 싸우다가 저녁에는 웃으면서 화해하고, 그날 밤에 갑자기 소리지르며 싸우다가 다음 날 아무일이 없었던 듯 아침식사를 함께 하지요.

킴의 가족도 레이첼의 결혼이 준비되는 동안 이런 식으로 싸우다 화해하고를 반복하며 그냥저냥 지냅니다.

여기까지는 그냥 흔한 헐리우드의 '콩가루 집안' 드라마이지만, 조나단 드미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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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전날, 킴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엄마를 찾아갑니다. 엄마는 아들의 죽음 이후로 이혼한 건 물론이오 가족의 얼굴도 잘 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도 마네킨같은 미소를 고수하며 킴을 맞이하는 엄마.

킴은 갑자기 옛날 이야기를 꺼내면서 속을 털어놓습니다. "엄마, 나는 십대였고 약에 쩔어 있었어요.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였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왜 나에게 남동생을 돌보게 놔뒀어요?"

처음에 엄마는 계속 싸늘한 미소를 유지하며 대화를 회피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킴의 얼굴을 때립니다.

"네가 내 아들을 죽였어! 네가 내 아들을 죽였다고! 왜 내 아들을 죽였어!"

킴은 놀라서 자기도 엄마를 때리고 나와서 정신없이 차를 몰다가 동네 나무에 갖다 박습니다.

하지만 실제 삶에서 흔히 그렇듯 이럴때 차로 갖다박으면 의외로 다치지도 않고 멀쩡히 살아나지요;

킴은 집으로 돌아와 언니에게 위로를 받고 들러리를 서기 위해 준비합니다.

보통의 헐리우드 영화들은 이런 장면 이후로 무리하게 화해를 시키거나 아니면 갑자기 비극물로 전환되지만, 조나단 드미는 그런 싸구려 드라마는 집어넣지 않고 계속 차갑게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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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결혼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진행되고 킴은 화장으로 얼굴의 상처를 가리고 웃으면서 들러리로 참석합니다. 레이첼과 형부는 행복하게 결혼식을 마치고, 엄마도 전날의 일은 꺼내지 않고 킴에게 그 마네킨같은 미소를 지으며 예의를 차립니다.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자 모두가 떠나버리고 혼자 남는 킴.

이렇게 영화가 끝납니다.

헐리우드는 연례행사로 '콩가루 집안 드라마'를 만들고는 하는데, 보통은 너무 오버하거나 지나치게 싸구려로 만들어서 별로 안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차분하게 현실감있는 가족의 삶을 조명했네요.

실제 가족은 좀 싸웠다고 해서 십년 묵은 갈등이 해소되거나 혹은 갑자기 무슨 사건이 일어나서 가족이 뭉치게 된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요. 이 영화처럼 싸우고 나서 그날 저녁에 화해하고, 다음 날 아침 또 싸우고, 그날 점심에 화해하고, 그날 저녁에 주먹으로 치고 싸우다가 다음 날 또 화해해야 합니다.

그렇게 아무 '결말'이나 '전환'도 없이 삶은 지속됩니다. 영화는 아무 해법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끝나는데요, 왜냐하면 삶에는 해법이란 게 없거든요.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진짜 다큐멘터리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 있게 잘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소개를 보면 영화가 너무 어둡고 지루할 것 같지만, 나름 지루하지 않고 재밌습니다.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질문하게 되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답이 없다는 것이 곧 답인 것 같지만...

이 감독은 '레이첼 결혼하다'의 개그 버전으로 보이는 '어바웃 리키'라는 영화도 만들었는데 '레이첼....'과는 반대로 웃기고 발랄한 영화같군요, 근데 여기에도 세바스찬 스탠이 나오네요 ㅎㅎ

필모그래피에 일관성이 없는 조나단 드미 감독님.

'양들의 침묵'->'레이첼 결혼하다'->'어바웃 리키'를 연달아서 보면 살짝 아스트랄해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오늘은 제가 괜찮게 본 영화 하나를 리뷰해봤습니다. 오랜만에 날씨나 음악 이야기가 아닌 걸 올려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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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끈한 가족애를 포기하지 않는 미국 영화계에서 이단(?) 스러운 영화라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조나단 드미 감독 기억해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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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영화들은 보통 해피엔딩을 만들려고 노력하는데 이 영화는 마치 유럽영화 같네요. 한번 우울해지고 싶을 때 볼만합니다 ㅎㅎ

킴 역할의 배우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 도시적인 인형같은 외모의 이 배우는 시나리오 선택과 영화 속 연기가 일반적인 헐리우드 여배우의 경로를 조금씩 벗어나서 좋습니다. 케이트 윈슬렛을 연상시키는 행보.

기억해두었다가 꼭 볼게요~ gamiee님! 해피 이브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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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헤서웨이~ 이름이 은근히 기억하기가 힘들어요 ㅎㅎ

원래는 예쁜 얼굴로 로맨틱 코미디를 이어갈것 같았지만 점점 연기력을 요구하는 배역을 맡으면서 진가를 보여주네요.

ajlight님도 즐거운 일요일 저녁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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