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잡담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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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과거와 미래가 어쨌건 현재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가령, 집에 먹을 게 떨어지고 배가 너무 고플 때는 막 먹을 걸 쌓아둘 생각을 하는데, 막상 배가 조금만 채워지면 또 막 그걸 사러 가기가 귀찮아지는 거다. 분명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배가 고파질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배가 고파지면 왜 그 때 안 샀지 하고 후회를 한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그래서 심오하다. 누구나 지금을 즐기고 살고 싶겠으나, 분명 겨울은 온다. 그리고 그 겨울을 준비한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지금은 투자의 겨울이다. 이 겨울을 준비한 사람들이 누구냐면, 투자했던 금액만큼의 총알을 준비해두었던, 그래서 이 겨울에 물타기가 가능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이게 참 삶의 아이러니다. 식상한 투자 이론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삶의 얄궂음에 대한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현재만 보는 사람들을 어리석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삶의 즐거움은 현재에 있기도 하다. 과거나 미래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의 결실을 거둘 때가 와도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보통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꿈은 돈을 많이 벌면 그 돈을 쓰면서 즐기고 사는 거다. 그런데, 그렇게 쓸 생각만 가득하지 벌지는 못하기에 현실이 괴롭다.

반면, 돈을 그렇게 번 사람들은 돈을 쓰기 보다는 또 다른 미래에 더 큰 돈을 벌고자 한다. 그래서 그들은 돈을 쓰지 못하고 결국 막대한 유산을 남긴 채 세상을 뜨게 된다. 현실을 즐기지 못한다는 자체는 돈이 있건 없건 비슷한 것이다. 왜냐면, 그렇게 버는 사람이 쓰는 것으로 전환하는 순간 돈은 정말로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언제나 즐기는’사람은 매우 희귀한 모양이다. 가령, 당대에 돈을 모으는 사람은 돈은 벌지만 쓰지 못할 것이고, 그걸 상속받은 사람은 젊어서야 팡팡 쓰겠으나 이후 그게 다 떨어지면 오히려 그렇게 펑펑 쓴 시절의 기억과 습관으로 더 괴롭게 될 것이다. 돈이라는 건 계속 벌거나, 혹은 계속 없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인 것만 같다.

이런 걸 보면 삶이 참 얄궂다. 젊어서는 시간은 있으나 돈이 없고, 나이가 들어서는 돈은 있으나 시간이 없게 되며, 그 둘이 모두 있는 사람은 곧 그 둘이 모두 없게 되어 괴롭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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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도 오래하니 피곤하긴 하다. 솔직히 고백하겠다. 12,1월의 상승기 때는 보상이 높아서 그런지 하루 온종일 스팀잇을 해도 재밌었다. 사실 그 때는 보상이 아니더라도 한창 레벨업의 재미도 있어서 그렇기도 했다. 날마다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고, 재밌는 글도 많고 스팀잇의 회원도 죽죽 늘어나다보니 게임보다 스팀잇이 재밌을 지경이었다. 12월 당시 내 팔로워는 600명 정도였고, 내 스파도 600정도였으며, 글을 올려도 보상이 $10을 넘기기 힘들었다.

그러다 1월에 폭발적인 탄력을 받으며, 팔로워가 지금은 2700명도 넘고, 스파도 4000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글 하나 올리면 대댓글 포함해서 매번 100개를 넘는다. 이를테면 꽤나 성장했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지갑의 평가액은 오히려 더 줄었다는 게 슬프기도 하다.)

사실 요즘의 나는 스팀잇에 투자하는 시간이 전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 본업을 내 팽개친 지 꽤 되어서 스라벨의 균형을 찾고자 하는 것도 있지만, 솔직히 좀 지치기도 했다. 가능하면 대댓글을 열심히 써서 포스트 숫자 10,000개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지금 8,000 조금 넘었더니 급 피로해졌다. 날마다 큐레이션에 대댓글까지 하면 그것만으로도 최소 2-3시간을 잡아먹어 버린다. 갑자기 스팀잇에 소홀해지는 분들은 시세가 떨어져서 그런 것보다도 그렇게 피곤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항상 하는 말이지만 그럴 때일수록 억지로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분명 크게 보답을 받게 될 거다. 그런데 그게 말은 쉽지만 행동은 쉽지 않다. 어쨌건 나는 전에 열심히 보이던 사람들 중에 지금 쉬는 사람이 꽤 많다. 내가 열심히 보팅 주면서 날마다 지켜보던 분들 중 상당수가 사라졌다. 아마 그들도 지친 게 아닐까 싶다. 시세가 오를 때는 힘들어도 동기 부여가 되는데 시세가 떨어질 때는 기운이 빠져서 억지로 하는 것도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럴 때가 진짜 시험이다. 이때를 버티고 살아남는 사람들은 모두 나중에 웃게 될 거다. 이 때 지쳐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은 그냥 평생 그렇게 사는 평범한 사람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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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이야기, 투자이야기 이런 건 안 쓰려고 했는데 결국 또 쓰고 말았다. 가벼운 일상 이야기나 쓰려고 했는데.... 그래서 가벼운 일상이야기로 마무리를 하겠다.

역시 사람은 운이 있어야 되나 보다. 전에도 구자철에 물 먹었는데 오늘도 물 먹었다. 전에는 너무 잘해서 물먹이더니, 이번에는 너무 못해서 물 먹었다. 꼭 한폴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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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보니 1만원 날린, 혹은 15.5만원 날아간 이야기네... 가볍지 않잖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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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댓글을 달게 되었네요.

사실 포스트는 고사하고 스팀잇에 댓글을 다는 것조차 오랫만이군요.
사실 그렇게 오래는 아니지만요. 한 1주일 되었나요?
1주일 정도 있으면 글을 쓸 만한 것이 나오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너무나도 고심을 하는 모양입니다.
사실 글을 쓰고 싶어도 쓸 주제가 따로 없는 점이 글을 쓸 수 없는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아요.
지친 것도 맞고요.
사실 저는 글을 쓰는 것을 즐긴다고 생각을 했는데, 반드시 그렇지 않은 것을 알겠더군요.
글을 쓰려면 너무 잘 쓰려고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구.
또 글을 잘 못 써서 사람의 반응이 아예 없으면 그것 자체가 글을 기피하게 하는 핑계가 되더군요.
사실 저의 경우에는 "결혼과 순결"에 관한 글을 썼는데, 영 댓글도 반응도 없어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도 하고 사람이 공감하는 글이란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하는 바람에, 글을 더 쓸 수 없게 되었더군요.

스팀의 가격이 많이 떨어진 지금이야말로 스팀에 투자할 절호의 기회라고 하는데, 막상 투자를 하려고 하니 여러 가지 눈치를 봐야 하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투자하는 데 장애가 있기도 해서 투자를 하지 못하겠더군요.

가장 큰 문제는 "휴대폰"입니다. 업비트에 가입하려고 했는데,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 있어야 하더군요. 제 휴대폰 명의는 아내로 되어 있거든요. 사실 아내는 전업주부이기 때문에 휴대폰을 새로 가입해야 할 때 아내가 대신 해주었던 것인데, 이것이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불편하게 하는군요.

휴대폰만이 아니라 집의 인터넷이나 유선 텔레비젼이라든가 모든 것을 아내의 명의로 가입하니 휴대폰 명의를 바꾸려고 해도 인터넷 등을 바꾸려면 약정기간이라든지 서비스센터까지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라든가 하는 여러 가지 장애가 발생하고요.

이런 문제가 병행하니 아예 휴대폰을 바꾸지 않고 그냥 대부분의 인터넷 가입을 아내 명의로 해서 생활했었는데, 이것이 스팀 투자의 발목으로 작용할 줄이야......

아무튼 지금은 그냥 글을 쓰는 것으로 스팀 투자를 대신하는 길밖에 없군요.
오랫만에 댓글을 쓰다 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포스트를 쓸 만한 기분은 들지 않으니 당분간은 그냥 댓글이나 쓰는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의외로 자신의 생각에 공감해줄 사람은 그리 많습니다.
대중성에 대해서는 감각을 키우면 되는데,
사실 저도 제가 쓰고 싶은 글은 게임이나 일상, 혹은 심각한 시사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글은 보팅이 적게 찍힐거라는걸 체험으로 알기에
그냥 보팅 많이 받을 만한 글, 그 중에서도 제가 의욕을 가지고 쓸 만한 글감을 고르는 것이죠.
팔로워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면 비중은 더 늘겠지요.
결혼과 순결에 대해서도 공감해줄 사람이 몇 분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의외로 세상에 자기 생각에 공감해줄 사람이 얼마 없습니다.
군대에 갔을 때 40명중에 게임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사람이 딱 2명이었습니다.
저는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할 줄 알았거든요.
결혼과 순결... 이런 주제 좋아할 사람은 비중으로 따지면 1%가 될지나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로 자기가 쓰고 싶은 것과 남들이 보고 싶은 것의 괴리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이게 대중작가의 숙명이며, 그걸 포기한다면 보상을 포기해야 하고,
보상을 포기하고 글을 쓴다면 자기 만족으로 끝내야 합니다.
그 둘의 괴리를 못 견디면.. 뭐.. 결국 글을 안 쓰게 되겠지요.

하기야 스팀잇에 글을 쓰는 것도 "자신은 작가"라는 확신이 필요하군요.
글은 남이 읽으라고 쓰는 것이지 자기 좋으라고 쓰는 것은 아니니까요.
자기가 읽고 말 글이라면 몰래 일기장에 쓰면 되니까요.
알겠습니다.
아주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그것이 글쟁이가 감수해야 하는 한계고요.
엄청나게 인기를 얻고 세상에서 명성을 얻은 다음에야 자기가 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언제나 있을 것으로 확신할 수 있겠지만, 저와 같은 풋내기야 어찌 교만할 수 있을까요?
어쩔 수 없는 것임을 통감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 만한 주제를 미끼로 던지는 수밖에요. 그 미끼에 걸려든 사람을 어떻게 요리할지는 작가의 역량이겠지요.

어찌 보면 작가도 낚시질을 하는 어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거니까.
이 세상의 직업 중에서 사람을 낚지 않는 것이 없겠지요. 특히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 직종은 다 그렇고요.

작가는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어야 하니까 다른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글감을 찾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열심히 댓글을 읽어야겠군요.
댓글을 읽고 답을 하는 중에 글감이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댓글은 각 사람이 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테니까요.

삶이 얄궂다는 말 동감합니다

1번 글 공감해요. 2번은 저같은 뉴비에겐 꿈의 이야기며 겪을 이야기겠죠. 마음이 한결같기가 힘들지요~^^;;
3번은 축알못이라 ㅎㅎ

저 역시 사실 부자가 되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긴 합니다. ㅎㅎ

베트맨 안들어간지 꽤 된 것 같네요.
어제 이상하게 아욱국 못하긴하더라구요.. =_=

꼭 홈에서 못하더라구요.
원정에서는 날아다니고...
이상한 놈들입니다.
홈팬들에 원수졌나...

사람들이 좀 줄고 시끌벅적 하던것이 잦아드니 저는 오히려 자분해지고 좋은듯 합니다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스팀잇을 즐길수 있을 것입니다 불꽃처럼 타올랐던 시간들을 보내고 조용히 주변도 돌아보고 말이죠 ^~^;;
드디어 스팀 가격 앞자리 1자를 보니 이제 본격적 투지의 시점이 다가오는 듯 하네요...

네. 솔직히 지금부터는 아무 가격이나 주기적으로만 주워담으면 다 큰 돈 되는 구간이라고 봅니다.
전고점매매법에 의하면 분명 올해 안에 1만원은 다시 올 겁니다.
지금 시세에는 아무때나 주워 담아도 최소 5배죠.

개인적으로 즐긴다는건 꼭 돈과 연결짓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잖아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좋아하는 커피한잔,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콜라와 팝콘, 집에서의 치맥 등등...
본인의 일에 충실하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늘려간다면
돈이 많아도 혹은 평범한 사람들도
나름의 행복을 느끼며 삶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사족. 구자철 때문에 날아간 10000원에 애도를 표합니다.

욕심과 행복이라는 게 참 정의하가 힘든 것 같습니다.
최순실 이명박.. 모두 돈이 넉넉히 있었으메도
불행해졌지요.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그렇다고 또 돈이 없는게 행복한 건 아니거든요.
분수에 맞는 적당한 탐욕과 돈... 그리고 거기서 행복을 찾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진짜 어려원 거네요.

저도 시세가 떨어진것보다 피곤함이 좀 몰려오는거같아요. 일상이 바빠지기도했지만.. 스팀잇이 마냥 웃고즐기기만 할수있는곳은 아니라 ㅎㅎ 그래서 요즘 가즈아태그에 할애하는시간이 많네요.ㅋㅋ

근데 전에도 아욱국때문에 한폴낙아니셨나요?ㅋㅋㅋ 그때 구자철 골넣었던날 ㅋㅋ

그니까 말입니다.
저 스샷의 제목은 그래서 구자철 XXX 입니다.

아 ㅋㅋㅋㅋ 역시 검은 손가락님 글은 잘 읽히네요. 그냥 즐기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돈이 뭐 중요하겠어요. 사람들이랑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재밌는데.

근데 그 범위가 몇명이면 상관 없는데, 수백명 단위면 좀 피곤하긴 합니다. =_=
ㅎㅎ

그거 인정합니다 ㅋㅋ

잘버티고 버티어야겠습니다 총알은 많이 없지만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ㅎㅎ아즈아~~~

저는 며칠 단위로 꾸준히 물타기 하며 평단 낮추는 중입니다. ㅎㅎ

스라밸! 저도 첨엔 공짜로 보상해주고 공감하는게 좋아서 신나게 했는데.. 슬슬 일하는 시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되니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래도 아직은 즐겁습니다.
ps:최근에 스팀잇도 해킹바람이 불고 있는것 같습니다. 댓글 각별히 주의하세요.

하루에 적정시간 정도만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댓글은, 저는 수상한 링크 다는 사람은 무조건 다운보팅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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