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광고는 신문을 굿즈로 만들 수 있을까?

8월 13일자 뉴욕포스트가 신문 전면에 광고를 실었다. 그런데 이 광고 때문에 이날 발행된 뉴욕포스트는 뉴욕 전역에서 완판됐고, 심지어 중고사이트에서는 20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중이라고 한다. 별 다른 광고를 실은 건 아니었다. 수프림(Supreme)이 2018 F/W 컬렉션 공개를 기념하며 뉴욕포스트 앞뒷면 표지에 로고 하나를 새긴 것 뿐이다. 그런데 이날 뉴욕포스트는 수프림 로고 덕분에 매우 ‘쿨한’ 수집품이 됐다. 이에 대한 기사를 허프포스트코리아 스팀잇 계정에 올렸는데, @lekang이란 유저분이 일본의 사례하나를 소개해주셨다.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일러스트를 이용해 일본 내 6대 일간지에 전면광고가 실렸고, 이 또한 전부 매진됐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있었던 날의 한겨레신문이었다. 이날 한겨레 신문에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추모하는 수많은 단체의 광고가 실렸다. 당시 온라인에는 해당 신문을 어렵게 구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았다.

예전부터 잡지는 굿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매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만, 그래도 소비를 한다. 먹고, 마시고, 보고, 갖고 싶은 것을 산다. 지금 월간지는 바로 이 ‘갖고 싶은 것’의 형태에 놓여있다. 말하자면 나에게 주는 선물. 그래서 팬덤장사가 가능하다. 내가 좋아하는 셀러브리티의 얼굴이 표지에 새겨진 월간지를 잡지가 아니라, 일종의 굿즈로서 구매하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비싼 가격에 두껍게 만들면서 그런 구매층을 자극할 수 있는 컨텐츠가 있는 잡지라면 그래도 장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문이라니? 그것도 광고가 신문을 굿즈로 만든다니? 사람들은 왜 이 신문을 사려고 혈안이 된 걸까? 신문이 가진 고답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이런 사례를 만든 건 아닐까 생각한다. 잡지의 경우는 완판되면 빨리 재판을 찍어낼 시간 여유가 있지만, 신문은 처음 찍을 때 많이 찍지 않으면 더 팔고 싶어도 재판을 찍을 시간이 없어서 못 파는 매체다. 여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하나가 찍히면서 기묘한 효과가 발생한다. 수프림과 슬램덩크가 새겨진 신문의 희소가치는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신문은 어쩌면 연예인 화보로 도배한 잡지보다 더 희소성있는 굿즈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365일 동안 매일 발행되고, 그날의 신문과 다음 날의 신문이 다르다는 점일 이용한다면 말이다. 매일 그런 신문을 만들 수는 없지만, 한 달에 한 번정도라면 시도해볼만한 프로젝트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