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것들 L'avenir -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요?

in #kr6 years ago

저도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정말 어릴 때는 나이는 먹는 게 아닌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아이가 생기고 그 아이가 커 나가기 시작하더니
나도 모르게 나이를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어요.

독일 감독 미아 한센 러브의 <다가오는 것들>을 보면서
나이가 든다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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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고 있는 나탈리라는
여성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나름 삶에 대해
자부심도 있어요. 하지만 남편이 바람이 났다고 고백해
버리면서 자신의 삶이 조금씩 흔들리게 됩니다.
이즈음 자신의 제자였던 파비앙을 만나요. 그는 뜻이 맞는
사람들과 무정부주의적 공동체를 만들어 시골에서 살겠다며
떠납니다. 그리고 머리가 복잡한 나탈리도 파비앙의 공동체로
휴가를 가기로 하는데...

영화는 시작하면서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것은 가능한가?’ 라는 거죠.
그리고 영화는 이 문구를 이해하기 위해 달립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때쯤 되면 이런 생각이 들죠.
‘타인의 삶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훌륭하다.
그럼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것도 가능한가?‘ 하고
오히려 되묻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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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의 삶에 꽃처럼 생긴 변화가 찾아온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이 <다가오는 것들>에서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보여주는 것들은 공산주의, 자본주의,
파업, 중동문제, 무정부주의 등 세상에 퍼진 거대담론들입니다.
그리고 나탈리가 보여주듯 한때 나도 심취해 봤거든 하는
늬앙스는 결국 나이들고 보니 그런 거대담론이 내가 사는 것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 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서 대부분 무의미해진 것들이죠.
나이가 들면 세상이 좁아지는 것 같아요.
우선 내가 키워내야 할 아이들. 지켜야 할 아내,
가족으로 세상이 축소되고 온통 생존본능만
남는 것 같거든요. 내 세계가 지금 왔다 갔다 하며
쳇바퀴 돌고 있는 좁은 공간으로 축소되어 버려요.

하지만 거대담론을 한때 나도 해봤어라며
책 속의 활자로 남겨 둘 때 우리는 결국 박제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전히 관심의 영역안에 놓아두는 것도 중요하구나 하고
<다가오는 것들>을 보면서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이 말이 거대담론에 나를 던져버리라는 것은 아니에요.

3.jpg
나탈리와 파비앙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인 나 자신의 삶과 행복이잖아요.
미아 한센 러브 감독 역시 나탈리의 삶,
즉 개인의 자기중심적인 삶을 폄하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신의 삶을 이해함으로써
타인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이제 나이를 먹고 있으니
젊은 혈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해지는 것 같네요.
그것은 영화에서는 자신의 삶에 다가오는
변화들을 거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다는
지각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정부주의 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는 파비앙이
이런 말을 해요. ‘지금은 이렇게 살고 있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요.
맞아요. 젊은 혈기가 지속되지 못하고
박제화되는 것도 어쩌면 자연스런 일상일지도
몰라요. 거대담론, 개인담론 생각지 말고
나의 삶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영화입니다.
기회되면 한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영화스틸 출처 : 다음 <다가오는 것들>영화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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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감사합니다. 거대담론에서 존재의 탐구로.. 그렇게 흘러가는 듯 합니다.

네. 일단 재미도 있었고 의미도 좋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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