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CryptoWorld) - 2. 16세기의 광부와 21세기의 광부
‘채굴’이란 단어가 유럽식민지시대 이후 이렇게 까지 hot 한 단어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15세기 이태리의 비지니스정신 투철한 항해사, 콜럼버스가 당시 유럽의 최고 강대국이던 스페인 정부의 자금보조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본인이 아시아대륙을 찾아내어 황금을 원없이 스페인왕실에 갖다주겠다고 한 서약때문인데 사실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지만(콜럼버스는 아이티와 도미니카 공화국 섬과 그 근처를 샅샅이 뒤졌지만 금은 나오지 않았다.)
그 이후에 다시 온 스페인사업단들이 남미쪽으로 내려가며 노다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16세기 스페인사업단은 아프리카로 부터 1년에 약 천명의 노예들을 대거 데려와 금을 캐기 시작한다. 그 때 남미에서 아프리카 노예들에 의해 캐어져 유럽으로 가져간 금은 총 5톤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로선 스페인의 경제구조의 근간을 흔들만큼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유럽은 당시 얼마나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느냐로 그 국가나 왕조의 부를 가늠하고 있었다. 지금의 경제인과 정치인이 서로 공생하며 밥그릇을 챙겨주는 것처럼 왕권과 교황권도 서로 공생했던 당시에는 성당 안에 얼마나 많은 금으로 도배를 하느냐로 자신들의 권력이 어느정도 되는지를 과시하는 매개체로 삼았고, 엄청난 양의 금을 보관하는 데 이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었던 것 같다. 신성불가침의 지역에서 어느 누가 감히 금을 떼어 가겠는가, 지옥에 떨어지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실제로 당시 사람들은 지옥에 가는 것이 두려워 교황이 발행한 면죄부도 샀을 정도니 교황권은 왕권보다도 높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금이 화폐로서 대중적으로 쓰인 것은 나중의 일이다. 1800년도 중반이 되어서야 금화와 은화가 대량 주조되어 꽤 오랜 기간 법정화폐로 쓰였는데 1930년도가 되면서 미국이 1달러당 특정 수량의 금을 담보해 주는 금본위제를 택하며 종이돈으로 대치되었고 금과 은은 금고로 들어가거나 녹여져 장신구로 이용되었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 말에 금을 캐러온 유럽인들이 있었다. 사실 금에 대한 유럽인이 내리는 가치를 정확히 모르고 있던 조선인 광부들은 캐어놓은 금에 눈빛까지 바뀌며 ‘노터치’ 라고 소리치는 유럽인들이 희한하게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광부들은 제대로 일당은 받고 일했을까? 금이 채굴되는 곳은 강가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굴 속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 오래 작업을 하게 되면 건강상 문제를 겪게 되고 수명도 단축된다. 유럽인들은 이렇게 값싼 노동력으로 얻어낸 금으로 아마도 수 백배의 이익을 남겼으리라.
싼 노동력은 언제나 인류를 부패하게 하는 것 같다. 값싼 노동력과 중간상인을 거쳐 비싸게 팔리는(그 비싼 정도가 몇백배 몇천배를 얘기하는 것임) 원료는 항상 짝으로 인류를 병들게 해왔다. 미국 남부의 목화가 그랬고, 중동의 오일이 그랬고, 남미의 커피가 그랬고, 아프리카의 카카오가 그렇다. 그리고 금도 그 리스트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누군가의 눈물이 들어간 제품들은 언제고 반드시 세대가 바뀌는 한이 있어도 그 consequence(함께 따라오는 결과) 를 치뤄야 한다고 난 믿는다.
이제는 광부들의 시대다. 금광의 광부가 아니라 cryptocurrency(암호화폐)의 광부다.
이들은 밤낮으로 기계를 돌려 암호화폐 동전을 채굴한다. 그리고 그렇게 채굴한 동전은 온전히 누구와도 나누지 않고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는 그들의 것이 된다. 중간상인없는 생산자, 생산자들의 드림 아닐까?
나는 풋! 하고 웃음이 났다. 16세기에 남의 나라로 강제로 끌려와 댓가를 보상받지 못하고 일하던 아프리카인들의 아픔섞인 웃음소리가 들렸고, 파란눈을 번쩍이며 ‘노터치' 라고 소리치는 유럽인의 호령을 들으며 일했던, 그 순진했던 조선인들의 고소하다는 웃음소리도 들렸다. 16세기의 광부가 시간을 초월해 21세기의 광부로 진화한 것처럼 내겐 느껴져서 나온 웃음이다.
지구의 모든 시민들은 연결되어 있다. 이 연결은 공시적으로만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통시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인간끼리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 이 지구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체와도 연결되어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말이다. 우리가 p2p 로 연결될 때 내가 하는 행동의 consequence 는 빛의 속도만큼 빨리 저쪽에서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이 건강하고 건전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케케묵은 것들이 빛을 받아 드러나고 도마위에서 난도질을 당할 지언정 더이상 썩어서 주변을 곪게 만들고 암덩어리가 되어 지구 저편에서 떠올라 민폐를 끼치는 일은 없을 거라고 희망하고 있다.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CryptoWorld) - 1. 사람들은 왜 열광하는가?>>
https://steemit.com/kr-cryptocurrency/@ddd67/cryptoworld-1
<<내가 바라 본 크립토월드 - 3. 새로운 시대의 신개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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