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의 웃음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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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앙투안 바토, <피에로 질>. 이미지 출처)

웃음은 신성하다. 웃음은 잔뜩 긴장한 근육을 터뜨리며 승화시키고 재배열한다. 그러나 태양처럼 밝은 웃음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웃음은 백일하에서만 울려 퍼지는 것은 아니다. 짙은 그림자의 웃음, 서늘한 뱀의 웃음도 있다. WHY SO SERIOUS?

광대의 웃음은 진지함의 결여거나 순수함의 결여다. 그는 무언가에 진지할 능력이 없다. 그는 사람들을 웃기고 누군가를 비웃을 뿐이다. 그가 유일하게 진지한 것이 있다면 대중, 웃어야 복이 오기에 웃어야만 하는 자들의 박수다. 아무리 진지하고 비판적이며 불온한 웃음을 짓더라도 그는 결국 광대일 뿐이다. 그 웃음은 어떤 의미에서도 그림자다. 거기에는 근육이 없다. 그러나 신성한 웃음이 모든 근육을 터뜨리는 것은 그가 근육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대중의 그림자가 아닌 스스로 우뚝 선 태양이기 때문이다. 그는 태양 밑에서 근육을 펴고 재배열한다. 아, 태양이여! 아, 근육이여! 그러나 광대는 하얀 분칠을 하고 붉은 립스틱을 바른다. 그래서 그는 태양을 좋아하지 않는다. 웃음은 잠깐의 위안을 주는 화장일 뿐인데!

혹은 그는 더 이상 순수하지 못하다. 그의 웃음은 모든 것에 대해 짓는 은밀한 경멸이고 환멸이다. 그것은 오직 차갑게 비뚤어진 웃음에서만 자기의 표정을 찾아낸다. 그것은 경멸자의 방패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다면, 그들을 웃겨라. 안 그러면 당신을 죽이려 들 것이다.」 그것은 긴장을 결코 풀지 못하는 근육이다. 그 그림자의 방패는 자신을 비틀고 비틀어 마침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꼬아 놓고 숨겨 놓는다. 그는 수백 개의 가시를 품은 암흑을 웃음이라 부른다. 그들에게는 근육이 있다. 다만 그 근육은 태양으로부터 피해서 더 깊고 어두운 곳으로 숨어 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그 암흑의 추종자들은 가시 돋힌 지하 굴을 다닐 수 있는 지성과 감성에 은밀히 뿌듯해한다. 고슴도치가 된 줄도 모르고. 그런 비틀린 웃음을 짓는 표정은 진정으로 어떤 모습일까? 그의 날름거리는 혀조차 두 갈래로 갈라져 있다. 어떤 진지한 근육보다도 가볍고도 심오한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나 그렇게 비뚤어지게 웃는 진실은 너무나 우울해져서, 웃음의 신성, 태양의 신성을 잃고 밧줄 밑으로, 군중 속으로 추락하고 만다. 그 역시 이미 진지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 자, 자기 자신의 근육과 빛을 잃은 자, 사실 대중만을 진지하게 여기고 있었던 그림자다. 냉소와 비틀림은 훌륭한 고급 상품이다.

우울한 것은, 그들이 마왕도 되지 못하고 고작 꼬불꼬불 휘감고 기며 핥는 뱀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조야한 도덕과 열정을 전제하고 체현하고 있어서, 그들의 어떤 세련된 냉소에도 낯이 뜨거워진다. 그들의 안개와 움직임이 축축하고 심오할수록 그들의 옹졸한 몸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근육이 있지만 그것은 언제나 태양으로부터 숨어 들어가기 위한 것이라서, 정작 자기 자신의 근육을 찬찬이 들여다본 적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게조차 대중의 발만이 유일하게 진지한 것이다. 신이 그에게 너무 심한 벌을 내리신 것이 아닐까? 태양도 마왕도 아니니 그 웃음은 어떤 힘도 주지 못하고 수태도 시키지 못한다. 그저 서늘하게 구석구석 간지럽히고 핥으며, 로마 여인들에게 뱀이 그러했듯 그런 쾌감을 줄 뿐이다. 그 시큼한 피임-바이브적 웃음은 현대에 얼마나 건전하고 안전한가? 그들은 스스로에 대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몸은 목을 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웃음은 신성하다. 그러나 현대의 지적이고 섬세하며 불온한 광대들의 웃음에서는 뱀비린내가 난다. 뫼르소의 표현에 첨언하면, 파리의 웃음은 하얗고 더럽다. 현대의 냉소가들에 비하면, 볼테르는 얼마나 조야하고 순수하며 쾌활한가? 아, 너 무식하고 거칠며 호탕한 웃음에게 축복이 있기를! 태양이여! 축축한 안개에는 이제 질렸다. 차갑게 날카로운 초승달에도 이제 질렸다. 태양이 보고 싶다. 살금살금 걷고 간드러지게 웃으며 자신을 영리하게 보호하는 고양이 새끼들이 아닌,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숨길 필요도 없는 사자의 웃음이 보고 싶다. 순수한 남성적 웃음을 보고 싶다. 그것은 어려운 길이다. 그래서 언제나 주정뱅이의 술 냄새나 누에 치는 냄새가 날 뿐이다. 술안주로 번데기가 나오는 것은 괜한 일이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조르바가 정확히 지적한 대로, 사자처럼 웃는 사람들은 웃느라 바빠서 웃는 글을 쓸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왜 사자들이 광대가 되어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웃는 글은 언제나 초승달 밑 책상 앞에서 소리 없이 기묘하게 입술을 비트는 지식인-광대들의 차가운 손에 떨어진다. 영원한 삶의 약자들에게. 더 많이 비틀어라. 그것이 기교고 방패일지니. 그러나 아프지 않게 적당히 비틀어라. 그것이 인세일지니. 이 청량한 그림자극을 우리는 웃음으로 바칩니다, 냐아~ 그런데 어째서 이리도 딸랑딸랑 요란한 방울 소리가 들리는가? 이미 다 자르지 않았던가? 이제 고양이들은 자른 방울을 스스로 목에 걸고 다니기 때문이다. 오, 세련된 현대 코미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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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clerel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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