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사회>로 바라본 책방 문화

in #kr6 years ago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리고 있는 <커피사회> 전시를 다녀왔다.

우리나라 커피 문화의 변천사를 돌아보는 전시로 약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커피를 마시는 방식과 공간의 특성이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커피는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서 근대 문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서양식 음료를 상징했고, 예술가와 문인들이 만나 교류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또한, 커피를 마시는 공간은 다방에서 찻집, 카페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반영하고 문화를 담아냈다.

전시를 보면서 느낀 점은 커피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곳에 모여든 사람들은 문화와 예술을 논하는 문인, 화가, 감독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커피 문화는 책방 문화와 매우 닮아 있고, 많은 교차점을 지닌다는 점에서 책과 커피 그리고 공간이라는 것을 버무려 함께 이야기해볼까 한다.






사회적 관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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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다방은 일본인에 의해 문을 열었지만, 1930년대 경성에는 많은 모더니스트 예술가들이 다방을 드나들며 나름의 방식대로 커피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의 의미가 무엇이었길래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시간을 향유했을까. 제비다방을 비롯한 여러 문예다방은 우리나라 근대를 맛보게 함과 동시에 그들이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방식과 분위기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여러 소설과 에세이 속에 묘사된 커피의 맛과 다방에서의 일화들은 퍼즐의 조각처럼 나뉘어 책 속에 존재한다.

5-70년대에는 대학가 중심의 음악다방이 활발했고, 다방 DJ가 등장했다. 77년에 최초로 커피 자판기가 등장했는데, '벽다방'이라고도 불렀다는 점이 흥미롭다. 찻집과 프랜차이즈 카페 시대를 지나, 지금의 카페는 어떤 문화를 담아내는 공간이 되고 있을까. 커피의 취향은 세분화되었고, 음료도 공간도 비주얼에 민감해졌다. sns에서의 파워가 곧 카페의 인지도를 말해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큰 변화는 개인의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의 다방은 만남의 장소이자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살롱의 역할이 주요했지만, 요즘의 카페는 우연한 만남보다는 사적인 시간들을 존중한다. 다른 테이블의 누군가와 말을 섞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고, 맛보다는 멋이 중시된다. 그러나, 힙한 비주얼의 인증샷은 SNS의 관계망을 더욱 돈독히 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그렇게 카페라는 공간은 사람들의 관계 맺는 방식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영감과 교류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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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 개인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해 가면서 대화와 소통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 중 하나가 독립서점이 되었다. 대부분의 독립서점들은 책을 중심으로 독서모임이나 강연, 공연 등의 다양한 문화적 행사를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새로운 영감과 문화적 교류가 이루어진다. 공간의 성향이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하고, 비슷한 삶의 방식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 다른 생각들을 공유한다. 책과 그림, 사진과 영화를 탐닉하는 사람들은 서로 관심사를 이야기할 사람들을 찾고, 그렇게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나간다. 과거보다 훨씬 더 독립적인 개인들은 개별적이면서도 또 군집이 되어 여기서 모이고, 저기서 모인다.

경성 최초의 서양식 레스토랑이 자리했던 구 서울역 역사 내 2층은 커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거대한 등받이가 연결된 의자들은 과거에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던 대합실 의자를 상진한다. 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이 만들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것이 묘하게 유대감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군중 속에 혼자 앉아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적절한 소음이 유지될 수 있는 건 공간의 힘인 듯했다.






책과 커피가 있는 공간, 그리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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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열차가 바라다 보이는 건물 내 복도에는 커피와 카페에 관련된 책들이 큐레이션 되어 있었다. 이 전시의 메인은 아닌 듯했으나, 1층에서 근대의 다방을 만나고 2층에서 카페'대충유원지'의 아메리카노를 맛본 후에 골라서 읽어보는 책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흥미의 역할을 충분하게 해주고 있었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에서부터 '바리스타는 왜 그 카페에 갔을까'에 이르기까지 커피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대와 분야, 주제를 아우르고 있었다. 배움과 놀이, 경험과 예술이 혼합된 전시에서 마주하는 큐레이션은 꽤나 효과적이고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식의 책 큐레이션이 좀 더 본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전시나 페스티벌이 열린다면 어떨까. 책 자체가 주제가 되어도 좋지만, 다양한 문화와 삶의 방식에 대한 어떤 주제여도 상관없을 것 같다. 리사이클링을 중심으로 관련된 브랜드와 책이 함께 묶여도 좋고, 살롱을 주제로 삼은 살롱도 즐거울 것 같다. 이야깃거리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물건과 책들이 함께 모인다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굳이 읽기 어려운 책과 가벼운 책을 단편적으로 나눌 필요도 없다. 흥미로운 주제 안에 여러 형태의 책들이 다양하게 편집된다면, 더 다양한 문화가 증폭될 수 있을 것 같다.

독립서점에 가는 사람들은 주인에게 책 추천을 부탁하기도 하고, 독서모임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하며, 공연을 관람하기도 하면서 흥미로운 기획을 눈여겨본다.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책은 매개체가 되는 것이지 그 자체로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책이라는 것에 무거운 의미부여를 할수록 책은 어렵고 싫은 존재가 되기 마련이다.

책과 커피,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에서 다시 마주하고 싶은 것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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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가 주제가 되어도 좋지만, 다양한 문화와 삶의 방식에 대한 어떤 주제여도 상관없을 것 같다. 리사이클링을 중심으로 관련된 브랜드와 책이 함께 묶여도 좋고, 살롱을 주제로 삼은 살롱도 즐거울 것 같다.

기획전시를 하는 친구에게 이러한 아이디어를 전해줬는데, 제 생각과 같으시군요 ㅎㅎ 긍정적으로 친구가 검토해주면 좋겠어요.

오, 좋은 전시나오면 알려주세요:)

P: 님~ 안녕하세용 ㅎㅎ 뽀돌입니다
혹시 불소소 오프라인 모임이 계획하고 계신가요?
제가 아는 분께 말씀드렸는데 ~ 공간을 무료로 대여가능하다고 해서
자주 가시는 홍대랑 연남동쪽이에요. 차는 커피는 무료로 드실 수 있으세요.
부수적인 부분은 협의가 필요할 것 같고요 시간 괜찮으시면
매장에 오셔서 공간 보시고 회의 함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요~
상호 : 누룸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181-6 1층.
전화번호 : 010 7265 7006

감사해요 뽀애님! 연락드리고 방문해볼께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해요. :)

ㅋㅋㅋ 불소소 이번엔 꼭 갈꺼에요!!

ㅋㅋ드디어 뵙는건가요! 지금 따로 준비 중인 곳이 있어서 소개해주신 곳은 그것과 별개로 새로운 모임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ㅋㅋㅋ 무료로 해달라고 협박했습니다. ㅋㅋㅋ 넵넵~ 새로운 모임 정말! 기대되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시 라고 생각이 드네요.
커피 한잔 먹는 동안 생각 책을 읽으며 생각!
디클릭 애니.gif

어렵지 않고 친근한 전시라서 더 즐거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ㅎㅎ

책을 보면서 ... 졸린 기운을 커피로 이겨내는 느낌의 공간...!?

ㅋㅋㅋㅋ졸립진 않았어요!

요즘 제가 핸드드립 커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여기에 커피 관련 책이 많이 있네요.^^

저도 핸드드립 좋아합니다! 커피덕후들이 좋아할만한 전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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