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의무기록에 대해서 알아보자 !!

in kr •  2 years ago 

안녕하세요. 응급의학과 전문의 @feelingofwine입니다. 오늘은 비의료인이 평소에 접할 일이 없는 생소한 주제, 의무기록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의무기록은 의사가 작성하는 기록뿐만 아니라 간호사가 작성하는 간호기록지, 시술하기 전 설명하는 동의서, 여러 가지 진단서 등 종류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오늘은 의사가 작성하는 의무기록 중 환자를 처음 봤을 때 작성하는 초진기록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초진기록지는 외래, 응급실, 입원실 어디서나 환자를 처음 보게 되면 작성합니다.

초진기록지를 작성할 때 들어가야 할 내용은 크게 9가지입니다.

  1. Chief complaint
  2. Present illness
  3. Social history
  4. Past medical history
  5. Family history
  6. Review of system
  7. Physical examination
  8. Assessment
  9. Plan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 및 진료하는 의사의 전공, 의사 개인의 습관과 선호도에 따라서 세부적인 내용 및 범주는 다를 수 있으나 큰 틀에서의 포맷은 동일합니다. 의학적 의사결정의 과정은 흡사 경찰이 범인을 찾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과 동일합니다. 문진을 통해 증거를 모으고 의심되는 용의자들 (가능한 질환) 을 모아서 조사 (문진, 피검사, 영상검사, 조직검사)하고 진범 (최종확진) 을 골라냅니다.

  1. Chief complaint (줄여서 CC)
    환자가 병원에 오게 되는 주된 증상을 뜻합니다. 의사가 “어디 불편해서 오셨나요” 물어볼 때 이 주증상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입니다. 주증상은 한 가지 일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일 수도 있습니다. 이 질문에서 앞으로 물어볼 질문의 종류, 시행할 신체검진, 의심가는 질환 등의 대략적인 윤곽을 그립니다.

  2. Present illness (줄여서 PI)
    위에서 설명한 주증상의 자세한 설명을 기술합니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떻게 하면 더 아픈지 혹은 좋아지는지, 어디가 아픈 것인지, 동반된 다른 증상은 없는지 등등을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온 경우 1년 전부터 아픈 것인지, 1일전부터 아팠는지, 쉬면 좋아지는지 쉬어도 그대로인지, 최근에 갑자기 운동을 한 것은 아닌지 등 증상과 연관되어 힌트를 얻을 만한 질문을 합니다.

  3. Social history (사회력)
    환자의 사회적 배경을 조사합니다. 직업, 담배, 음주, 필요 시 경제소득 등 환자의 사회적 환경이 증상과 질병을 유발할 요인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폐경여부, 자녀출산력, 마지막 생리일은 언제인지 등을 확인합니다.

  4. Past medical history (과거력)
    환자가 과거에 앓아왔던 질환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이전에 수술을 했는지, 했다면 어느 부위를 언제 어느 병원에서 했는지, 암을 앓지는 않았는지, 약물이나 음식에 알러지는 없는지 등등도 확인합니다.

  5. Family history (가족력)
    유전적 요인이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 조사합니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서 질병과 연관된 증상을 호소한다면 의심해 볼 만한 가치가 있으므로 확인해야 합니다.

  6. Reviow of system (줄여서 ROS)
    여기서는 환자의 주증상 외에 환자는 모르지만 진단에 힌트를 줄 수 있을만한 증상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보통 전신증상부터 시작해서 머리위에서부터 몸 아래로 내려오면서 신체 각 계통별로 물어봅니다.

    전신 증상 : 발열, 오한 (몸 떨림), 전신쇠약감, 체중감소, 식욕감소
    두경부 : 두통, 어지러움, 목통증, 이통, 치통, 복시, 이명, 콧물
    호흡기 : 흉통, 두근거림, 호흡곤란, 기침, 가래, 객혈
    소화기 : 복통, 구토, 설사, 변비, 혈변, 흑색변, 토혈
    비뇨기 : 배뇨통, 잔뇨감, 빈뇨, ,혈뇨, 거품뇨, 탁뇨
    하지 및 피부 : 부종, 청색증, 발진, 멍

  7. Physical examination (신체검진)
    흔히 청진기를 가슴에 가져다 대고 숨소리를 듣거나 배를 만지는 모습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 6번까지 질문하면 의사들의 머릿속에는 의심되는 진단명이 몇가지 떠올라 있습니다. 이 중에서 신체검진을 통하여 가능한 질환들을 추가로 좁혀 나갑니다.

  8. Assessment (평가)
    7번까지 시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가능한 질환들, 가능성 있는 상황들을 우선순위별로 적습니다.

  9. Plan (계획)
    8번에서 작성한 의심스러운 질환들에 대해 감별하기 위한 진단적 계획과 이를 치료하기 위한 치료 계획을 작성합니다. 보통 진단을 내리기 위해 일반적으로 피검사, 영상검사 등을 많이 시행합니다. 치료 계획은 진단적 계획과 별개로 의심되는 질환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를 작성합니다.

학생 때부터 의무기록 작성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배웠고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도 상기 원칙에 의거하여 기록을 작성해 왔습니다. 보통은 위와 같은 항목을 모두 물어보아 꼼꼼히 진료를 하면 참 좋겠으나 한 명의 환자에게 많은 양의 질문과 신체검진을 모조리 하려면 30분 씩은 걸리겠지요. 우리나라 의료 현실 상 원칙대로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것은 의료 수가와 연관된 또 다른 문제이기에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가끔 의사들 의무기록 보면 무척 간단하고 대충 적은 것처럼 보이지만 위의 과정이 함축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됩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도 참고하셔서 향후 병원에서 진료를 볼 때 가끔 의사가 증상이랑 상관도 없는 쓸데없는 질문을 하는 지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환자와 의사가 모두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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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ㅎㅎ기본중에 기본인데 점점 속도위주로 의무기록을 쓰고있네요ㅎㅎ 외국처럼 여유있게 환자분들을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면 조금 더 자세히 적을 수 있을텐데라는 핑계를 대게된다는..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자꾸 속기 (?) 진료가 습관이 되다보니 여유롭게 볼 수 있어도 빨리 보게 되는 습관이 들더라구요 ㅠㅠ 역시 모든 일에는 여유가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ㅎㅎ

글 감사합니다. 의무기록이 왜 중요한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시면 독자분들이 의무기록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좋은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ㅎㅎ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의사와 환자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네. 감사합니다. 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

9가지나 되는 기록 요소가 있군요 ㅎㅎㅎ

원칙대로 라면 다 써주는 게 정확한 평가에 도움이 되긴 하는데 실제로는 다 못 적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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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정보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