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h Me Outside Howbow Dah - 대중이 만들어내는 문제아.

in #kr6 years ago (edited)

(이 포스팅은 전문가의 시선에서도, 미국 현지에서 살고 있지도 않은 사람의 시선에서 쓴 글입니다.)

미국엔 닥터 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정신과의사인 필이 자신의 쇼에 도움이 필요한 게스트를 불러와 관중들 앞에서 그 사람을 치료하는 형식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이다.
물론 난 이 프로그램에 대해 더 자세하게는 모르고, 관심도 없고 굳이 말하자면 싫어한다고 봐야하겠다. 정신병이라는 소재를 단순한 오락으로 밖에 치부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는지라. 그렇기에 당연히 단 한 편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해서 내가 너무 부정적인 결론을 내리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쇼를 통해서 분명 실질적 도움을 받은 이도 있을지 모르고, 그의 쇼 덕분에 대중이 더 이러한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지도 모르니.)

그럼에도 내가 닥터 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딱 한 가지 아는 회차가 있다. 심지어 그의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보지 않고 미국에 살지도 않는 내가 말이다.

바로 한 때 꽤나 유행했던 바로 이 밈(Meme)덕분이다.

밈은 일종의 미국에서 유행하는 일련의 이미지나 문구들, 즉 한국의 짤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어느덧 미국에서 꽤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셜 컬쳐의 핵심이 된 이 유행에서 캐쉬미아웃사이드, 하우바우 대? 는 한 시절을 풍미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물론 한국의 짤방 문화와 똑같이 지금 이 밈을 사용하면 틀딱 취급을 받게 될지도....)

이 밈의 출처는 이러하다. 닥터 필이라는 프로그램에 한 13세 소녀가 그녀의 어머니 의뢰로 함께 출연하게 된다.
어머니가 도움을 요청한 부분은 딸의 반항과 통제를 벗어난 미친 행동. 어머니의 차를 훔치거나 신용 카드를 몰래 들고가 거액의 쇼핑을 하기도 하고, 그녀에게 욕설과 폭력은 물론 가출을 일삼아서 경찰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온 적도 한 두번이 아니라는 것.

출처 : 닥터 필 공식 유투브 계정

해당 회차에서 닥터 필은 그녀의 행동에 대해 나무라고 이에 그녀는 또 거친 반응을 보인다. 그러자 관중들을 그녀에게 야유를 보내고, 이때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한 마디를 내뱉은 것.

"Cash Me Outside Howbow Dah?"

(굳이 번역해보자면, '얼마에 해줄게ㅎ' 란 느낌이라고 생각해주길....)

이 장면은 순식간에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덩달아 그녀도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SNS 팔로워가 급증했고 대중들도 그녀의 밈을 통해 그녀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 물론 대부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13세 그녀의 행동을 비난했고, 어머니에 대해서 모욕하는 것을 멈추라 하고, 쎈 척하지 말라고 하였다.

더 나아가 나중엔 그들은 캐쉬 미 아웃사이드 밈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변하고, 이런 밈은 너무 멍청해, 좀 그만둬, 인터넷은 갈수록 멍청해지고 있어 등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그녀 본인이 이러한 인기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 두 래퍼의 뮤직 비디오에 카메오로 출연을 하고 소셜미디어를 적극활용해 자기 PR을 한 것.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8백만명을 넘고 트위터 팔로워가 20만명이 넘자 닥터 필에도 재출현하였다.

물론 사람들은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이런 이들에게 관심을 주어선 안된다, 인기를 얻도록 내버려두어선 안된다. 이런 아이들이 인기 스타가 되다니 현 시대의 미디어는 너무 멍청하다 등등의 덧글이 달리고 그녀를 공격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런 부정적인 피드백에 상처받긴 커녕 오히려 더 강하게 반박하고 스스로를 낮추지 않았다.

대중들은 그녀를 그런 이미지로 가두어놓았다. '엄마에게 썅년이라고 부르는 못된 딸' '당해도 싼 싸가지 없는 X' '버릇없는 X''21세기의 전형적인 멍청하고 머리에 똥만 들은 X'




그러던 그녀가 2017년 8월의 어느날 커다란 사고를 내고 만다.

바로 자신의 랩 싱글 뮤직비디오를 발표한 것.


그렇다, 래퍼로 정식 데뷔를 한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Danielle Bregoli 통칭 "BHAD BHABIE." 데뷔를 했을 때의 나이는 14세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왜냐면 의외로, 생각보다, 노래가 좋기 때문이다.(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이런 식으로 웹상에 화제가 되거나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화제가 되어 그걸 이용해 커리어를 시작한 다른 케이스들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번 경우가 특별한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쉽게 예측이 가능하지만 그들이 커리어의 성공에 필요한 자질과 실력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인기를 힘입어 성공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 대부분의 대중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밈, 광대들이 인지도를 이용하려고 하는 순간 환호를 멈추고 정색을 하는 법이니까.

물론 부정적인 의견은 여전히 많았다. 그녀의 언사나 행동은 변함이 없었고 랩 내용 역시도 얌전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들은 여전히, 이런 그녀에게 인기를 얻게 해주는 인터넷과 사람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여전히 어머니에게 돌을 던졌던 싸가지 없는 딸이니까.

물론 그녀의 팬들도 생겨나고, 그녀의 음악성에 대해 의외를 표하며 인정을 하는 이들도 생겼다.



그녀의 새로운 음원과 뮤직 비디오가 차례로 공개가 되었고, 사람들의 반응도 더욱 뜨거워졌다. 뭣보다 음악 자체가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이 큰 쟁점. 여전히 그녀의 태도로 아니꼬운 사람들도 많았고, 그녀의 음악성을 진정으로 인정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가 "이 노래 좋네, 근데 얼굴이 왜 익숙할까?" "얘가 걔야, 캐쉬미아웃사이드-!" "뭐??" 하는 정도로 그녀의 존재에 대해 잊고 있었겠지만.

그녀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 큰 성공을 거두기 시작했다. 빌보드 차트에 오른 가장 어린 래퍼라는 타이틀도 따냈고, 당당하게 자신의 어머니가 가진 6만5천달러 빚을 모두 갚아주는 걸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는 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출처 : TMZ

물론 여전히, 그녀는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과격하고 파격적인 행사를 하고 있고 논란에도 끊임없이 오르고 있다. 그녀를 싫어하는 대중은 아직도 많으며 가장 큰 이유로는 어린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외에도 닥터 필에 나온 것 자체가 하나의 계획이었고 일부러 연기를 한 것이란 의견도 많다.(어느 정도 확정일듯 하다.)


그럼에도 2018년 빌보드 어워드의 후보가 발표되었고,

출처 : Billboard 유투브 계정

그녀는 올해의 최고 랩 아티스트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물론 나는 이 포스팅에서 그녀에 대한 변호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난 최근까지도 그녀의 데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팬 역시 아니다.
하지만 그녀를 밈으로만 소비하고 생각하던 상태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은 순간 많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단순히 우리가 지금까지, '쟤는 이상해' '쟤는 왜 저렇게 행동하지?' '왜 저렇게 나대는 걸까?'라고 생각하며 반에서 따돌리고 소외시킨 친구들, 그룹에서 밀쳐내려고 한 아이 중 그녀와 같은 케이스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이 물론 과격하고 공격적인 언행을 일삼았지만, 사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이 가진 끼나 재능을 주체하지 못했을 경우에 대해선 고려해보지 않은 게 아닐까. '이상하다'라는 것은 결국 우리와 다르다는 것이며 그것이 때로는 '특출나다'라는 극소수의 형태로도 발전 할 수 있다는 걸 성인이 되서야 우린 알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린 시절에 그들에게 준 상처와 괴롭힘은 영원히 그들을 따라다닐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그런 것들에 좌절하여 꿈을 포기할 수도 있고, 더욱 자극을 받아 더 커다란 원동력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대중은 언제나 문제아를 만들어 내길 좋아한다. 괴물을 만들고, 그 괴물을 헐뜯길 좋아한다. 그리고 그 당사자가 받을 피해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는다. 괴물이 망가졌을 때의 모습은 더 이상 미디어에 나오지 않는다. 재미가 없으니까.

물론 이 세상에는 마땅히 죗값을 치뤄야할 진짜 괴물들이 있고 그들은 분명 사회의 정의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는 대부분 엉뚱한 곳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선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그와 비슷한 의견에 동의하기 전에 한 번쯤 고민해볼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이 글은 재미를 위해서일뿐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어떤 현상에 대해서 꼬집으려는 의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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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쓰시는 이런 진지한 글 보면 케콘님의 그림에 표현되는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참 글 잘 쓰세요.ㅎㅎ 어찌보면 정말 무거운 주제인데..
왜!!!! 재능이 이렇게 몰아서 가는지!!!! ㅎㅎㅎ
밈이 뭔지 몰라 찾아보고 읽은 1인..ㅠㅠ

글도 이리 논리적으로 잘 쓰시니, 다 가진거 맞습니다. 그나저나 목소리도 보고 싶고, 지난번 맛배기 소설도 듣고 싶어요 ㅎㅎ

ㅋㅋㅋ 감사합니다! 글도 소설도 좀더 도전해봐야할텐데 말이지요 ㅋㅋㅋㅋ

아뇨~~ 노래요 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을 읽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1세기 가장 최고의 히트상품은 대중이라고 하죠.
그런데.. 사실 그런 대중에게는 누군가가 괴물이건 아니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천사로 만들고, 영웅으로 만들고, 괴물로 만들고..
내가 거기에 일조를 했건 아니건도 중요하지 않죠.

중요한건 딱 하나. 내가 소비할 꺼리가 있는가 없는가.

그 대상의 의도라던가, 누군가의 인도라던가..
물론 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대중은..
그보다는 오직 소비에 집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NS의 세상은 현실의 세상과 분명히 이어져있음에도.
대중은 그걸 미묘하게 분리시키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그건 당장의 내 손에 잡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걸 내가 편한대로 소비를 하죠.
이젠 원인과 결과도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트루먼쇼에서 TV채널을 돌리기 위해 리모컨을 찾는 사람들.
그게, 우리 대중의 가장 본 모습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번에는 쓰잘떼기 없이 요상한쪽으로
저의 생각의 연상가지가 뻗어간 것 같지만요.^^;

아니에요 맞아요 핵심을 보셨어요. 이것도 언젠가 다른 글의 주제로 다룰 만한 요소인데 요즘의 미디어 특히 팝계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으 무척 크다보니 음악성보다 뮤직비디오, 실력보다 얼마나 화제가 되는지가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게 현실같습니다.

와......... 저도 닥터필 가끔 나오면 신기해서 보곤했는데
케이지콘님이 아실줄이야!! ㅎㅎㅎㅎ
이게 실제도 있고 꾸민것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근데 진짜 저 아이 대박이네..근데 뭐
미국이라 또 성공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네요 ㅎㅎ

ㅋㄴㅋㅋㅋ 맞아요 처음 딱 든 생각은 '역시 미국이야'였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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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래퍼의 대단한 스토리네요! 그 소녀가 처음부터 미디어의 속성을 알고 그렇게 행동했다면 그녀는 정말 똑똑한 거겠네요. 괴물을 흉내내어 관심을 끌었으니까요. 긍정하든 욕을 하든 그녀를 소비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녀는 돈을 벌고 인기를 얻는 것이겠죠.ㅎ

우리나라였으면 왠지 다른 결과가 나왔을것 같습니다. ㅎㅎㅎ

재능도 중요하지만 인성이 참 중요한데 말입니다.ㅇㅅㅇ;;;;;;;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재능이 없는 사람들은 아무리 해도 안된다는 박탈감을 느끼게 될 수 도 있을 것 같고.
자극적인 언행과 과격한 행동으로 어떻게든 주목받고 인기를 끄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구요.
우리나라의 BJ 철구 같은 느낌??

어쨌든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더니 거짓말 인가 봅니다.ㅋㅋㅋㅋㅋㅋㅋ

미국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기도 하군요.. 위의 케이스는 전혀 고쳐지지 않은 것 같지만요.
대중의 인식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걸 어떻게 이용하는지 엔터테인먼트사의 상술은 어메이징..

멀리서 볼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ㅋㅋㅋㅋ 이병헌, 철구같은 사람들만 봐도 노이즈마케팅이 이렇게 좋은건가 생각이 들기두 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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