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남한산성과 스팀, 어느 한쪽만 옳은 것일까...

in #kr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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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은 지조와 절개의 상징이다. 반면 남색은 적당히 때가 묻어도 표가 나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을 백색으로 살아야 할까 아니면 남색으로 살아야 할까.)

옥수수에서 영화 남한산성이 무료로 풀리며 다시 보게 되었는데, 처음 볼 때 김상헌만 욕하던 처음과는 다른 시각이 생겨서 적어보려 한다.

"과연 처음부터 굽실댔으면 그런 고생은 없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상헌(김윤석 분)을 욕하면서 진즉에 굽실거렸으면 왕이나 백성 모두 피를 볼 일 없이 좋지 않았겠느냐고들 할 것이다. 영화는 결국 최명길(이병헌 분)의 주장대로 적에게 굽실 거린 끝에야 고생이 끝나게 된다.

그런데, 그건 결과론적 이야기다.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위해 두 가지 첨예한 방식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 둘 모두 시도해서 결국 하나는 실패하고 하나가 성공했다고 한다면 그 성공한 방식이 원래부터 옳았을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수학과는 다르다. 과거는 바꿀 수 없기에 모든 것은 가정일 수밖에 없는데, 과연 처음부터 그 방식을 썼다고 해서 그런 결과가 나올지는 모를 일이다. 무슨 말이냐면, 그러한 저항의 과정이 있었기에 결국 굽실거림도 통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보통 우리는 과거에 대해 말하길, 역사에서 누가 어떻게 했더라면 지금 우리나라는 강대국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자주 생각들을 한다. 혹은, 우리 조상이 노름으로 재산을 날려먹지 않았다면(쓸데없는 말이지만, 대부분의 못사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양반 귀족이던 조상이 노름으로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고들 한다. 그런데 오랜 조상일수록 자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재산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못 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노름으로 재산을 탕진한 조상을 두고 있다.) 혹은 우리 부모님이 강남에 땅을 사 두었거나 삼성전자 주식을 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을 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그러한 일이 정말로 일어났다면 지금 이 순간 자신은 이 순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가령 조상이 행했던 일 중 하나만 일정에 어긋났어도 조상 할머니 할아버지가 만나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지금의 나 역시 존재하지 않게 된다. 마찬가지로 부모님 중 한명이 젊어서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면 지금의 부모님을 만날 일도 없고 우리도 태어날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가정은 그래서 무의미하다. 지금의 모든 결과는 과거의 모든 사소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현실들이 무한대로 충돌하며 만들어진 단 한가지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반동의 기질이 있다고 한다. 뭐든 마음에 안 들면 그게 왕이든 뭐든 일단 까고 본다는 것이다. 이것은 외세에도 마찬가지여서, 당연히 일본이 쳐들어와도 맞서 싸우고 오랑캐가 쳐들어와도 저항을 했다. 그러한 정신이 오늘날에도 이어지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를 차례로 타도하며 민주주의를 확립시켰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그렇게 저항을 한 과정이 있었기에 결국 굽실거림도 먹히지 않았을까? 과연 처음부터 굽실거렸다면 거기서 모든 것이 평화롭게 끝이 났을까?

협상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처음부터 상대가 원하는대로 부르면 큰 손해를 본다. 반면 터무니없는 조건을 내걸고 그 중간지점에서 협상을 하면 둘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

결국 호란이 끝나고 국민 중 50만 명이 끌려가는 고초를 겪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가 반항을 했기 때문이라고, 처음부터 굽실거렸다면 그럴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반항을 했기 때문에 그 정도로 끝이 난 것은 아닐까? 보통 왕따가 왕따를 당하는 이유는 저항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가 저항을 하지 않으니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대우는 점점 가혹해져 간다. 그러나 상대가 저항을 하면 겁을 먹게 되고 적당히 손을 보고는 끝내게 된다.

정말로 후환이 두렵고 뒤에서 치는 게 두려웠다면 조선이라는 나라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온 국민을 없애버리면 된다. 하지만 그러한 저항을 했기에, 더 밟아버리면 더 큰 저항이 있을 거라고 여겼기에, 그렇게 왕이 수모를 당하고 국민들 50만명을 잡아가는 선에서 끝을 냈던 것은 아닐까.

어차피 이 역시 반대되는 가정일 뿐이기는 하다. 처음부터 굽실거렸다면 정말로 아무런 피해 없이 끝났을지도 모른다. 또한 그러한 저항이 오히려 최명길이 맞았음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오늘도 스팀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상대는 틀리고 자신이 맞다며 주장을 하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미래의 스팀에서 결론이 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반대되는 주장을 폈던 사람들이 모두 틀렸다고만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그런 반대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그 절충으로 새로운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닐까.

역사는 정반합으로 진행된다. 한쪽으로만 흐르는 것은 없다. 오르고 내린 후에야 적정가를 찾기 마련이다. 결국 한쪽의 주장이 득세하더라도 다른 쪽 주장이 무조건 틀리다고만은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김상헌과 최명길이 결국 서로에 대해 각자 모두가 옳았음을 인정했듯, 서로 다른 대척점에 선 모든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닮아가며 그 중간에서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결론을 찾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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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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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ne journée ;)

먼소리인지.. ^^

마지막 문단에 감탄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공감합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필력이 굉장하신 분이군요, 짜임새 있고 핵심을 잘 짚어주는 글이었습니다.
잘 봤습니다. 팔로우 하고 갈게요 :)

헤헤 쑥쓰럽습니다.
맞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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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단하십니다. ^^

포용할 수 있는 결론이 기다려지네요~
역시 글솜씨 끝내주십니당 ㅎㅎ

과도한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이 영화가 남한산성이라는 영화인가요?

네. 굉장히 재밌습니다.
이병헌 연기가 끝내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