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소환된 "8월의 크리스마스"

in #kr7 years ago

어제의 삽질이후,
@darkn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탈력과 현자타임”이 와서
잠시 코인에 대한 생각(집착?)을 접고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세를 가끔 확인한다!)

Aug_Christmas.jpg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감독, 1998]
(20년 전 심은하 예쁨 주의!)

20년전 영화가 갑자기 소환되었다.
며칠 전 “음악의 공존 - 더 마스터”라는 프로그램에서
테너 김우경과 팝페라 가수 카이가 같이 부른 영화의 주제가를 보며듣다가
나도 모르게 돋는 눈물을 숨겼다.
(아내와 어린 아이들에게 눈물 보이는게 싫고 부끄러웠다.)


(맑고 중후한 목소리, 꼭 감상하길 추천드려요)

영화의 세세한 내용이 기억나진 않는다.
영화가 막 나왔을 무렵, 극장인지 비디오방인지에서 누군가와 영화를 봤고,
한석규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준비하는 장면,
그리고 심은하가 닫힌 사진관에 섭섭해하는 끝장면 등이 기억난다,
그리고 그땐 삶을 혼자 정리하는 사진사의 마음이 잘 공감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로부터 20년 후,
나는 변했다.
1998년까지 나는 아주 부자는 아니어도 적당히 돈 걱정 없는 집에서, 공부 잘해 좋은 대학 가고,
과외로 용돈벌던, 실패와 고통을 모르는 삶이었다. (연애는 잘 안되었지만)
1998년 이후
군대에서 고삼차 이상의 쓴 맛을 맛본 후 타인의 고통/힘듬에 감정이입이 원활해졌고,
외국으로 건너와, 그동안 당연시했던 말/언어/소통의 중요성을 실감했으며,
부모님의 보증 문제로 돈의 중요성을 절절히 느끼게 되었고,
결혼을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고,
아이들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이 각인되었으며,
피할 수 없는 학력 인플레이션, 그 속에서 맞닥뜨리는 취업난에 ‘나’라는 인간의 장점이 뭔지 고심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리곤 “8월의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눈물을 짓... 을 뻔 했다.

죽음이 점점 무겁게 다가온다.
지인 중 이제 세상에 없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그리고 그들이 가끔 그립다.
가끔 혼자 망상에 빠질 때가 있는데,
나나 아내 혹은 아이들이 교통사고나 뭐 이런 일들로 인해 갑자기 사라지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곤 소스라치며 놀라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지금, 잃을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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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가 벌써 20년 전이군요... 앞으로 20년 후엔 어떻게 되어있을까요...

20년 후엔 아마도...
환갑을 맞이하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가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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