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읽고 싶어지는 문장들 #7]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오랫동안 필사해온 노트를 잃어버렸어요 :(
언제나처럼 까맣게 잊은 어느날에 나타나려나봐요
저번 포스팅에 김애란의 비행운 이야기를 했었죠
사실 김애란이 쓴 글 중 제일 좋아하는 건 따로 있지만...
오늘 가져온 건 그녀가 쓴 것 중 가장 유명한 소설이에요:)
강동원, 송혜교 주연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던
'두근두근 내 인생'입니다
#7 두근두근 내 인생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이것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이야기다.
열 일곱살에 부모가 된 젊은 엄마아빠와,
조로증에 걸린 그 아들의 이야기에요
<1>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네가 뭘 해야 좋을지 나도 모르지만, 네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좀 알지."
"그게 뭔데요?"
"미안해하지 않는 거야."
"왜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할 수 있다는 건,"
"네."
"흔치 않은 일이니까....."
"......"
"네가 나의 슬픔이라 기쁘다, 나는."
"......"
"그러니까 너는,"
"네, 아빠."
"자라서 꼭 누군가의 슬픔이 되렴."
<2>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라는 말, 예전에는 나도 참 싫었는데,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먼 곳에서 건네주는 따뜻한 악수가 먹먹했다. 터무니없단 걸 알면서도, 또 번번이 저항하면서도, 우리는 이해라는 단어의 모서리에 가까스로 매달려 살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인간은 이렇게 이해를 바라는 존재로 태어나버리게 된 걸까? 그리고 왜 그토록 자기가 느낀 무언가를 전하려 애쓰는 걸까?공짜가 없는 이 세상에, 가끔은 교환이 아니라 손해를 바라고, 그러면서 기뻐하는 사람들은 또 왜 존재하는 걸까.
<3> 천천히 걸어도 돼
"엄마."
"응?"
"사람들이 우릴 봐요."
어머니는 나와 함께일 때 어디서든 서둘러 걷는 법이 없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을 텐데, 지하철이든, 재래시장에서든 당신 보폭을 지키며 자연스레 걸었다. 오히려 재촉을 하는 것은 내 쪽이었다. 어머니의 곤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싶어, 걸핏하면 치맛자락을 잡아끌곤 했다. 오늘도 나는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으니 빨리 좀 가자고 어머니를 채근했다. 하지만 그게 좀 부자연스러웠는지, 어머니는 가던 길을 멈추고 상체를 숙여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아름아."
"네?"
"너 언제부터 아팠지?"
"세살요...... 엄마가 그렇다고 했잖아요."
"그럼 얼마 동안 아팠던 거지?"
"음, 십사년요."
"그래, 십사년."
"......"
"근데 그동안 씩씩하게 정말 잘 견뎌왔지? 지금도 포기 않고 이렇게 검사받고 있지? 다른 사람들은 편도선 하나만 부어도 얼마나 지랄발광을 하는데. 매일매일, 십사년, 우린 대단한 일을 한 거야. 그러니까....."
"네."
"어머니가 목소리를 낮추며 부드럽게 말했다.
"천천히 걸어도 돼."
영화는 안 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소설이 더 나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영화 리뷰만 봐도 ㅠㅠ)
사실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것 없지만, 서사를 이끄는 문장의 힘이 굉장하거든요
깔끔한 문장과 풍부한 표현... 훌륭한 개연성...
한국 문단이 선호하는, 백일장 심사의원이 가장 좋아하는 문체! (?)
괜히 문예창작과 지망생에게 김애란 소설은 필수란 말이 있는게 아니죠:D
한번 읽으면 다 읽을 때까지 멈출 수 없는 소설이에요^^
저는 이런 감성적인 내용에 너무 약해서...
내용을 다 알고도 볼때마다 울게 되네요
눈물 마를 날이 없는 도러블이였습니다
I cant read this LOL, but I up voted you anyway, have an awesome day!

WOW thank you robertchr!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