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답인 삶에서 기쁨을 찾는 방법은?

in #kr6 years ago (edited)

"아, 노답."


당신의 미래는 답이 있나요? 불확실한 미래만을 들이쉬고 내뱉으며, 우리는 항상 답을 바랄 뿐이지요. 경제적으로 노답인 상황에서 우리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노동을 하거나 복권을 긁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간에 다리의 힘줄이 풀렸을 때, 그저 침대에 누워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하고요. 저 또한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두 가지 다 겪어보았고, 겪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Photo by Edu Lauton on Unsplash


제 동기들은 다 대학 졸업장이 있거나 곧 생기겠지만, 저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학위를 마저 끝내지 못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멋진 건축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가장 좋은 건축학과를 가진 학교를 입학할 수 있게 되었고, 잠시나마라도 열정을 불태우며 건축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학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어려워졌습니다. 기숙사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고, 경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법한 분들을 찾아갔지만 저는 아무런 실질적인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투잡을 뛰고 있고, 아마 다음 달부터 하나 더 늘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정도 일자리라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사합니다. 저는 경제적 사정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우입니다. 하지만, 대학생 새내기일때부터 지켜봐 주시던 은인께서 자기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허락해주셨습니다. 덕분에 겨우 방세를 내고 겨우 생존할 수 있었지요. 여기서 생존이라 함은 꽤나 정확한 표현입니다. 점심시간에는 카페에서 따뜻한 차를 밥 대신 마셨습니다. 카페에서 제일 싼 메뉴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뭐라도 사면 공짜로 물을 더 리필할 수 있었으니까요. 약 1년을 그렇게 살아가다가, 또 아시는 분께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파트타임 업무에 소개해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그곳에서 생존 이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저는 한 주에 약 50시간을 일합니다. 이렇게 노동하지 않으면, 저는 생존 이상의 삶을 영위할 수 없거나 이 사회에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노답인 상황에서 생겨난 비극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Photo by Noah Silliman on Unsplash


저는 끝없는 좌절의 깊이를 경험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추락하진 않겠지, 하는 순간마다 저는 제 "답"으로부터 한없이 멀어지는 순간들을 겪어야 했습니다. 처음 반개월 간 죽은 듯이 지냈습니다. 우울한 그림만 그리고, 우울한 글만 쓰고, 혼자 방구석에서 울부짖기도 했습니다. 다음 반개월 간 운동을 하고 책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 책을 읽으면서 건축 공부도 하고, 공모전에도 참여하고 친구를 도와 여러 디자인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간단한 것이지만, 노답이란 결국 미래에 대한 답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 찬 것입니다. 계획한 삶들과 멀어져서 이상에 도달할 수 없을 때 노답이 되지만, 인간의 계획은 너무나도 좁은 시야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현재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허상뿐인 미래의 모습보다 훨씬 귀중하고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노답인 현실이 그토록 우리가 갈망하는 답 있는 미래보다 더욱 귀중하다는 것은, 내가 정해놓은 인생의 '답'이 얼마나 좁은 시야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인지 했을 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Photo by Ben White on Unsplash


나의 작음을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노답이 처음에는 그토록 절망적인 이유죠. 지금은 노답인 삶 속에 있기에, 현재가 얼마나 아름답고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상에서의 모습이 웅장하고 거대할수록, 현실의 모습은 그만큼 작고 사고는 좁아집니다. 이상의 나를 부숴버려도 현재가 귀중하고 값질 때, 진정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1년 반 동안 상황은 같고 아직도 미래에 대한 답은 없지만, 일터에서 동료들을 위해 유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제가 하는 작업들이 그것들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현실입니다. 한없이 작고 작은 저의 노답인 삶은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떻게 연약하고 부족한 자를 통해서 아름다움과 유익함을 이루는지에 대한 증거가 되었습니다.


제가 나눈 경험들과 생각이, 저와 같이 노답인 상황에 놓이신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danbab7은 스팀잇을 처음 접하게 된 건축 디자이너입니다. 세상이 제시하는 것들을 여러 방향에서 바라보며 깨닫는 성찰과 공부하며 새로이 알게 된 지식들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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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bab7이 거장들의 그림을 바라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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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그림만 그리고, 우울한 글만 쓰고, 혼자 방구석에서 울부짖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울부짖음이 나에게 공명되는군요. 힘 내라는 상투적인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글에서 느껴지는 내공이 느껴지기 때문이죠. 인생 공부 잘 하셔서 ‘답’은 오로지 지금 현재에 있다는 거를 체화하시길 기원하고 응원합니다. 리스팀해갑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 한다고 해서 답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네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답답함과 불안함 아닐까? 싶네요. 이곳에서 노답이 아닌 yes답을 찾아 봅시다. 소통하고 싶은 이웃이라서 맞팔 부탁해요. 달러를 사랑하는 신입뉴비 dollarlove입니다, 공감하면서 보팅하고 갑니다

네. 상대적으로 원했던 답을 초월하는것 밖에 살아가는 방법이 없는것같아요. 그 과정도 개인적인 이야기들과 함께 기술한 것처럼 쉽지 않지만요. :) @dollarlove님께서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래요.

응원하겠습니다. 저 역시 힘든 터널을 지났던 거 같아요!!

응원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도 @huti님의 스팀잇 시작을 응원합니다. 정말 흥미로운 글을 쓰시는것같아요.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

감사합니다. 항상 두루 평안하길 노력합니다 ㅎㅎ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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