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청솔모가 저희 집에 놀러왔어요

in #kr6 years ago

Spring arrives, but slowly.
Kevät saapuu, mutta hitaasti.

아주 천천히, 봄이 오고 있습니다.

오늘 청솔모가 저희집에 놀러왔어요. 지난 여름에 저희 발코니에 놀러와서 종종 과자나 빵부스러기를 주곤 했는데 겨울 내내 어디서 무얼먹고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하얗게 털이 새어버린 커다란 청솔모가 저희집에 놀러왔네요. 혹시 지난 여름 제가 먹이를 주었던 새끼가 저만치 큰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핀란드는 겨울이 길어서(그리고 제가 사는 지역은 북쪽이라 더더욱), 5월은 되어야 완전히 눈이 녹는 답니다. 한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이곳에서, 그 숱한 새와 짐승들은 어떻게 살아내는지 신기하기만 할 뿐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겨우내 눈속에서 먹이를 찾지 못할 동물친구들을 위해 겨울내내 발코니에 남는 빵조각들을 두곤 했는데 오늘에야 빵 한덩이를 허겁지겁 삼키는 청솔모 친구를 보았네요.

핀란드의 봄은 아주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바로 여름으로 넘어가죠. 이들에게 태양(aurinko)과 봄(kesä)는 정말 희망이고 빛이에요.

이곳에서 겨울을 나다보면 지구가 자전과 공전하는 모습을 떠올릴 때가 있어요. 그 캄캄하고 절망적인 흑야를 지나고 어둠과 추위의 끝자락으로 깊숙이 걸어가다보면 어느새 따뜻한 여름이 다가오니까요. 그저 어둠이 짙을 수록 새벽이 가까워진다는 말을 믿으려고요.

제 인생에게도, 여러분 모두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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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이 사람이 사는 집안으로 들어온다는게 참 신기하네요
눈 내린 풍경을 보니 확실히 이 곳보단 추운 곳이란 실감이 납니다. 그렇지만 봄은 어디에도 온다는 사실도 신기하네요^^

다들 야생동물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ㅎㅎ 저처럼 모이를 집앞에 두는 핀란드인들이 많답니다. 도시생활만 하던 저에겐 충격이었죠 ㅎㅎ

(╹◡╹)귀염귀염하네요~ 이제 빵의 위치를 알았으니 자주올거에요~ ㅎㅎㅎ

네, 청솔모 맛집으로 소문났나봐요. 작년부터 청솔모 친구들이 많이 오네요 ㅎㅎ

털갈이하느라.. 그런가요?? 빼꼼 쳐다보는 것이 귀엽네요 ^^

저도 저런 색깔은 처음봤어요. 보통 갈색빛인데 말이죠. ㅎㅎ 저도 귀여워서 감탄사 연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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