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 13. 행복이 주는 불안함을 아나요? : @dianamun @yslee

dianamun (58)in #kr • 6 years ago

내가 글 쓰고 네가 그림 그리고

13. 행복이 주는 불안함을 아나요?

행복이 충만할 때 역설적으로 가장 불안함에 갇히게 된다. 행복하면 할수록 불안감이 같이 높아지는 이유는, 행복을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며, 너무 좋기 때문에, 혹은 더 갖고 싶기 때문에, 지금의 행복이 끝나는 것이 가장 두려워지는 것이다. 달콤한 사탕이 입 안에서 녹아가는 기분은 실로 안타깝다. 달콤하지만 곧 사라질 그 달콤함. 무엇이든 영원하지 않다, 라는 걸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스무 살이 넘어서 처음으로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가장 행복한 그 순간에 나는 가장 불안했으며, 가장 두려웠다. 나는 그 불안함을 견디지 못해 울었고, 나는 그에게 나의 불안함을 이야기했다.

나는 행복한 적이 별로 없었고, 그래서 그 행복을 내가 가져도 되는지 몰랐다. 이십 대 초반의 나는 그랬다. 그래서 힘들었고, 그래서 복잡했다. 그 행복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나는 무엇이라도 붙잡으려고 노력했고 그 사랑에 나의 모든 것을 올인 했다.

그 사랑이 멈추고 행복도 멈췄을 때, 나는 절망했고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오로지 그 행복만을 위해서 나의 모든 것을 바쳤는데 내 뜻대로 이루어진 것이 단 한 개도 없었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몰랐고 그저 멈춰있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내 인생이 일부 망가졌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는 다시 불행해졌다. 내가 집중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고 사회가 원하는 트렌드에 맞춰서 자기계발에 힘썼다. 트렌드는 사실 금방 또 바뀌었지만, 자기계발이라는 트렌드에 맞춰 나는 변할 수 있었다. 내 인생은 예뻐지기 시작했고, 조금 더 밝아졌다. 나는 그 사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와 연관이 있는 모든 남자들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여자가 되고자 노력했다. 아니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혼자여도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리고 한 사람이 나타났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에 들어와서 내 인생에 같이 합류한 이 사람을 보면서 나는 몇 번이나 생각했다. 만약 스무 살의 내가 이 사람을 만났더라면 나는 아마도 이 사람과 오래 사귀지 못했을 거라고 말이다. 그 사람이 없을 때 물론 나는 외롭다. 하지만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만큼의 외로움은 아니다. 나는 이제 혼자 있어도 외롭지도 불안하지도 않은 온전히 나라는 사람으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싱가포르에 와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이 정말 오랜만이고 나의 감성을 오롯이 혼자만 가지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어제는 느닷없이 첫사랑의 꿈을 꿨다. 잘 살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뿌듯했다. 내가 사랑한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이 스스로 느끼기에도 따듯했다. 내가 사랑한 모든 사람들이 잘 되기를. 그리고 온전한 나의 모습을 만들어 가기를 오늘도 나는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