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아빠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게 싫을 때 (하)

in #kr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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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분이 '네이버 톡톡'을 통해 '무료 상담'을 신청했다. 제대로 된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머님이 안 계시게 된 이유와 시기에 대해서 질문해야 했다.

"엄마는 제가 유치원에 다니고 있을 때 아빠랑 헤어지셨어요. 어렸을 적에 저한테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나가서 버리라고 하는 등 듣기로는 방에 하루 종일 그 어린애를 혼자 남겨두고 나가있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아빠가 저를 현재 있는 집으로 데리고 오셨습니다. 저는 지금도 엄마 이야기가 나오면 눈물이 나옵니다. 어렸을 적에 엄마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하고 떨어져 지냈는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감정이 북받쳐 오릅니다. 저는 지금 아빠랑 할머니랑 사는 게 싫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가끔씩 엄마의 보살핌이 고플 때가 있습니다. 제가 한심스러운 건 어렸을 적엔 할머니랑 같이 시장에 나가기도 했는데 이젠 할머니랑 어딘가를 같이 돌아다니질 않습니다. 이런 말을 쓰기도 할머니께 죄송하지만 창피해 하지 않으려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습니다. 너무 죄송한데 그렇다고 어찌할 방법이 없습니다. 보통 이런 말을 하면 '생각을 바꿔라', '창피해하지 마라'라는 조언이 오고 가는데 잘되지 않습니다. 이미 엄마가 없다는 것은 저의 큰 약점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청소년기에 친구들과의 관계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내담자는 친구들에게 그 약점을 숨기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 친구들이 그것을 알게 되면 친구들과의 관계가 틀어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내담자는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내가 긍정적으로 여긴 부분은 바로 내담자가 '어머님의 부재'를 자신의 '약점'으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거나 알더라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내담자는 아버지랑 할머니랑 같이 사는 게 싫지는 않지만, 창피함을 느끼고 이 감정을 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 단순히 '창피해하지 말아야지'라고 계속해서 자신에게 되뇌면 문제가 해결될까? 오히려 그 반대다. 인간의 뇌는 부정문을 인식하지 못하며, 생각하지 말라고 할수록 더 생각이 나게 만들어져 있다. 저렇게 하면 계속해서 자신에게 '창피해'라고 되뇌는 것과 똑같다.

내담자가 자신의 약점을 인정했으니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약점을 보완하던가 강점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에는 '어머니의 부재'를 없애는 방법이 있다. 가능한가? 이미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유일하게 가능한 것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즉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내담자가 가지고 있는 것은 본인이 나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버지, 할머니와의 관계 그리고 자신의 미래가 있다. 이것을 위해서는 '어머니의 부재'를 자신의 강점으로 바꿔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창피함이라는 거대한 감정의 폭포와 정면으로 맞서서는 안 된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과 연관시켜서 폭포의 방향만 틀어주면 된다. 무슨 말이냐면, '창피해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는 비록 어머님의 보살핌을 못 받고 자랐지만 나중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고 미래의 나의 남편과 자식에게는 내가 받지 못한 사랑과 보살핌을 베풀고 살 거야'라는 식으로 감정을 치환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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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아는 지인들 중에는 편부모 가정으로 자랐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고 오히려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들보다도 뛰어난 이들이 너무나 많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태도이다. 앞으로 내담자가 걸어갈 길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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