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제 팟캐스트를 동의 없이 긁어간 사례가 있었습니다

저 같이 군소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에서, 콘텐츠 하나 하나는 말 그대로 내 새끼 같은 존재입니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분들이라면 아실거에요. 정말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 글, 영상, 음악이 나오면 그걸 보고 또 보고 어루만지죠. 매주 한 번씩 올리는 제 팟캐스트 '내귀에 핀란드'도, 또 이전에 진행했던 'VOICE OF 유학생와이프'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렇게 외국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며 일구는 저의 삶은 매주 마이크에 오열하듯 내뱉어졌고 밤 새워 편집하며 내보냈죠. 그런데 이를 동의 없이 긁어간 사례가 있었습니다. 구글링중에 우연히 발견한 포*캐스트라는 곳입니다. 황당했습니다. 격식이고 뭐고 갖추지 않고 그냥 아이폰으로 딱 3줄로 메일 보내죠. 나 제작자인데, 당장 내리라고요.

*제 방송로고, 방송소개, 에피소드까지 다 긁어간 화면

큐레이션 매체에 대한 이해가 없으신 분들은 내 방송이 더 홍보되면 좋은 것 아닌가? 하고 의아해 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비슷한 사례를 현직에서도 겪은 적이 있었어요. 예전에 공공기관에서 기사를 쓰는 일을 할때, 모 큐레이션 매체에서(이름 밝히기 어려운데 스팀잇 내에도 들어왔더군요. 팔로잉도 안했어요.) 저희 기사를 무단으로 긁어갔더라고요. 출처표기도 안하고 말이죠.

그럼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냐? 좋은 콘텐츠를 가진 많이 가진 그들이 광고수익을 가져가죠. 대중에게 접근성이 좋고 파워를 가졌으니 사람들은 그들의 링크로 흘러 들어가서 사이트 파워를 키워주는거죠. 제 오리지널 콘텐츠가 있는 사이트의 접속률과는 별개의 문제죠. 이번 사례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게 뻔했어요. 무단으로 팟캐스트 긁어가고 그 광고수익을 자기들이 먹겠죠.

제가 참여하고 있는 해외 팟캐스트 제작자 모임에 이번 일을 공유했어요. 독일에서 팟캐스트를 만드시는 어떤 분도 *티라는 곳에 팟캐스트를 올렸더니 다른 곳에 연동되어서 자동으로 업로드 되는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튼 항의 메일을 보내자마자 하루만에 답이 왔더군요. 방송 내리겠다고요.

그래서일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스팀잇을 더 사랑하게 됩니다. 스팀잇처럼 자발적으로 필요한 태그가 생기고, 소모임, 큐레이션 지원을 하면서 좋은 콘텐츠가 퍼지도록 노력하는 곳이 정말 없어요. 이 생태계를 잘 가꾸려는 자정운동도 놀라울 만큼 성숙하게 이뤄지고 있고요. 이게 당연하게 아니라 정말 콘텐츠 제작자로서 너무나도 고맙고 신기한 곳이라는 걸 매번 느낍니다.

새벽이라 감성에 젖은 글일지도 모르겠지만 스팀잇이 더 흥했으면 좋겠습니다. 제작자들의 권익이 보호될 수 있는 좋은 협동 체제가 잘 만들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금까지 KR을 잘 이끌어주신 분들 정말 고맙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