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끄적 끄적 밀린 일기

in #kr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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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다. 여름 방학에 한국에 가려면 4개월 밖에 남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지방들을 어서 내보내야 한다. 강제 존버가 아니고 강제 다이어트다. 살들아 내 살들아를 외치던 이영자마냥 나도 두팔을 흔들며 지방이들의 가출을 유도해본다. 더 구박을 많이 해야 지방이들이 짐을 쌀것 같다. 그래도 한때는 복근 비스무리한게 있었다고 이러면서 구차하게 변명아닌 변명을 채워본다. 왕년에 잘 나가 보지 않은 사람 있음 손들어 보라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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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동안 집밖에 안 나가기를 해보았다. 성공했다. 일주일만에 외출을 해보았는데 날씨가 많이 변해 있었다. 간만에 외출한 날엔 으레 현기증과 답답증을 느낀다. 세상이 나에게 오랜만이라 반갑게 인사를 하는 통에 정신이 없어서인 것 같다. 나도 반갑다고 인사를 하고 싶었으나 토가 나올것 같아서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히키코모리 신드롬은 아니다. 아닌가. 아니겠지. 아닌것 같다.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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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어릴때 뭐하고 놀았냐고 해서 나는 덤블링을 하고 놀았다고 대답했다. 질문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고무줄 놀이는 안 했냐고 하길래 고무줄을 놓고 덤블링을 했다고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매일 혼자 덤블링을 하면서 놀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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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를 꼽아봤다. 영화를 본지 오래되어서 요즘 영화는 잘 모른다. 예전 봤던 영화중에 "Breaking the waves"(1996)라는 영국 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는 씬별로 번호를 매겨 전개되는 플롯이다. 오늘은 나도 숫자를 써야 하니까 그 영화를 오늘의 인생 영화로 꼽아본다. 스코틀랜드의 보수적인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여주인공 베스는 결혼한지 얼마지 않아 불구가 된 남편 얀을 위해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준다는 내용이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상당히 우울해서 두고두고 생각나는 영화이다.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을 반짝이던 남편의 심리를 당시에는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했었다. 일그러진 사랑의 한 형태라면서... 요즘은 옛날 영화들의 장면이 휙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무료했던 내 삶에 찾아온 가뭄의 단비같은 순간들이다. 그 영화를 보던 시절의 나의 풋풋했던 모습과 앳된 얼굴, 순수한 청춘의 고뇌, 영화학도가 되고자했던 열정들까지도 한꺼번에 다가오는 순간. 오래 살면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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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가슴살을 네덩어리나 삶았다. 역시 다이어트엔 닭가슴살 만한게 있나 이러면서 본격적인 다짐을 해본다. 닭이 삶아지는 동안 운동 계획을 세워봤다. 일단 운동시간을 30분에서 1시간으로 늘려야겠다, 서킷 트레이닝을 타바타 형식으로 해야지, 근력운동의 비중은 50퍼센트로 등등. 닭이 삶아지는 냄새가 온 집안 가득이다. 강아지가 제밥은 거들떠도 안보고 콧구멍을 큼큼거리며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렇지. 녀석이 제일 좋아하는 거지. 잠시후 우리는 각각 한덩어리씩 차지하고 앉아 걸신들린 개와 사람마냥 먹어치웠다. 그리고 너무 졸려서 나란히 등을 맞대고 누워 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니 또 배가 고팠다. 녀석은 또 입맛을 다시며 코를 큼큼댄다. 역시 다이어트의 정석은 내일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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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4층에 야외 주차장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곳인데 바람이 무척 잘 불고 달을 구경할 수 있어서이다. 바로 길건너에 새로운 아파트가 건설중이다. 처음엔 저층이려니 했는데 순식간에 고층으로 변신해 가고 있다. 점점 높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는건 기분 탓인가. 저 건물 때문에 이번 보름달 구경을 실패했다. 흉물스런 저 놈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한 각이 달이 떠오르는 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제 당분간은 달과 바이바이다. 이사를 가야하나. 아마 새로 짓는 저 아파트로 이사해야 할것 같다. 나의 달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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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며칠간 출장을 갔다. 고맙게도 맥주 10캔을 냉장고에 채워주고 갔다. 남편의 부재는 나에게 한가지 해야 할 일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새벽부터 분주하게 남편의 수백마리의 생명체(물고기)들에게 밥도 주고 말도 걸어주고 산소도 공급해주고 미생물제재도 뿌려주고 할일이 제법 된다. 녀석들은 교육을 얼마나 제대로 받았는지 "밥 먹자" 소리에 맞춰 수족관 앞쪽으로 몰려 온다. 내 말이 들리는 걸까. 사람 말을 알아 듣는 물고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암튼 예의바름으로 치자면 우리집 두 사춘기 아들들보다는 나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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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 거울을 장만했다. 일부러 거울을 보는 시간을 늘려 보기 위함이었다. 나는 9개의 얼굴을 가진 히드라인 걸까. 처음엔 우글쭈글 세월의 흔적부터 보였다. 어떤 날은 불만으로 똘똘 뭉친 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또 어떤 날은 현실과 부조화를 이룬 몽상가의 모습도 보였다. 또 어떤 날은 미지의 세계에서 튀어나온 듯한 순수의 실체도 보였다. 나는 이 나이에도 내가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르겠다. 이것이 거울을 들여다 보는 최고의 재미이다.

9

깜짝 선물을 받았다. 맥심모카골드 커피믹스. 한국에 있을 때는 관심도 없던 건데 외국에 살면서 이것만큼 한국스러운게 또 있나 싶은 아이템이다. 믹스커피 몇 봉지로 며칠 동안은 행복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 진짜 맛있다. 이 오묘한 달콤함의 진수는 그 어느 커피숍에서도 맛볼수 없다. 짜장면이나 삼겹살을 먹고 난후 커피믹스로 기름진 목구멍을 스윽 닦아 줄때야 말로 최고의 순간이지 싶다.

10

레몬그라스티를 마시고 있다. 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뭐라 표현할수 없는 이 맛이 자꾸자꾸 손이 가는 새우깡같다. 10을 채우면 스팀잇 글쓰기를 누르려고 했는데 드디어 10이 되었다. 나에게는 일종의 강박증 같는 것이 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순간부터 그것을 꼭 하지 않으면 미치겠는 그런 것이다. 그런데 주로 먹는 데에 온다는게 크나큰 함정이자 딜레마이다. 오늘도 글쓰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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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물은 커피믹스란 것이 정답이었군요..
거울을 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네. 커피주시는 분들 무척 고맙죠 ㅎㅎ 저는 거울볼때 그냥 말하고(혼잣말 ㅋㅋㅋ) 표정짓고, 포즈취하고, 거의 광녀 수준이네요 ㅋ

다이어트는 힘들어요 ㅠ

네. 평생을 해야죠 ㅋ

닭가슴살은 그냥 생 닭가슴살로 드시나요? 아니면 따로 삶은 후에 추가적으로 무엇을 하시나요? 저는 그냥 닭가슴살 먹기에는 너무 퍽퍽하고 그래서 시중에서 훈제로 파는 제품을 사서 먹고 있네요

저는 그냥 삶아서 생야채에 비벼먹거나 그냥 밥 반찬으로 소스에 찍어 먹거나 야채에 볶아 먹거나 해요 ㅋㅋㅋ 왜캐 맛있죠? 많이 먹는다는게 함정이여요 ㅠㅠ

지금 맥심커피 타마시고 있는데 딱 이글을 보다니...!ㅎㅎ
일주일 집 안나가기 저도 왠지 잘할 수 있을것같아요 ㅎㅎ

오! 시농님과 찌찌뿡을 하다니요 ㅎㅎㅎㅎㅎ 일주일 집 안나가기 추천해드리고 싶진 않네요. 어지러워요 ㅋㅋㅋㅋㅋㅋ

가치관의 고민은 계속되나봐요~ 거울을 보면서 고민하셨을 모습이 떠오르네요!

고민이라기보다는 거울 놀이에 가깝죠 ㅋㅋㅋㅋ

저의 다이어트는 오늘보다 더 나가지 않기가 목표네요
하루하루 신기록을 갱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ㅠㅠ

어멋! 반가워라 ㅋㅋㅋ 저도저도 그래요 ㅋㅋㅋ

커피는 역시 믹스죠!! ㅋ

ㅎㅎㅎㅎ 사랑이죠!

ㅎㅎㅎㅎ 전 살면서 복근이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ㅇㅅㅇ;;;; ㅋㅋㅋㅋㅋㅋㅋ

맥심 모카 골드는 저도 매일 애용하는 최고의 커피 입니다.ㅋㅋ 정말 최고예요~!!

ㅍㅎㅎㅎㅎ 금손에 복근까지 가지시면 욕심쟁이죠! 맥심커피는 조미료를 타지 않았나 의심했던적도 있더랍니다.ㅋ

긴 글 순식간에 읽히네요.. 생활속 소소한 감정이 잘 전달됩니다 ㅎㅎ...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 이러고 살고 있네요 ㅋ

헉 4개월 뒤에 한국오시나 보네요.ㅎ 에빵님 보고 싶은 스팀잇분들 많을듯.ㅎㅎ
에빵님의 인생영화라고 하시니... 저 영화는 꼭 봐야겠네요..핸드폰에 우선 적어놓고. 아 저두 집 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와서 제 전망을 망쳤던 적이 있어요.. 진짜 심각하게 이사를 고민하다가 결국 이사감.ㅎㅎ
다이어트 꼭 성공하시길~~ 아니 내일이 꼭 오시길~~ ^^

그 영화 예전 감성으로는 좋았는데 지금 보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아주아주 지루한 영화거든요 ㅋㅋㅋㅋ 추천하진 않아요. 다만 플롯이 숫자라서 어제의 인생영화입죠 ㅋ 일기에 하나씩 소개해볼까 해요... 물어본사람은 없지만서도 ㅋㅋㅋ 저도 만나보고 싶은 분들은 있지만 부끄러워서 못해요. 아마 입 꽉 붙이고 말도 못하고 술도 못 먹을걸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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