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erse designing] AirPods - concept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 reverse designing(리버스 디자이닝의 정의는 이전포스팅 참고)해 볼 제품은 애플의 AirPods이다. 개인적으로 사용해본 애플 제품 중 만족도 TOP3 안에 드는 제품이며 주변 사용자들 역시 만족도가 매우 높다. 타 블루투스 제품군에 비해서는 높은 가격대의 제품이지만 최근에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사용자들의 구매가 많이 늘었다. 비싼돈을 주고도 사람들이 무언가를 계속 구매한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그것의 값어치를 훨씬 뛰어넘는 그것 이상의 충분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 제품은 네이밍에서 부터 reverse designing의 재미있는 힌트를 찾을 수 있는데(그래서 나는 이 제품이 좋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이유는 아니다), 복수형 어미의 사용(AirPod+s)으로 볼 때 애플은 이 디바이스를 소규모 디바이스 두 개가 결합된 복수의 그룹 제품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최초의 설계자는 두개의 구성품 중 하나만으로도 사용자를 만족할만한 기능성을 확보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제품은 좌/우 상관없이 하나만 사용해도 음악 소리가 들리고, 나의 음성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이는 이어폰을 한쪽만 끼고 사용하는 기존의 사용자 경험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으로 전혀 신기할게 없는 부분이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AirPods의 디자인적인 힘은 바로 이곳으로부터 출발한다.



기존의 블루투스 이어폰


사실 블루투스 이어폰류라 불리는 이런 제품들의 시도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2000년대 초반, 혹은 그 이전부터 본격적으로 많은 형태의 블루투스 이어폰이 제시되었는데(음악 감상이 아닌 통화 목적을 위한 블루투스 기기는 해당 기간 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 다만 기존의 제품들은 목이나 귓볼 등에 거추장스러운 구조체가 추가 되어 있어 이어폰과는 다른 카테고리로 취급받았다. 최근에서야 earbud라는 컨셉의 선이 없는 형태가 등장하긴 하였으나, 귓속을 강하게 조이는 플러그 타입 인데다가 귀 밖으로 일정 부분의 구조체가 돌출되어 있어서 여전히 이어폰과는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으로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었다.

AirPods은 소비자들에게 이런 무선 이어폰의 괴리감을 제거하는데 성공한, 아마도 내가 느끼기에는 최초의 제품이다. 그리고 이런 심플한 결과 이면에는 많은 중간 과정들이 숨어있다.



컨셉의 설계


실제로 특허자료를 찾아보면 애플은 아마도 2015년 무렵에는 구현 가능한 컨셉의 설계를 마무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품이 언론에 소개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9월 경이고, 제조 기간을 고려해 보면 아마도 2016년 초에는 이미 대량 생산을 고려한 최종 설계를 마쳤을 터.

2015년 최초 출원을 기초로 2016년에 추가 출원한 애플의 특허(US2016/0360350)를 살펴보자. 두 개의 분리된 유닛과 그것을 충전하는 여닫이식 캡의 구조적인 설계가 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보관 유닛 내부에 필요한 통신 및 충전 장치, 그리고 충전중임을 알려주는 LED 인디게이터등이 현재와 거의 동일한 컨셉으로 기술되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다만 이 특허에는 자석을 이용한 이어폰 유닛의 홀딩 방식과 캡(뚜껑)의 닫힘 구조가 명확하게는 기술되어 있지 않은데, 아마도 이 부분은 제품의 마지막 개발 단계에서 상세 스펙이 결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구조의 설계


외관을 제외하면 구조 설계 중 가장 먼저 해야 했던 부분은 이어폰을 넣기 위해 제품을 개방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이 개방가능한 캡(뚜껑)의 형태에는 적어도 다음의 3가지 방식 정도가 제안될 수 있다.

  • 분리형 캡 방식
  • 여닫이형 Type-A
  • 여닫이형 Type-B


분리형 캡 방식

분리형은 사용 시 캡(뚜껑)이 완전히 분리되어 두 개의 구조체로 나뉘는 방식으로 한때 USB드라이브에 많이 사용되었던 방식이다. 그러나 이는 오래 사용하다 보면 헐거워지는 내구성은 둘째 치더라도 사용성에 있어 상당한 불편을 일으킨다.

사용자의 제품 사용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자. 한 손으로는 본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캡(뚜껑)을 오픈한다. 이후 뚜껑을 내려놓거나 뚜겅을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추가로 이어폰을 내부에서 꺼낸다. 바로 이 과정에서 뚜껑을 내려놓을 경우 실내가 아닌 외부에서 많이 사용하는 무선 이어폰의 특성상 캡(뚜껑)의 분실 위험이 있고, 캡(뚜껑)을 움켜쥔 상태에서 이어폰을 꺼내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이어폰을 놓칠 수도 있다. 여러모로 탈락 1순위의 아이디어다.


여닫이형(Type-A)

다음으로 확인해볼 방식은 여닫이 방식이다. 여닫이 방식에도 몇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먼저 타입 A를 살펴보도록 하자.

마치 라이터처럼 좁은 힌지를 중심으로 큰 호를 그리며 개방되는 방식이다. 힌지를 조금 강하게 만든다면 아마도 지포나 듀퐁 라이터와 비슷한 사용감을 주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느낌도 나름 재미있을 듯하다. 

하지만 실제 적용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힌지는 적은 힘으로는 180도로 개방이 쉽지 않다. 또한, 한 손으로는 원하는 만큼의 각도로 개봉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 180도 근처로 캡이 개방되지 않을 경우, 힌지 근처에 있는 이어폰은 캡에 부딪혀 외부로 꺼내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한다.


여닫이형(Type-B)

또 다른 여닫이 방식 Type-B를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type-B는 최종적으로 AirPods에 적용된 방식이다. 긴 모서리 부분의 힌지를 중심으로 짧은 쪽 면을 밀어 올리는 방식인데 Type-A에 비해 캡 오픈시 손가락의 이동 거리가 짧아 사용 면에서 유리하다. 다만 이와 반대로 힌지의 반발력이 같은 상황이라면 Type-A에 비해 오픈하는데 더 많은 힘을 가해야 한다. 시소에서 중심 쪽에 가까이 앉을수록 많은 힘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이 부분, 즉 힌지의 세기를 설정하는데 있어 아마도 또 한 번의 고민이 추가 되었을것이다. 강하게 설정하면 오픈하는데 어렵고, 약하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이동 시에 캡이 개방되거나 들뜨는  현상이 일어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렇다, 무언가 또 다른 대안이 그들에게는 필요했다.”




Magic material, Magnet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아마도 애플은 동종 카테고리 내에서 네오미듐 자석을 가장 많이 쓰는  회사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애플의 많은 제품들을 살펴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 속속들이 자석이 숨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우리가 체감하기 가장 쉬운 부분으로는 iPad와 부속 악세사리인 smart-cover가 대표적이다. smart-cover의 부착을 위해 자석을 사용하였으며, 아이패드 본체의 해당 부분에도 자석을 미리 내장하였다. 


<출처 : ifixit - Smart Cover>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애플은 자석을 사용할 때 길쭉한 자석을 한 번에 사용하지 않고 약 1~2cm로 된 자석 여러 개를 연달아 붙여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석의 운송과 조립과정에의 용이함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애플의 다른 제품군에도 자석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듯하다. 애플은 사실상 거의 모든 힌지 구조에는 추가로 자석을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아마도 2006년경 새하얀 자태를 뽐내며 우리에게 등장한 MacBook 시리즈가 그 시작점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묘하게 열리는 느낌이 타 노트북과 다르다는 걸 느끼고는 실제로 자석을 가지고 MacBook을 샅샅이 훑고 다녔다) 이 2006년을 기점으로 지금까지 애플의 MacBook 베젤 내부에는 네오미듐 자석이 들어있었다.


<출처 : ifixit - MacBook Core Duo>


잡설이 길었다. 아마도 쉬운 이야기를 돌려서 한 듯하다. 

Airpods에는 자석이 들어있다. 이것이 뭐 그리 놀랄 일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Reverse Designing을 진행하는 나에게는 그렇지 않다. 가로세로 5cm 남짓 되는 구조체 안에 무려 11개의 자석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출처 : ifixit - AirPods >


x-ray 화면상에 검은 블록으로 표시된 부분에는 모두 네오미듐 자석이 들어있다. 이 중 4쌍으로 이루어진 조그만 자석들은 힌지 구조를 서포팅해 여닫는 사용자 경험을 커버하고, 나머지 중앙의 큰 두 개의 자석은 이어폰 삽입 시 이어폰을 holding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단 커버 정 중앙에 세로로 위치한 자석은 하단부 자기 센서와 만나 제품의 open, closed 상태를 구분해 준다. (캡을 서서히 닫다 보면 완전히 캡이 닫히기 직전에 자기 센서에 자기장이 가해져 녹색의 충전 조명이 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캡을 잡아준다는 구조적인 아이디어만을 놓고 보면 자석은 2~4개 정도면 기능적인 구현이 가능하다. 따라서 자석이 12개나 삽입된 결과를 통해 우리는 그들이 여닫는 느낌, 즉 UX를 다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치열하게 고민했었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 애플의 UX에 대한 고집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집요하고 디테일 하다.


NEXT


지금까지 우리는 AirPods 이 갖는 컨셉 적인 의미와 그것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과정. 그리고 그 컨셉을 완성하기 위해 고민했던 제품의 개방 방식을 살펴보았다. 짧지 않은 글이었지만 사실 이제 막 이 제품의 겉표면을 살펴본 것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 제품은 그 내부에서도 심도 높은 고민의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다음 편에서는 AirPods 내부에 존재하는 고민의 흔적을 더 파헤쳐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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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종종 들려주세요.

네 종종보아요ㅎ

우와...무슨 글이 이렇게 디테일하죠? 좋은글 감사합니다:) 에어팟 꼭 써보고싶은데 지인꺼 만져보니 여닫을 때 느낌이 참 좋더라구요ㅎ 한참을 열고닫고^^ 저런 비밀이 숨겨져 있었네요

에어팟의 UX는 정말 편합니다만, 귀에 안맞으면 빠질수 있습니다.
저도 귀에 잘 안맞는 편이라서 외부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되네요.(흠...귓구멍이 큰가?ㅎㅎ)

힌지에 있는 좌석에서 기분좋은 그립이 생기는 것이였군요. 그 작은 차이점 하나로 사용자에게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것 같습니다. 애플 포드는 아직 써보지 않았어요. 세련되고 편리해보여도 "잃거버릴것 같다"라는 느낌이 컸어요.

바이곤님의 블로그를 이제야 알게 되었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

그렇게요, 저도 몇번 귀에서 빠지는걸 경험했네요.
이제 첫 출시 제품이니 업그레이드 되면 조금 개선되리라 기대해 봅니다.

상세한 리뷰 잘봤습니다. 오렌지몽키도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

글에서 엄청난 고뇌와 정성이 느껴집니다~^^ 진짜 애플의 UX는 애플말고 다른 브랜드로 넘어갈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아요~ 예전에 B&O 이어폰 댐퍼의 부드러운 느낌에 사로잡혀서 한동안 다른 이어폰은 쳐다보지도 않았었는데..ㅎㅎ

사용 해보진 않았지만 B&O도 디자인 철학이 있는 브렌드이니 아마도 착용감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최대한 쉽게 써본다고 썼는데 reverse designing 글의 특성상 스팀잇에 쓰기에는 좀 무거울 수도 있는 내용인 것 같아 고민이네요. 중간 중간 쉬어가는 글도 좀 써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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