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후기]연극 정읍사. 소통없는 무한대의 신뢰가 사랑일까?

in #kr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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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두목님의 블로그 연극보다 졸다 초대이벤트로 연극 정읍사를 보았습니다.

백제 시가 정읍사를 재해석하여 현대극으로 탄생시킨 실험적인 작품입니다. 대학로에서 공연하는 대부분의 작품들에 비해 조금 무거운 분위기 입니다. 원곡의 줄거리대로라면 남편의 외도와 아내의 희생정신 뭐 이런게 연상되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출연은 총 4명입니다.
아내역에 하민희 배우님
행상인(남편)역에 최선일 배우님
달 역에 주유 배우님
직장상사역에 이경옥 배우님.
여기에 숨은 또 1명이 있습니다.
바로 스크린에만 나온 기차옆자리 여자역에 한아름 배우님.

정읍사
원문과 해석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하 노피곰 도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져재 녀러신고요
어긔야 즌를 드욜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어느이다 노코시라
어긔야 내 가논 졈그셰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출처: 네이버 두산백과사전 http://naver.me/GWZmssCa)

교과서에서는 행상을 나간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길 달을 보고 비는 아내의 마음을 간절히 표현했다고 나옵니다.

해석은 조금 의견들이 다양하지만 일반적인 해석을 가져왔습니다.

달님이시어, 높이 돋으시어
멀리 멀리 비추옵소서.

(임이시여,)장에 가셨습니까.
좋지 않은 곳에 디딜까 걱정이 됩니다.

어디에든지 놓고 오십시오.
임이 가는 곳이 해가 저물까 걱정이 됩니다.

시장에 가셨냐고 묻는 아내의 물음 때문에 남편을 행상인으로 보는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좋지않은 곳을 여자들이 있는 기생집으로 생각하면 여자를 첩으로 데려올까 두렵다는 식으로 아내의 말을 해석해볼 수 있어서 남편이 귀족이나 높은 신분일거라고 보기도 합니다.

어쨌든 남편이 외도를 하든 길이 험한 곳에 가든 몸만 가볍게 오라는 남편의 무사 안녕만을 바라는 아내의 지고지순함이 느껴지는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연극 정읍사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극의 시작은 달처럼 보이는 북과 승무를 추는 여인의 등장입니다.전통적인 정읍사를 잇는 매개가 되는 달을 북에 스팟 조명을 쏘아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승무를 추는 여인도 아내의 마음을 대변하는 달이라고 합니다. 승무가 끝나면 스크린에 영상이 나옵니다. 아파트 주차장인듯 한 공간에서 자동차 트렁크에 여행가방을 싣는 아내의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곧 아내는 여행가방을 천천히 끌면서 슬프게 울면서 등장합니다. 남편의 외도에 집을 나가는 아내의 모습일까 싶었는데 그게 아닙니다. 이내 아내는 환하게 웃으면서 남편 자랑을 합니다. 남편도 무대에 등장해서 객석을 향해 얼마전 아내와 있었던 일들을 얘기 하기 시작합니다.

시간 구성이 현재에서 과거로.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듯 합니다. 아내와 남편(행상인)은 많은 동작없이 그저 가운데 스크린을 두고 양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합니다. 남편과 아내는 얼마전에 결혼 5주년을 맞았고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평소 일 때문에 출장이 잦은 남편은 미안한 마음에 아내에게 아침밥도 해주고 다이아 목걸이도 선물을 했습니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아내에게 고민잉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혹시 바람을 피우는게 아닌가 싶은 의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자기보다 어린 여자 팀장이라 조심스럽게 대했던건데 아내는 오해를 하고 맙니다.연락처도 저장되어 있지 않은 전화번호에 여자란걸 알고는 아내는 상대를 만나기로 결심을 하게 됩니다. 한편 남편은 일 때문에 출장을 가게 되고 기차에서 우연히 합석한 예쁜 아가씨와 하룻밤 원나잇을 하게 됩니다.그리고 아내는 남편의 외도녀라고 의심되는 남편의 상관인 여자 팀장을 집으로 데려와 무참히 살해하고 트렁크에 넣어서 유기를 하게 됩니다.(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다양 할 수 있을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단편영화 같은 실험적인 부분이 대단히 강했던 연극입니다. 시간은 60분이 채 안되는 시간이였는데, 중간 중간 승무를 추고 북을 두드리는 등의 무용이 있어서 대사와 스크린으로 전달되는 내용은 더 짧았다고 생각됩니다.

배우들이 연기 보다는 말로 극을 이끌어 가다보니 전반적으로 정적이고 지루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뀔때 두드리는 북소리도 생각외로 커서 튀는 느낌이였습니다.
마지막 결말도 전달이 명확하지 않아 스크린에 자막이 올라가면서 극이 끝날때 받는 느낌은 뭐랄까 급작스럽게 서둘러 끝낸 느낌이였습니다. 아내와 남편은 각자가 고해성사를 했던것으로 보입니다. 남편은 출장에서 돌아오면서 마음에 걸렸던 출장지의 외도를 보통 여행지에서 갖게되는 남자들의 로망이라고 변명합니다. 그리고 속시원히 이렇게 고백하니 사정하는 기분이라고 후련해합니다. 한편 아내는 트렁크를 돌려주며 어차피 자기게 아니였으니 가져가라고 합니다. 남편이 출장에서 돌아오니 맞으러 가야한다고 말입니다.

이 부분에서 아내가 출장지에서 남편이 외도한 젊은 아가씨를 용케 찾아내서 죽였다고 이해하시는 분이 계신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시간상으로 아내가 출장간 남편을 찾아가서 다시 돌아올 여유가 안됩니다. 그래서 아내는 트렁크를 빌려서 직장 상사인 여자를 죽이고 유기한뒤에 그 트렁크를 돌려준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처음부터 남편이 직장상사의 전화번호를 잘 저장해놓고 아내앞에서도 당당히 전화를 받으며 의심살 일을 만들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연극 정읍사의 교훈과 의미는
부부간에 무한대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평소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P.S. 아내가 끔찍한 범죄를 실제로 저질르지 않고 혼자만의 상상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아내가 혼자 상상한거라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연극 정읍사의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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