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 원고를 마치고

in #kr4 years ago (edited)

미친물고기 식당을 접고 새로운 일을 찾았지만, 그리고 그 일이 생각보다 내 적성에 잘 맞는 일이었지만 마음속 후회를 말끔하게 씻어낼 수가 없었다. 2년간 정성 들였던 일이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을 때의 절망감, 그동안 나를 지지해주고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 빨간 불이 들어온 시점이 언제였는지 되새기며 그때 좀 잘할 것을... 하는 회환 등으로 마음이 어지럽고 불편했다.

이 모든 것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내린 처방은 불편하지만 실패의 경험을 정리해서 글을 쓰는 것이었다. 브런치에 몇 개의 글을 올렸지만 지속하지 못했다. 그대로 세월이 훌쩍 흐르면 정리도 제대로 못한 아쉬움이 또 남을 것만 같았다. 뭔가 강제하며 나에게 '마감시한'을 던져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그때 퍼블리가 생각났다. 물론 차곡차곡 원고를 써서 출판해 줄 곳을 찾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퍼블리를 이용해 본다면 내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더해졌다.

퍼블리에 작가 지원서를 냈다. 양식이 잘 갖춰져 있어서 가이드대로 쓰면 되었다.

저자 지원 후 담당 매니저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렇게 처음 담당자를 만난 것이 3월, 프로젝트 런칭이 5월, 이제 3일 후면 전체 콘텐츠가 발행된다. 퍼블리를 통해 "전자책"을 발간하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퍼블리를 통해 여러 가지를 맛보았다.

publy project.jpeg

크라우드 펀딩의 매운맛

퍼블리에 저자 지원을 하고 주제가 선정되면 우선 예약 구매 페이지가 마련된다. 프로젝트 목표액 (대개 100만 원)을 정해 놓고 관심 있는 사용자들이 구매를 할 때마다 목표액이 채워지는 형태이다. 제품 출시 전에 와디즈나 텀블벅 등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미리 사용자를 모으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100%가 달성되지 않으면 그 프로젝트는 성사되지 못한다. 발행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 명, 한 명 구매자의 후원으로 목표 금액이 조금씩 채워지는 경험은 입안이 얼얼한 청양고추처럼 알싸하게 매운맛이었다. 중독성도 있다. 처음 며칠간은 계속 퍼블리 예약 구매 페이지를 드나들며 얼마나 더 늘었나를 보게 되었다.

3일 남은 현재 124%. 겨우 발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그래도 100%를 넘기면서부터는 기획서 만으로 구매를 선택해준 독자들을 위해 열심히 원고에 매달렸다.

온라인 글쓰기의 새콤한 맛

처음 블로깅을 시작했을 때 기자를 했던 경험 때문에 오히려 불편했던 기억이 있다. 기사는 대체로 6하 원칙에 입각해서 객관적으로 써야 하는 글이라면 블로그 글은 좀 더 주관적인 생각과 감정이 더해져야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글이다. 글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적응의 기간이 상당기간 필요했다.

마찬가지로 블로그 포스트는 써봤지만 조금은 긴 숨으로 써야 하는 원고에 적응하기 위해서 약간의 어지러움을 겪어야 했다. 책보다는 가볍게, 그러면서도 한 챕터가 완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써야 했다. 새콤한 레몬처럼 혀끝에 닿았을 때 진저리 쳐지는 신맛, 그것과 비슷하달까.

그래도 편집의 과정을 거쳐 멋진 페이지로 구성되니 신 맛은 역시 식욕을 돋우고 활기를 주는 맛이려니 싶다.

구글 드라이브로 완성되는 협업의 구수한 맛

퍼블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경험 가운데 하나는 분업과 협업의 조화로움이었다. 기획부터 편집, 제목 등등 각기 다른 업무를 맡은 담당이 있었고 나를 포함해 모두 구글 드라이브로 파일을 공유하며 일을 했다.

중간에 편집 회의를 행아웃으로 진행하는 '스타트업스러운' 경험도 있었다.

이전에도 구글 드라이브를 사용해 보았지만 단순히 파일 공유를 넘어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드라이브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오래도록 생각날 그런 구수한 맛이었다.

디지털 콘텐츠를 고민하는 살짝 쌉싸름한 맛

퍼블리 프로젝트를 하면서 퍼블리 페이지를 여러 차례 들락 거렸고 인기 있는 콘텐츠, 새로운 기획이 돋보이는 콘텐츠들을 많이 구경하게 됐다.

옆에서 지켜본 퍼블리는 디지털 콘텐츠의 새로운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작은 커뮤니티라는 생각이 든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콘텐츠는 쏠림도 심하고 예측이 어려운 참 어려운 사업이다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빨리 변하고 우리는 그런 곳에 적응해야 하니 콘텐츠 소비를 할 수밖에 없으리라 믿고 싶다.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고 경험해야 하고 변화해야 하는데, 학교는 겨우 20대 중반에 졸업을 한다.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책으로 공부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을...

전체적으로 즐거운 경험이었다.

마지막 남은 3일,

미친물고기 실패담을 읽고 싶으시다면 예약 페이지로!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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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보니 저 또한 퍽이나 마음이 쓰릴듯한 내용들이지만;;; 예약했습니다. 간만에 퍼블리 로그인하네요. ^^

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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