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노예를 부릴 수 있을까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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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는데, 과거 로마시대에는 20%의 노예가 나머지 80%를 먹여 살렸다고 한다. 다른 나라 찾을 것도 없이 조선시대만 해도 대를 이어가며 늘어난 숫자의 양반을, 마찬가지로 대를 이어가며 물려받은 노비라는 신분의 소수가 먹여 살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게 가능한 수치냐는 의문이 들지만, 나는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군대에서는 정말로 막내 20%가 소대일의 80%를 다 하기 때문이다.

인권과 정의를 부르짖는 철학자들조차 노예를 아무렇지 않게 부렸다고 하는데 어찌 그럴 수 있나 싶지만, 결국 나라고 다른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인간이 다 똑같다는 말에는, ‘너 역시 노예가 될지 말지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노예를 선택할 자신은 없겠지?’ 라는 반문이 섞여 있는 건 아닐까.

https://steemit.com/kr/@krexchange/3pdank

나는 오늘 설문 결과에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 80% 가까이가 괜찮다고 한다. 물론 그 결과가 블록체인으로 검증될 수 있는 게 아니니 조작된 게 아니냐고, 결과를 객관적으로 링크 걸어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 지금 분위기에서는 그런 요청 자체가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 평판도 있고, 먼저 그런 조사를 요청한 분이 설마 그러겠냐고, 그런 의심을 하는 자체가 나를 이상한 놈으로 보이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건 설문을 보니 내가 틀렸다. 나는 반대가 더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찬성이 80%라고 한다. 물론 어느 님의 지적처럼, 참여자들에게 더 노출이 되고 참여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테니, 이를테면 참여자도 아닌데 겐세이 놓을 정도의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 찬성이 더 높게 나올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나 역시 반대 입장이면서도, 사실 나한테 해 끼친것도 체감이 없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잖아? 이런 생각으로 한참이나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내 소신에 따라 반대를 눌렀다. 그런데 현실은 찬성이 더 많다.

이걸 위의 노예제에 대입한다면 내가 너무 나간 것일까. 가령, 너도나도 어뷰징을 하자는 분위기가 만연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욕을 먹든 말든 하자는 쪽과, 그럼에도 모두 죽을 수는 없다고, 비록 내가 노예가 되더라도 20%를 택하겠다는 쪽이 있을 때, 과연 나는 어디에 서게 될까.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예를 부리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그냥 노예로 살아가던가. 아마도 스팀잇의 노예란, 보상을 받지 못해도 허허 웃으면서 날마다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일 것이다.

간혹 그런 생각을 한다. 백서에는 모두가 어뷰징을 하면 망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그게 가능할까. 왜냐면, 누군가는 공멸 대신 자신이 희생해서라도 생존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80%가 어뷰징에 참가하면, 남겨진 사람들은 결국 억울하고 분하더라도 공멸을 피하기 위해 20%의 노예 일을 떠맡을 수밖에 없게 된다. 지금 이 사회의 약자들은 그렇게 생겨났다. 스팀잇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극단적으로, 나 역시 98%가 어뷰징을 해도 1%의 작가와 1%의 큐레이터만 있으면 스팀잇은 유지되리라 생각한다. 다만 그 2%가 만든 가치를 98%와 나누게 되는 것이 대단히 비효율적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건 이런 분위기속에서 나는 또 다른 고민이 생긴다. 모두가 괜찮다는 것을 나는 왜 안 하는가. 왜 나는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먹지 못하는가. 왜 나는 노예를 부릴 수 있음에도 고민을 하는가. 설문의 결과는 내가 틀렸다고 말한다. 나 혼자 깨끗한 척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백서의 내용이 다시 의심이 간다. 백서대로 돌아간다고 스팀잇의 가치가 확실히 오를까? 혹은, 백서에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한다고 정말 망하게 될까? 백서에는 모두가 셀프보팅을 하면 망할 거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며, 어뷰저가 너무 늘어나면 선한 누군가는 노예를 자처하며 열심히 가치를 지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모양은 20%의 노예를 80%가 착취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그것이 정의로운지 아닌지는 각자의 생각의 차이다. 나 역시 그것이 정의롭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글쎄. 그렇다고 나 역시 노예로 살지 노예를 부릴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고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쨌건 현재 어뷰저는 그리 많다고는 할 수 없다. 물론 잡아내지 못하는 교묘한 어뷰징이 판을 쳐서, 어쩌면 벌써 20%의 선량한 스티머들이 80%의 어뷰저들의 수익을 만들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입바른 소리를 하는 나 조차도 지금은 고민중이다. 부계정이라도 여럿 만들어서 어뷰징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남들은 하는데 왜 나만 하면 안 되는지. 결국 그러면 망한다고는 하지만 망하지 않게 누군가는 노예를 자처할 것인데 왜 나는 그 노예를 착취하면 안 되는지....

결국은 선과 악의 문제인가? 정의를 지키자는 말은 바보 같은 말인가? 이래서 정의를 읊조리는 놈들은 알고보면 다 위선자라는 말을 하는가? 부자가 된 자들은 모두 그래서 그렇게 영악한가? 어째서 시스템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에게 오히려 노예로서의 역할을 강요하는가? 이런 고민을 하는 자체가 혹시나 노예근성은 아닐까? 왜냐면 부자들은 아무 고민 없이 태연하게 노예를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생각이 복잡하다. 현실과 판박이인 스팀잇은, 유토피아가 절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점점 더 심하게 든다. 결국 인간 사회 다 똑같다는 말도 여기 적용되는 것 같다.

일단은 지켜보자. 이런 논의 자체도 SMT가 나오기 전에는 무의미하다는 분의 말씀도 있고, EOS같은 다른 플랫폼이 나오기 전에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다만 설문결과를 보고 나니 내가 너무 설쳤다는 생각은 든다. 아직은 저런 이런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될 상황은 아닌 모양이다.

(잠수 탄다고 해 놓고 근질거려서 도저히 못 참겠다. 이것만 올리고 진짜 주말은 잠수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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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펀딩이 그펀딩인가요??
좋은 취지라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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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이 글을 읽고 펀딩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100명이 설문에 참여하였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펀딩의 존재를 알고 참여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사람이 설문에도 참여할 확률이 높았을 거라는 생각이...듭니다. 저는 지금 펀딩에 대한 글을 찾아서 읽고있기에 개인적인 찬성이나 반대의 입장은 생기지 않았습니다만, 그냥 든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크핑거님 응원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하긴 합니다만...
찬성하는 분들 보다 더 많은 분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결국 어뷰징은 '극단적인 점 하나 찍는 것 외에는 용납되는 것이다'라는 결론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읽으면서 비슷한 상황이 떠올랐던건데 댓글은 삭제했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요.. 혹 불편하셨을까 염려됩니다. 사이에 댓글다셨군요. 네, 확인하였습니다.

좀 쉬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사실 제가 봤을 때는 다크 핑거님은 약간 이미 스팀잇에서 중립적인 공공재 같은 존재가 된 면도 없지 않아서; 쉬시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이렇게 계속 달리다 보면 뮤트가 늘어나면서
편향된 사재가 될 지도 모릅니다.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인 계정인데 사재면 어떻고 편향되면 어때요 ㅋㅋㅋ

잠수 탄다고 해 놓고 근질거려서 도저히 못 참겠다.

오실줄 알았죠~! ㅎㅎ
아.. 이글이 웃을글이 아닌데... 참..

주말에 푹 쉬시고 오세요~!

ㅎㅎ네....

또 주말에 쓰실려나?? ㅋㅋㅋ
아무튼 힘내세요..
다핑님 불 지를 글이 하나있었는데.. 그냥 주말에는 참겠습니다 ㅋㅋㅋㅋ

나 대신 누군가가 일해주기를 원하는것... 인간의 이기적 본성은 참 어찌할 수 없을까요?

그래서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있지요.
그 때는 또 인권과 로봇권이 충돌하겠지만요.

????
kr-exchange 설문 하는지도 몰랐는데요?
투표자의 대부분이 kr-exchange의 참여자 인것 같은데 저 설문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현 시점에서 로팀이나 펀딩은 어뷰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건 부정할 수 없네요
펀딩이랑 셀프보팅 똑같다고 아무리 부르짖어봤자 씨알도 안먹혀요
일반적으로 80%의 노예와 20%착취자 구조가 많지 않나요?
20%의 노예와 80% 착취자 구조라면 전 분명 착취자 또는 공멸을 택합니다
노예가 공멸을 택하면 노예는 죽을지언정 착취자도 일하게 돼있어요
착취자는 잃은게 많거든요

의미야 있겠지요.
왜냐면 찬성이 80명인데,
그에 맞서는, 적극적인 반대, 즉 다운보팅 할 사람이 80명이 넘지 않는다면
저건 51%이상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셈이니까요.
모두가 참여하는 것과 별개로,
반대하기 때문에 다운보팅까지 감내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 그 정도가 되느냐는 사실이
의미를 지닐 겁니다.
왜냐면, 저걸 반대한다고 해도 상대가 강행할 때,
그걸 저지할 힘이 없으면 그런 반대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지 않겠습니까?
욕이야 먹더라도 다운보팅까지 안되면
그냥 욕먹으면서 하면 그만이죠.
그래서 점 하나 찍고 보상 타가는 것은
외국계정까지 동원해서 다운보팅을 하는 거죠.
하지만 그 외에는... 욕 먹어도 지금도 계속 하는 것이구요.

krexchange님의 게시글에서 이루어진 조사이기 때문에, 펀딩참여자 비율이 높아, 찬성 비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저는 펀딩글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있어도 된다에 투표했습니다.
펀딩글을 유사셀프보팅으로 보고, 셀프보팅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시키면 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네. 사실 저도 엄격히 적용하려다가,
결국 봇에게 스파 임대하는 것만도 못 버는데
왜 저리 힘들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그냥 눈감고 사는게 편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자꾸 들 때가 있네요.
위 글도 그런 고민에서 나온 글입니다.

아무리 말을 해도 어뷰저들은 들을 생각을 안하는게 문제죠...
계속 이렇게 간다면 스팀잇을 떠나야죠 흠...

방금 또 새로운 글을 봤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논리로 반박하는 것 자체가 우스워 질 정도의 말인지라....
너무 기가 막힌데....
그냥 못본 척 넘어갈지... 참 고민됩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논리적이라 생각해서 논리로 반박이 불가능하죠 ㅋㅋ
'돈'이 사람을 버려놓은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들이었는지...

오늘은 바빠서 정말 한 번도 스팀잇에 들어와보지도 못했네요. 때로는 머리를 비워놓고 그저 쓰고 싶은 글 쓰면서 지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늘 작가님을 지지하는 팬이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가즈앗!!!

그러게요. 며칠 간 조선생님 글이 안 올라오더군요.
매우 바쁘신듯.
새롭게 시작한게 있으니
바쁜게 좋은 거겠죠.
쉬는건 제가 대신 해 드릴테니
선생님은 계속 바쁘잣!

감사합니다. 오늘은 너무 바빠서 진짜 아무 것도 못했지만 주말이니 짬짬이 활동해야죠 ㅋㅋ 가즈앗!!!

때로는, 바보가 되고 싶습니다. 그냥. 전 소수에 속하네요. 하하.. 다수의 의견을 따르면 된다는 건 다 옛말인 것 같습니다. 모두의 의견이 옳으니,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이겠죠. 주말에 푹 쉬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모두가 맞다고 해도 소수의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필요하죠.
그래야 세상이 바뀌니까요.
집단지성이 발전하면 결국 옳은 결론에 도달하리라 봅니다.
그렇게 세상이 바뀌어 왔으니까요.

다양하고 즐거운 많은 분들이 스팀잇에 놀러오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오늘은 일찍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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