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얼마전에 권총강도 당한 이야기

in #kr7 years ago (edited)

가게 앞에 길거리에 흔한 승용차 한대가 섰다, 운전자가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아 한참을 보고 있었는데 한참 후에 건장한 흑인 한명이 시애틀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팔 티셔츠를 입고 한손엔 서류철을 들고 우리 가게 안으로 들어온다

다짜고짜 내앞으로 오더니 내 이름을 말하면서 맞냐고 물어본다 내가 맞다고 대답하니 자기는 여기 지역 카운티 경찰이며 조사 할게 있다고 하며 경찰 뱃지와 아이디를 보여준다
그가 내민 서류에 싸인을 하고 흑인 6명의 사진이 있는 몽타쥬를 보여준다
나는 그 날 범인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하여서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고 경찰은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면서 항상 조심하라고 하며 떠났다

생각하기도 싫은 한달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내가 미국와서 권총강도 처음 당한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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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가게는 핸드폰 가게이다
미국사람들이 흔히 쓰는 버라이존, AT&T, 티모빌 이런것이 아니고 Prepaid (선불) 전화기를 파는 가게이다 한달치를 미리 내고 사용하는 계약이 없는 주로 상대하는 계층이 인컴이 낮은 사람들을 상대한다
12월 23일
사람들은 각자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로 분주하다 우리 가게도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전화기와 악세사리를 구입하느라 일하는 종업원 2명과 함께 종일 분주하였다
5시 일하는 종업원 한명이 가고, 6시에 또 한명이 가고 이제 나만 남았다
7시까지 한시간을 혼자서 해야 한다 다행히 6시가 넘어가면 밖이 어두워지고 손님들의 발걸음도 뜸해진다

잠시 한가해진 틈을타서 가입한지 얼마 안된 스팀잇에서 최신 글들을 읽어보고 있는데…
앞문쪽으로 부터 빠른 걸음으로 후드티를 깊숙하게 둘러쓰고 간편한 츄리닝 바지를 입은 왠 건장한 흑인 한명이 가게 안으로 쑥 들어온다
워낙 후드티를 깊숙하게 둘러쓰고 앞쟈크를 끝까지 올려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그저 순간적으로 보이는 강도의 얼굴이 검게만 보인다
순간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면서 머리가 쭈뼛선다
흑인은 거침이 없이 문에서부터 내가 서있는 계산대 있는곳 까지10미터가 넘는 거리를 미끄러지듯이 스르륵 들어온다
아주 잠깐 마주친 강도의 눈빛은 정말 서늘하다, 마치 저승사자가 내앞으로 다가오는것같다

정말 숙련되고, 대범하고, 냉혹하리만큼 침착한 행동으로 내앞으로 오면서 어느새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든다
아 말로만 듣던 권총강도….
갑자기 머리속이 멍해지며 온몸이 굳어진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지옥문 앞에 와있는건가… 심장이 얼어 붙는것 같다
범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다 아니 봐서는 안될것 같다
범인은 나에게 총구를 겨누며 낮고 뚜렷하지만 뭔가 음산한 음성으로 계산대에 있는 현금통을 열어라고 한다
나는 서랍에서 열쇠를 꺼내서 현금통을 열었다 이 때 만큼은 왠일인지 조금 침착해진다
손도 떨리지 않는다
현금통을 열고 100달러, 20달러, 10달러, 5달러 순으로 그에게 현금을 넘겨 주었다 마지막 남은 1달러 지폐는 남겨두고 내가 속으로 생각하길 설마 째째하게 1달러까지 가져갈라고.. 하던 순간 1불짜리 까지 모두 달란다
지폐들을 모두 주니 이젠 한쪽 구석으로 나를 몰아 넣는다
뒤로 돌아 서서 자기가 가게를 나갈때까지 절대로 돌아보지말라고 한다

가게에 들어와서 나가는 순간까지 단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범인은 정말 민첩하고 미리 연습을 많이 한듯 노련한 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가게를 떠나갔다

경찰을 부르고 조사를 하고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이제 집에 있는 아내한테 이 사실을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마음 약한 아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하지? 고민이 된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차분한 목소리로 절대로 놀라지 말라고 말한다음
권총강도 당한 사실을 말했다

전화기 넘어로 아내는 한동안 말이 없다
미국에 살면서 권총강도 당하는 일이 흔할 수도 있겠지만 처음당하는 일이라
아내는 많이 놀란것같다
집에 도착해서 강도 당한 자세한 얘기를 하니 아내가 하는 말이 당신이 아무 사고 없어 집으로 돌아와서 고맙단다
돈이야 잃어버리고 다시 벌면 되지만 만약 사고라도 나서 목숨을 잃으면 다시 찾을 수 없다고 말하며 우리 가족이 무사한게 너무도 감사하단다

1000달러 이상을 강도 당했지만 아내의 그 말 한마디에, 긴장되고 얼어붙었던 나의 마음이 스르르 녹는다
그러면서 아내가 아무 걱정 말라고 하면서 그 동안 자기가 한푼 두푼 모아 두었던 현금을 강도당한 금액만큼 내 앞에 내놓으며 다시 채워 넣으란다

아 가족의 소중함.. 갑자기 눈물이 나온다
목숨을 잃으면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도 무슨 소용인가
나는 아내를 꼭 안아주며 그동안 긴장되었던 서로의 마음을 녹이고 살아있음에 다시한번 감사함을 느끼며 가족의 소중함을 권총 강도를 통해서 새삼 깨닫는 날이 되었다

시애틀 지역은 겨울이 무척 길다, 또한 저녁이면 일찍 해가 진다
하루 온종일 비가 주룩 주룩 내릴때가 많다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여기 사람들은 후드티를 즐겨 입는다
권총강도를 당한 후 나에겐 한가지 트라우마가 생겼다
후드티를 입고 머리를 덮은 사람을 보면 또 다시 내 마음이 쿵닥쿵닥 해지고 경계부터 하게된다 후드티 입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어버린것이다
이 트라우마가 언제까지 갈 것인지 나도 모르겠다

빨리 겨울이 지나가고 따뜻한 봄날이 왔으면 좋겠다
시애틀의 환상적인 여름날씨가 유난히도 그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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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읽으면서도 가슴이 철렁 하네요....
필리핀오 총이 무서워요ㅠㅠ
tip!

네, 미국은 총때문에 많은 문제들이 생깁니다
늘 행복하세요

아이고 정말 놀라셨겠습니다;;;

일반인 총기소지를 합법화하는 미국을 이해할 수 없어요;;;

eth0619님의 트라우마가 하루라도 빨리 날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국에서 총기소지를 완전히 없앨수는 없습니다
총기때문에 끊임없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되게 무서우셨을 거 같아요 다치신데 없으셔서 다행이에요 ㅠ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아무 사고가 없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무서운 것은 강도가 주시를 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 저정도로 치밀했다면 ;; 다행히 몸에는 아무 탈 없으셔서 천만 다행입니다 . 영업하셔야하다 보니 그 자리에 항상 계실 수 밖에 없고 ;; 보안에 대한 대책은 따로 더 세워두신 것이 있나요 ?

예 지금도 온 신경이 창밖으로만 향하고 있습니다
경찰 말로는 비슷한 가게들이 15군데나 똑같놈한테 털렸다고 하는데 문제는 아직도 잡히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아주 무서운 경험이셨네요. 미국에는 총기때문에 늘 마음놓고 다니기가 정말 어려워요. 그래도 무사하신게 천만다행입니다

저희 가게가 아무래도 현금을 취급해서 더 강도의 표적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아주 큰 경험을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사하셔서 천만다행입니다.
저도 한 십여년전에 진짜 권총은 아니었지만 티셔츠 밑으로 장난감 총을 들이대고 들어와 마약 종류를 뺏긴 경우가 있었네요...
트라우마가 오래 가지 않기 바랍니다.
제 블로그의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에 관심있으시면 신청해주세요^^

살면서 실제로 권총을 대하니 많이 놀라웠습니다
여기에 살고 있는동안은 트라우마가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팔로우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문 닫을 시간에 현찰을 노리고 오니 조심 하셔야 해요.
안 다치셔서 정말 다행이구요... 기도해 드릴꼐요...

걱정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전이 최고입니다

다시 생각하기도 끔찍한 일이셨을텐데 이렇게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아르헨티나에서 오토바이 탄 강도 둘에게 당할 뻔했다가 미친사람처럼 소리질러서 쫓아낸 적이 있네요. 권총이 있었다면 아마 다 내주었을 것 같아요. 목숨은 건져야지요.. 누구보다 두렵고 불안했을 @eth0619님의 마음을 위로해주신 아내 분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트라우마가 오래가지 않길 바랍니다.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추억입니다
격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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