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무기력하다는 글

in #kr7 years ago

분노하지 않고 포기하는 당신에게

라고 썼지만 사실 제 자신을 위해 쓰는 글이기도 합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의 무기력'에 대한 글이 자주 보이더라고요. 영문도 모르고 태어나 이유없이 계속 포기하고, 포기하다보니 무력해지는 데 익숙해진 사람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유년의 성장기를 이미 지나온 제 얘기기도 했어요. 세상에 어느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마인드를 초딩 때부터 장착하긴 쉽지 않잖아요. 분노하기보단 체념하고, 그 체념에서 나는 눅진한 탄내에 사로잡혀 자기연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중2라서 그랬고, 늘 위태로운 집안이어서 그랬죠.

욕심이 없게 태어나기도 했거니와 욕심을 가지면 견딜 수 없는 삶을 지내왔던 것 같아요. 욕망은 무엇보다 강한 추동인데 오롯이 제 손으로만 그걸 해소할 수 있는, 때론 온 우주가 나서서 나를 눌러버리는 듯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가난이 그래요. 버리고, 또 버리다보면 나 자신까지 분리수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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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열심히 다닐 때는 신에게 빌기도 했어요. 중2 돋을 때는 하나님 저는 죽고싶지도 않지만 이렇게 살고 싶지도 않다며 빨리 달려오는 버스를 응시하기도 하고요. 아버지가 아플 때는 예배당 바닥에 엎드려서 눈물콧물이 다 빠지도록 빌었습니다. 제가 큰 걸 바라냐고, 그냥 살려만 주면 안 되냐고.

그리고 신은 침묵했죠. 스무살 언저리의 저는 크게 바라는 게 없었는데, 그냥 우리 가족이 다 무사했으면 좋겠고 내가 고등학교에 낼 돈 정도는 신경 안 쓰고 내고 싶었고, 고3 때 학원 하나 다니고 싶다고 말할 때 눈치보지 않았으면 했는데, 최소한 이 가정이 바짝바짝 쪼개지지만 않길 간구했는데

매우 기본적인 안전의 욕구조차 쉽게 부스러진다는 걸 가난, 거기서 도출된 여러 시나리오에서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이 처음에는 그악을 떨며 어떻게든 그 환경을 이겨보려 하지만요. 주변에 상처를 줘서라도 나 자신을 지켜내려고도 하고, 미래 따위 생각할 겨를 없이 당장을 버티기도 하다가

끈을 탁 놓는 겁니다.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라 느끼기 시작해요. 남이 넉넉하게, 무탈하게 살아온 것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 같은 걸 느낄 겨를도 없어요. 예전에 그랬거든요. 아는 친구가 미국에서 고등학교 나와서 연세대에 특기자로 합격했다고 하니 어머니가 대뜸 그러는 거에요.

너는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그걸 왜?"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걔랑 나는 태어난 출발선부터 다르잖아. 애끓어서 뭐하게, 그러다 홧병나서 뒤지는 거야. 다크한 속내가 아니라 매우 건조하게, 현실을 받아들여버리는 거죠. 꿈과 희망의 나라는 롯데월드에나 있는 거고, 십대에 들어설 때부터 사람은 돈이 필요해,

그런 감각을 체득하는 겁니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최소한 망하지 않으려고 애쓰게 되고, 가성비 따지는 인생길을 걷게 됩니다. 그걸 달리 말하면 무기력증의 반복이더라고요.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노멀크러시라느니 소확행이 아니라 그냥 최악을 상정하고 멘탈을 지켜내는 식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가난이 씨앗이 되는 무기력의 벽'이 공감갔습니다. 그래도 이젠 그 터널을 잘 극복하고, 월급도 받고 사람들도 잘 만나며 나름대로 1인분 이상을 지고가는 어른이 됐습니다. 자주 무기력이 찾아오고, 이제 그만.. 쉬고 싶다.. 의지가 미약해지면 ㄹㅇ 답도 없는 건 매한가지지만요.

무력감에게 지지 않기 위해 살아간다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마음이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통각이에요. 어느 날 새벽에 진짜로, 그간 묶어뒀던 기억이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쏟아지면 잠이 안 오고. 어떻게든 나와 내 주변의 것들을 지켜내기 위해 평타를 노리는 생활 말입니다.

이센스가 '독'이라는 노래에서 말해요. '흉터를 가진 이에게 존경을, 이겨낸 이에게 축복을.' 제가 늘 버릇처럼 "무사히 백발을 가진 노인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케바케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마치 면역력이 간당간당한 컨디션을 달고 사는 듯합니다.

타박상을 입으면 그 상처가 회복되게 반창고를 붙여야 하는 게 돈이 없는 거에요. 늘 날카롭게 찌르는 삶 속에서 하나둘 염증반응이 쌓여가요. 그 가려운 고통을 옹이처럼 안고 가는 이에겐 존경을, 어떻게든 약을 벌어서 스스로 치료하거나 시간의 풍파에 따라 자연히 이겨낸 이에겐 축복을 주고 싶어져요.

노력을 안 하면 문제라는 말은 매우 쉽지만 모두의 노력이 같은 중력을 받고 있다고 느끼진 않아요. 누군가는 자기 온몸을 바닥으로, 바닥으로 끄는 금성에서 우주를 향해 올라가보려 애쓰고 있을 거에요. 그건 가난일 수도 있고,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또 다른 실패의 관성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들이 말도 안 되는 중력에 탁- 몸을 맡긴 채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사그라지는 빛을 향해 분노하고, 울고, 웃고, 멍때리고 있어요. 안아주고 싶어요:) 이젠 저도 조금씩 무기력을 내버려두는 연습도 하고 있는 걸요. 무언가로부터 필사적으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환상을 거두려 애씁니다.

또또 글 길어지네...ㅋㅋㅋ 하튼! 불편한 것, 불행한 것, 즐거운 것, 그 결을 뭉뚱그리지 않기 위해 부던히 신경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ㅎㅎ 함부로 낙담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아마도 내가 넘어지면 곁에 누가 있겠지, 아무도 없을 가능성도 높지만 뭐, 그럼 망해도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사는 우리들에게
심심(甚深)한 위로와 박수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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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을 안 해서 문제, 하면 된다는 말이 참 쉽게 나오죠..
그렇게 해서 되었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기도 할거구요.. ㅠㅠ

최소한 각자의 자리에서 살 수는 있는 상황을 바랍니다.

ㅠㅠ 자신의 노력을 쉬이 보는 말이더라고요.. 아니면 진짜 쉬웠거나(음?!) 각자의 자리에서 적당히 살 수 있는 상황도 필요해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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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팀하고 가요.
정말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 :)

잘 읽었습니다. 자주 와서 나머지 글들도 읽어볼께요^^

네네ㅎㅎ 저도 글을 자주 쓰도록 애써보겠습니다_

잘 읽었습니다. 위로가 되는 글이네요

다행이네요=) 감사합니다!

무력함이 건강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맞아요 가난하면 병도 돈이라 병원 안 가게 되고 그러면 더 힘이 들고 악순환이죠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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