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LSIK / 영화 철학 토론 [002] "무엇이 나를 나이게 하는가"

in #kr7 years ago

영화 철학 토론 [002] "무엇이 나를 나이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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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이미지 출처 [다음영화] http://movie.daum.net/moviedb/photoviewer?id=81215#1133664


‘내가 보고 있는 것은 내 눈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보는 것에 대 해 ‘내 의지대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 사실일까.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사실 ‘나란 주체’가 ‘어떤 대상’을 보는데서 시작되만 불교에서는 ‘보는 어떤 것’과 ‘보는 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마음’이라고 정의한다. 내 마음이 있어서 무엇인가를 보는게 아니라 보고 난 후에 만들어지는 것이 마음이다.그럼 보는 것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데 더 이야기 하자면 너무 골치아픈 이야기니까 이 문제는 다음에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마음의 한 영역인 감정은 때로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 기쁘고 행복한 마음이 들 때야 굳이 그 이유가 필요하겠는가마는, 부정적일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대개 ‘내 마음’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때로 내 마음은 어떤 절대적인 내 의지보다도 여러 환경이 주는 조건 위에서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안되는 것은 다반사. 그리고 그 조건의 상당부분은 놀랍게도 우리들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기억 때문이다.

여러 현실 상황들은 때로 행복함을 느끼거나, 혹은 불행한 감정을 동반 하는데, 비슷한 상황을 마주치거나 또는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를 때, 그 기억과 함께 당시의 행복함이나 불행이란 감정도 함께 나타난다.

위에서 말한대로 행복함이야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경우니까 제외하기로 하고 불행의 경우를 보자. 불행이란 내가 싫어하는 상황과 마주치는 것이다. 물론 사람도 포함된다. 불교에선 이런 상황을 “싫어하는 것들과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괴로움 - 원증회고怨憎會苦”라고 부른다. 그 때 그것을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데 문제는 그 상황에 대한 컨트롤이 마음대로 안된다는데 있다. 그러면 자연스레 짜증이 나고 화가 나며 그 대상을 탓하는 마음이 연이어 일어난다. 사실 이런 과정은 우리가 가진 매우 기계적인 반응이지만 우리에게는 이 반응을 기억하는 학습기능이 있다는 것도 실은 문제로 작용한다.

한 순간 그런 마음이야 일상에서 수 없이 일으키고 산다지만 그 감정의 규모가 아주 클 때 내 감정은 이성의 통제를 벗어나기도 한다. 심리학에선 이를 ‘감정봇물의 폭발’이라고 부른다는데, 그게 폭발을 했든 어떻게 억눌렀든 그 감정의 파장은 절대 일회성이 아니다. 상황이 끝나버려도 그 감정은 경험으로 기억에 남게 된다. 그래서 비슷한 상황이 생기거나 그 기억을 떠올릴 때면 그 때의 좋지 않았던 감정도 함께 일어나는 경우가 생긴다. 그 중 구체적인 예로 ‘원망-원한’과 ‘두려움’을 들 수 있는데 원망이나 원한은 내가 상대를 어떻게든 해하려는 마음으로, 두려움은 상대가 나를해할 거라는 형태로 일어난다.

사실은 대단히 동시적이라 두 개의 마음은 구분이 쉽지않다. 이 두 가지는부정적인 마음 중. 가장 강력한 것들로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모른다.심지어 그것은 그 감정을 일으켰던 상황의 기억이 사라져도 여전히 남는다. 무엇인가를 틀에 오래담아 두면 나중에 틀을 제거해 버려도 내용물이 그형태를 갖는것처럼.

나는 왜 내가 그런 감정에 휩싸여 있는지 정작 기억을 못하지만 감정은 지금의 나를 지배한다. 물론 그 부정적 감정은 누구도 아닌 내가 만들어 둔것이다. 결국 내가 만든 과거의 감정의 무거운 덩어리가 현재에는 내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는 힘으로 나를 짓누르는 것이다.

지금 드는 막연한 두려움, 불안함, 불편함의 부정적 성향의 감정들은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이렇게 내가 기억 못하는 언제쯤에 내가 스스로 만들어 둔 것일 가능성이 많으니 사실 이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힘도 결국은 내게 있다. 쉽지는 않지만 과거의 막연한 그때 내가 그것들을 만들어 낼 때를 떠올리며 조심스레 털어버리는 연습을 해 보자.

모든 관념이란 실질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반이 약해지면 연기처럼 사라진다. 원래 있던게 아니니 말이다. 그러니 누군가에 대한 적의나 원망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편이 좋다. 감성의 강력한 영역에서 이성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그런데 똑같은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안느끼거나 덜 느끼는 경우가 있고 더 많이 혹은 심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어떤 차이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도 반복된 연습임에는 틀림 없고, 일부러 그걸 연습하는 이는 없을테니 그는 보통의 경우보다 그런 상황을 자주 만났거나, 가벼운 상황에서도 부정적 감정을 쉬이 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길이 든 것일게다. 그래서 한 순간의 마음이 그렇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의상스님의 말씀 중에 “한 순간의 마음이 헤아릴 수 없는 시간에 영향을 미친다- 일념즉시무량겁一念卽是無量劫”이란 바로 그 말이다. 한 순간의 강렬하게 느끼는 감정은 그렇게 오랜시간 동안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것은 어떨까. 역시 긍정적인 감정은 두고 두고 스스로를 편안하게 해 주는 따뜻한 에너지가 되어줄 수. 있다. 강력한 긍정적 감정이란 마치 면역력과도 같은 것이어서 마음에 닥쳐오는 작은 시련들을 극복하게 해 준다.

우리는늘 피치못할 수많은 복잡한 상황에 처하고 또 당한다. 그때 어떤 마음으로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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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_불식 15/02(0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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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드립니다.
tip! 2

매일매일 순간순간의 경험에 대한 감정들이 모여 부지불식중에 내 지금의 감정을 만들어내는 거겠죠.

그러게 말입니다. 불식페이지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닉네임이 불식 이시더니 불교철학을 주제로 하시는 군요.^_^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ㅅ^

어서오세요^^ 네 '불식'은 개인들이 만들어가는 불교월간매거진이랍니다. 스팀잇에 조금씩 옮겨보려고 합니다. 자주 들러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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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서 강렬한 마음들은 세월이 지나도 잘 없어지지가 않는것이군요

인간의 감정만큼 커다란 에너지도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강렬한 감정은 그 사람을 불행하게도, 행복하게도 만드니까 말입니다. @gaeteul님 불식을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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