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심리학 #7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dited)

당분간은 양자역학의 주요 내용들, 짚고 넘어가야하는 부분들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분량이 조금 되지만, 이것만 정독하셔도 양자역학의 골치거리인 "고양이 역설"에 대해서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아래 내용은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에서 대부분 발췌해서 썼습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설

1925년에 슈뢰딩거는 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유도하여 양자역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3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수소 원자에 적용하면 전자의 파동적 거동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방정식은 수소뿐만 아니라 주기율표에 등장하는 원소 대부분의 물리적 특성을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화학과 생물학이 슈뢰딩거 방정식의 해(解)에 불과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전자의 거동이 파동함수로 서술된다면, 그 파동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1927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물리학계를 양분하는 하나의 원리를 발견했습니다.
이른바 ‘불확정성원리(uncertainty principle)’로 알려진 이 원리에 의하면, 우리는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측정장비가 불완전하거나 사용자의 손놀림이 부정확해서 생긴 오차가 아니라, 물리학 자체에 내재하는 불확정성입니다.

알고 보니 슈뢰딩거 방정식에 등장하는 파동함수는 특정 시간, 특정 위치에서 ‘전자가 발견될 확률’을 나타내는 함수였습니다.

지난 수천 년 동안 과학자들은 자신의 논리에서 확률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어떻게든 제거하려고 애써왔는데, 하이젠베르크가 뒷문을 통해 확률의 도입을 허용한 것입니다.

전자는 점입자이지만, 그것이 발견될 확률은 파동으로 서술된다.



불확정성원리는 바로 이 파동에서 기인한 결과이며, 모든 확률파동은 슈뢰딩거의 방정식을 따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리학계는 두 파벌로 양분되었습니다.

한쪽 진영은 새로운 물리학체계(양자역학)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닐스 보어(Niels Bohr)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그리고 원자물리학자 대부분이 포진하고 있었습니다.

반대쪽 진영을 대표하는 인물은 양자역학에 철학적 이의를 제기했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에르빈 슈뢰딩거, 그리고 루이 드 브로이 였습니다.
물리학에 확률이 도입되는 것을 몹시 싫어했던 아인슈타인은 “신은 주사위놀음을 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길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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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슈뢰딩거는 물리학의 주류로 떠오른 양자물리학자들을 일거에 날려버리겠다는 일념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고양이 역설’을 제안했습니다. 그가 설정한 상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이거 계수기(Geiger counter: 입자 검출장치)를 설치한 상자 안에 건강한 고양이 한 마리와 독가스를 채운 유리병, 그리고 우라늄 한 덩어리를 집어넣는다. 우라늄은 불안정한 원자이므로 시간이 지나면 입자를 방출하고, 이 입자가 가이거 계수기에 도달하면 망치가 작동하여 유리병을 깨뜨린다. 이런 식으로 상자 안에 독가스가 유출되면 고양이는 죽게 된다. 이 고양이의 상태를 어떻게 서술해야 하는가?

양자물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할 것입니다.

우라늄이 붕괴되어 고양이가 죽은 상태는 하나의 파동으로 서술되고, 붕괴되지 않아서 고양이가 살아 있는 상태 역시 하나의 파동으로 서술된다. 그러므로 고양이의 상태를 정확하게 서술하려면 ‘살아 있는 고양이 파동’과 ‘죽은 고양이 파동’을 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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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고양이가 살아 있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고양이는 죽은 고양이를 서술하는 파동과 살아 있는 고양이를 서술하는 파동의 합, 즉 살지도 죽지도 않은 중간쯤에 존재합니다. 물론 고양이가 ‘반쯤 죽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고양이는 완전히 건강한 모습으로 멀쩡하게 살아 있거나, 독가스를 마시고 완전히 죽었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내부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한 고양이는 삶과 죽음이 중첩된 세계에 존재하게 됩니다. 바로 이 부분이 역설의 핵심입니다.

살지도, 죽지도 않은 어정쩡한 상태에 놓인 고양이는 거의 한 세기 동안 물리학의 전당에서 가장 난해한 수수께끼로 군림해왔습니다.

이 역설의 코펜하겐 학파의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고양이의 상태를 하나로 결정하려면 누군가가 상자의 뚜껑을 열어서 내부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관측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양이의 파동(죽은 고양이 파동과 살아 있는 고양이 파동의 합)이 ‘붕괴되면서’ 하나의 파동만 살아남고, 고양이의 생사가 하나로 결정됩니다. 즉, 고양이의 존재와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다름 아닌 ‘관측행위’입니다. 양자계에 관측행위가 개입되면 두 개(또는 여러 개)의 파동이 마술처럼 사라지고, 단 하나의 파동만 남게 됩니다.

아인슈타인은 이 해석을 몹시 싫어했습니다. 지난 수백 년 동안 과학자들은 “물체를 직접 관측하지 않는 한, 그 물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유아론(唯我論, solipsism), 또는 주관적 관념론(subjective idealism)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여왔습니다. 이 철학 사조에 따르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마음뿐이며, 물질세계는 마음속에 투영된 관념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조지 버클리 주교(Bishop George Berkeley: 18세기 아일랜드 성공회 주교이자 영국 고전경험론을 대표하는 철학자) 같은 유아론자들은 “숲 속에서 나무가 쓰러져도 그것을 본 사람이 없다면 나무는 쓰러지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마음뿐이며, 물질은 마음속에 투영된 관념에 불과하다.



반면에 이 모든 것을 난센스로 치부했던 아인슈타인은 객관적 실체가 유일한 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이 우주는 인간의 관측행위와 상관없이 단 하나의 유일한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아마도 아인슈타인의 관점에 마음이 더 끌릴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이 볼 때, 이것은 지나치게 파격적인 발상이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의 집을 찾아온 손님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세요. 쥐 한 마리가 쳐다봤기때문에 저 달이 존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양자물리학자에게 물었다면 “yes”라고 대답했을 것입니다.
아인슈타인과 그의 동료들은 보어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양자적 미시세계(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공존하는 세계)와 우리 주변의 상식적인 세계는 완전히 다른데, 이들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자 보어에게서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적 세계와 원자세계를 구분하는 ‘벽’이 존재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쪽 영역에는 상식의 법칙이 적용되고, 다른 한쪽에는 양자적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누가 슈뢰딩거의 고양이 얘기하는 걸 들으면 난 내 총을 꺼낸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세계가 존재할까요?



저는 양자적 현상들을 접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막연히 물질세계와 영적세계는 별개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양자적 현상들을 접하고 나서는 어쩌면 두 세계가 별도의 세계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이며 양자적 현상들이 두 세계의 접점을 보여주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됐습니다.

최근에 이 접점을 설명하는 모델로 ‘홀로그래피’를 알게 되었는데, 그 이론이 설명하는 것에 흠뻑 도취되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죠.

물질세계와 영적세계는 양자역학으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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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을 영적 세계와 연관시키는 것은 회의적이지만 흥미롭긴 하군요

어쩌면 영적세계라는 것도 과학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인지도 모릅니다.
현재의 과학이 아직 설명을 못하고 있을 뿐인지도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많은 양자물리학자들이 양자역학적 세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으로 홀로그램 이론을 꼽을 정도니까요.

홀로그램 이론에 대해 저도 들어본적이 있지만 글쎄요, 현재의 과학이 설명하지 못한다면 공상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자 입장에서는 논리와 직관이 뒷받침 되어야 믿음을 가질 수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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