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We Cam] 1. 첫 연행의 기록. 제주 강정마을

in #kr6 years ago (edited)

꽤나 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스팀잇 첫 글 (https://steemit.com/kr/@daramzi/5kjavi) 에서 말했던, 침몰하는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전의 일을 정리함으로써 망가진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시리즈 연재글이 될 예정입니다.
글의 초점은 제가 다뤘던 사회적 이슈보다는 저 자신에 맞춰질 것입니다.
글은 빠르게 읽으셔도 좋습니다만 사진은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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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강정마을을 아시는지요?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정부 및 공권력과의 충돌, 마을공동체의 분열과 갈등이 일어난 아름다운 바닷가의 작은 마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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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 보도사진가를 꿈꾸며 사진을 공부하던 저는 카메라와 흑백필름을 챙겨 무작정 제주도 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강정마을로 향했죠.
옛날도 아닌데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왠 필름이냐 싶겠지만 당시 존경하던 사진가들의 흑백 작업을 마음 깊이 동경했고, 또한 개인이 집에서 직접 현상하고 인화하기 쉬운 편에 속하는 흑백필름은 배움의 과정으로 굉장히 적절했습니다.
사진이 만들어지는 아날로그적 프로세스(촬영-현상-인화)를 전부 직접 통제할 수 있었으니까요.

일주일 간 20여통의 필름으로 촬영하고, 서울에 올라와 집에 틀어박혀 현상과 스캔을 마친 뒤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필름을 산 후 다시 강정마을로 내려가 촬영을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작업할 시간이 많지 않아 2달밖에 찍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함께 하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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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은 서로 갈라지고 공권력과 싸우는 과정에서 그 모습은 망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니까요. 개인 개인은 무력했지만 전국에서, 세계 각지에서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마을에 찾아와 힘을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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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국가적 정책과 사업에 저항하는 일은 한 개인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사람들의 '연대' 입니다. 저는 종교는 없지만 사람들 속에 있는 어떤 '선함'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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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은 막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투쟁이 실패한 것일까요? 그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싸우지 않았다면 순식간에 터전을 잃고 쫓겨났을 마을 주민들은 그 상대가 국가라 할지라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방방곳곳에서 찾아온 시민들은 이들과 함께 하며 당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을공동체가 상처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에서도 큰 도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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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갈등과 싸움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가 성숙해지리라 믿으며 지나온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상처와 피해를 입는 사람과 집단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이를 기억하는 게 역사적 의무겠죠.
이것이 저의 작업이자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합니다.


처음엔 몰랐습니다. 저는 사진가니까, 예술가이자 목격자이자 기록자니까, 제가 어떠한 피해자이자 억압받는 주체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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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피사체의 심장박동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습니다.
제 스타일입니다.
전설적 보도사진가 로버트 카파의 명언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럼요.
그렇기에 직접적인 충돌의 현장, 즉 시위 현장에 함께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위험을 감수하며 카메라를 들고 뛰어들어갑니다.
저는 겁쟁이가 아닌 사진가니까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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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는, 제가 공식적인 매체에 속한 사진기자가 아닌 프리랜서 나부랭이라는 겁니다.
저를 지켜보는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는, 특히 경찰의 입장에서는 사진을 찍는 제 모습이나 시위하는 사람들이나 다를 게 없어보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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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는 2012년 초 제주 강정마을에서 사진을 찍다 경찰에 의해 두 번이나 연행을 당합니다.

사실 경찰에 연행되는 건 정말 별 게 아닙니다. (몇 번 당해보면 그러려니 합니다.) 그냥 유치장에 이틀 정도 있다가 나오게 되고 후에 검찰에 기소되어 벌금형이 선고되거나 그 정도일 뿐이죠.

당시엔 그 기간에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제일 억울했습니다. 여기 갇혀있으려고 제주도까지 내려온 게 아닌데 말이죠!

하여간 경험도 경력도 없는 놈이 부주의하게 카메라를 들이댄 게 잘못이니 이것도 다 배우는 길이다 생각하며 자그마한 벌금을 내고 서울에 올라와 다른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습니다.

자그마한 벌금과 짧은 기간의 유치장 수감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요. 동시에 몇 년을 몰두하게 만든 사진 작업이 시작되리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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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연재를 적어도 일주일에 한 편은 올릴 예정입니다.

PC버젼으로 봐도 사진이 생각보다 작게 올라가 슬픕니다.

각 사진에 캡션을 다는 게 좋은 것 같은데 스팀잇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힘드네요. 궁금하신 사진은 말씀해주세요.

작성 후 글 검토 중 실수로 엔터를 눌렀더니 바로 발행되어 당황스럽습니다.

busy.org에서 작성하다 사진이 10장 이상 뜨질 않아 공식 스팀잇에서 작성했습니다. 혹시 꽤 되는 양의 사진 업로드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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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말 3월초를 전후해서 가셨던 모양이군요. 아는 얼굴도 여럿 보이네요. 저는 4월쯤 처음 갔었는데.. 정말 2012년만큼 열기가 대단했던 때는 없었던 것 같아요. 매일 7시 반에 있던 촛불집회에서 추던 마약댄스는 정말 열광의 도가니였죠. 낯선 이들이 매일같이 모여들고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뜨거웠던 이때가.. '그리웠다' 라고 표현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한참을 망설이게 되네요.

필름 뒤적이면 @thelump 님이 찍혀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네요. 어떻게 찍어도 사진은 기록이자 기억이 되는 경험을 자주 합니다. 마약댄스와 중독성 있는 노래 (하루에도 수십번을 들으니...) 요새도 종종 흥얼거려요.

카파의 말은 결국 그의 목숨을 잃게 만든 신념이기도 하죠 ㅠㅠ
그렇게 고생하면서까지 남겨 주신 사진 덕분에 저처럼 멀리서 아무 도움도 못 되는 사람이 조금이나마 진실을 알게 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비록 강정마을 해군기지를 막지는 못했지만 얼마나 폭력적인 결정이었고 갈정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열정을 쏟았는지는 영원히 기록에 남았네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외국 유저들 보니까 사진을 다른 곳에 업로드하고 글에 있는 사진을 클릭하면 업로드한 원본 사이즈로 볼 수 있게 하더군요
이걸 한 번 알아보시면 어떨까요?

로버트 카파의 저 말씀은 저도 정말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정말 제대로 된 보도 사진 작가는 숭고한 직업적 신념을 가지신 분들 같습니다.

아. imgur와 같은 이미지 업로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스팀잇 자체 업로드 서비스가 되길래 일단 이용중이었는데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네요. 감사합니다.
카파의 저 말은 그의 성격을 너무 잘 나타내는 말이라 그런지 저도 참 좋아합니다.

네 사진을 전문으로 하시는데 스팀잇 자체 기능은 사진 크기 조절이 안 되는게 불편하실 겁니다.

브라우저 줌으로 보면 화질은 유지되는데 전체적인 칼럼의 가로 길이가 너무 짧게 나오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ㅠ

오늘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의 글도 기대 됩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매끄럽게 잘 써보겠습니다.

파이팅!!!

이렇게 가까이서 찍은 인물 사진들은 정말 오랜만에 봅니다. 무작정 떠나신 용기와 힘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 기대가 되네요.

감사합니다. 다만 글로 정리하기 써나가기가 너무 어렵게 느껴지네요 항상

연대의 표현으로 오랜만에 봇댓팔리 4종세트 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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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다음 글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 잘 써볼게요

삶의 깊이가 묻어나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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