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SIK / "저… 차 한잔 하실래요?" #002 - 차마시는 방법? 그리고 연꽃차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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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에서 계속)

그러니 지금은 좀 ‘차’라는 것의 정의를 너무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에 묶어둘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해 본다. ‘차’의 범위가 넓어지면 자연스레 차를 마시는 방법도 편해진다. 일본사람들은 차마시는 방법을 다도茶道라고 표현하는데 우리는 전통적으로 다례茶禮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추석날 아침에 지내는 차례茶禮와 같은 말이다. 같은 글자를 ‘차’로도, ‘다’로도 발음한다.


예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일본에서 행해지는 다도란 우리 나라 다례에 비교해도 형식이 좀 지나친 측면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주로 감각이나 생각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면 불교에서는 잡아끌어서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내버려두고 내려놓는 방법을 선호했다.


물론 이 방법은 불교에서만 쓰던 것은 아니다. 노-장으로 대표되는 도가의 철학에서도 동의하는 것으로 사실 중국에서 피어난 대승불교의 꽃, 선종에도 그런 사유와 방법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절에서 차를 마시는 방법은 정해진 메뉴얼이 없다. 상황에 따라 끓여도 되고 우려도 되며, 컵에 담아 마시나 잔에 담아 마시나 그런것에 가능하면 법을 만들지 않는다. 대개 사람들은 형식이나 규칙, 의례 등에 의지하려 한다. 그런 것도 필요에 따라 생겨났겠지만 스스로의 마음이 충만할 때 그런 겉치레는 오히려 거추장스럽게된다.


마음이 자유로워지려면 그런 형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형식이 없어도 마음이 자유로워지면 된다. 진정한 예의란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이니 선한 행위를 하는 것, 복을 짓는 것, 나 자신과 우리 모두를 위한 그 어떤 행위든 정해진 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법이란 그런것이 안될 때 강조되는 것이니 법칙을 따라가다보면 좋은행동으로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은 된다. 하지만 결국은 그런 것들이 마음에 새로운 찌꺼기를 만들고, 형식에 치우치게 한다. 그러니 오히려 걸림돌이다. 마치 차가 끓인 물 속에서 향기롭게 우러나지만 그렇다고 계속 놔두면 쓰고 떫어져서 마실 수 없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차의 가장 훌륭한 맛을 만드는 다(차)례, 혹은 다도란 지나치게 형식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일상의 시간을 쪼개내어 물을 끓이고 우려내는, 혹은 끓이는 시간을 통해 고요한, 혹은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갖는 것만으로도 최선일 수 있다.


차의 역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필자도 정통한 전문가가 아니니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녹차문화가 신라의 진감국사 헤소스님으로부터 오늘날 하동 쌍계사에서 시작되고, 또한 조선시대 초의선사로부터 중흥되었다는 사실로 미루어 대개 우리나라 차문화는 상당부분 불교를 통해서 이루어졌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더구나 지나친 차례의 형식이란 사실 별로 '전통적인 것'이라고 할 수도 없을게다.

❁❁❁

역시 차라 하면, 그 재료가 첫 번째인데, 중국이 꼽는 10대명차에 속하지는 않지만 꽃차의 여왕이자 명색이 불교이야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차의 재료가 있다. 바로 ‘연꽃’.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꽃이다. 무엇보다 처염상정. 더러운 진흙에서 탁한 물속을 지나 피지만 잎이나 꽃에 그 진흙이나 탁한 물을 몸에 묻히지 않으니 참 희안하다.하지만 예쁜 모양과 향기뿐 아니라 꽃부터 시작하여 꽃술인 연밥, 그 속의 열매인 연자,뿌리인연근까지, 모두 식용 혹은 약으로 쓰여서 우리를 이롭게 해주니 연꽃의 입장에서는 잘 모르겠고, 우리 사람들에게는 한 번 더 그 매력이 있다. 그러고 보니 법륜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꽃을 보면서 예쁘다고 칭찬하면 꽃이 좋아? 네가 좋아?”

보는 사람이 좋지, 꽃이야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다고 특별히 좋을게 있겠는가? 물론 요새는 식물도 칭찬해주면 그걸 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칭찬해주고 예뻐해주니 너는 내곁에 있으라며 칭찬해주는 값까지도 톡톡히 치르게 하니, 원하는 길이만큼 싹둑싹둑 잘라서 꽃병에 꽂아 놓고는 예쁘다고 좋아라 한다. 사실 꽃의 입장에서야 깨끗한 물이 가득한 오아시스 보다는 조금 더러워도 흙에 발담그고 바람도받고 햇볓도 받고 그 편이 아무래도 낫지 않을까?


물론 뜨거운 물에 우려 먹으면서 꽃의 입장을 대변(?)하려 니 좀 위선적인 것 같기는 한데…

연꽃의 향기는 매우 짙은데도 대단히 은근해서 결코 강하지는 않다. 색도 마찬가지다. 푸른색의 청련, 흰색 의백련, 붉은색의 홍련 등이있지만 원색을 띄지 않고 항상 파스텔톤을 유지한다. 사람이건 식물이건 대개 시련을 겪고나면 자기의 색을 진하고 분명하게 드러내기 마련인데 연꽃은 그 진흙과 탁수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도 이렇게 색과 향이 은근하다. 더구나 그 성질도 마찬가지다. 대개 연꽃차의 성질은 마음과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준다. 그래서 잠을 잘 못 이루거나 화가 난다든지, 마음이 불안한 이들이 연잎이나 연꽃차를 마시면 잠을 잘자고 마음이 편해지는데 도움이 된다.


비가올 때 연잎을 우산처럼 쓰는 개구리왕눈이적 모습도 이젠 옛말이겠지만, 연잎도 물을 먹지않아서 물방울이 돌돌 굴러다니는 걸 보면 참 예쁘기도하다. 옛날부터 그런 전통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요사이 사찰음식이다 건강식이다 하며 연잎밥, 연잎 도시락도 한창유행중이다. 그 은근한 향이 밥에 베면 무던하게 넘어가기도 참 만만치는 않다.


중국이나 대만에서 연꽃차는 어린아이의 손바닥만한 연꽃을 말려서 그대로 우려먹는데, 주로 황금빛이 나는 황련을 최근에 많이 마시는경향인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연꽃차의 추출방식은 역시 우리나라 특유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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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15'0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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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ing @originalworks :)
img credz: pixabay.com
Nice, you got a 69.0% @kamikaze upgoat, thanks to @bul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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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잘 보고갑니다^^

@sailingtohappy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차는 모양에 반하고, 향기에 취해서 맛은 그냥 맛나게 마시게 되는 것 같아요~ 화차는 친구가 직접 볶아준 장미차도 마셔보고 중국차도 많이 마셔봤지만, 아직 그~ 연꽃차는 아직 기회가 없었네요~

@khaiyoui님 ~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매니아들에게 화차란 매력 그 자체지요. 말씀대로 화차가 맛은 색과 향기로 마시는 것 맞는 것 같습니다. 연꽃술잎차는 아직까지는 베트남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도를 배워보고 싶다고 늘 생각은 하는데, 다른 일에 밀려서 늘 쉽지는 않네요. 다만 차맛도 마시다 보니 기호가 생겨서 그냥 있는 티백이나 차잎으로 마시고 있습니다. 이게 은근 귀찮긴 하지만, 하루 한 두잔 정도 좋은 것 같아요~^^

어머니가 불자이신데 이 글을 읽으시면 참 좋아하실거란 생각이 듭니다. 찬찬히 정독해보고 어머니께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좋은 글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 포스팅 정말 감사드립니다.

@jack8831님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라 칭찬받으니까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양심껏 진실을 말씀드릴뿐.. ㅋ ^^

정말 따뜻한 차가 생각나는 계절이 되었네요.
은은한 차한잔 마시며 몸도 마음도 힐링하고 싶어집니다.ㅎㅎ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

글에서 부드러운 차를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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