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테크? 그거 하면 돈 번다면서요?

in #kr7 years ago (edited)

저는 제 취미가 레고라는 사실을 굳이 감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널리 알리는 편이죠. 너무나 자랑스러운 취미니까요. 저는 제 취미가 레고라는 사실이 진짜로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그런데 제가 레고를 취미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저를 봅니다. 대부분은 '아니 다 큰 어른이 애들 장난감이나 모으고 있다니..' 하는 시선이고, 나머지는 '오~ 레테크로 돈 좀 벌었겠는데..' 하는 시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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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크의 성공 사례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표적인 제품. 10182 카페코너]

저는 레테크로 돈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손해를 본 것도 아닙니다. 우선 저는 레고를 사고 팔아서 돈을 벌 목적으로 레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럼 레테크를 바라보고 레고를 했다면 돈을 벌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레고를 팔아 떼돈을 버는 꿈을 꾸고 어느 정도는 실현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건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이 글의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절대 레테크 하지 마세요.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시장 상황이 아닙니다.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몇 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1. 레고 출시 가격의 끝없는 상승

레고를 취미로 하지 않는 분은 레고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걸 잘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때에만 마트에 가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경우 시세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죠. 보통의 사람들이 레고 시세를 특별히 알 필요도 없고요. 오히려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레고가 진짜 비싼 장난감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요즘 레고 가격은 레고쟁이도 겁이 날 정도 비쌉니다.

10년 동안 레고질을 해 온 제가 볼 때 레고 출시 가격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유사한 콘셉트로 디자인된 제품이지만 가격은 체감상 매년 15% 이상 오르는 것 같습니다.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 개수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도 말이죠.

물가상승률, 변동하는 환율을 감안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높게 책정돼서 출시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레고 가격이 싼 곳으로 유명했는데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 중 한 곳이 됐습니다. 오죽하면 해외 직구가 더 저렴할까요(물론 해외 직구가 항상 국내 구매보다 저렴한 건 아닙니다. 항상 비교 검색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제품 자체가 처음부터 거품이 낀 상태로 출시된다는 겁니다. 높은 가격에 출시됐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단종이나 품절이 된다고 해도 예전처럼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2. 레고사의 단종 정책 변화

레고가 재테크에 유용한 품목으로 인식이 된 데는 레고사의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제품 출시 후 2~3년 후에는 해당 제품을 단종시키고 더 이상 생산하지 않습니다. 즉, 시간이 지나면 제품의 희소성이 커졌습니다. 구하고 싶어도 제품이 없으니까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그런데 이제는 레고사가 더이상 제품을 단종시키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당연히 단종이 된다 생각해서 필요 이상으로 제품을 사놓은 사람들은 엄청난 패닉에 빠졌습니다. 대부분 여유 자금으로 한 게 아니라 용돈을 쪼개고 모아서 투자(?)를 한 건데 예상대로 단종이 되지 않으니 큰 낭패를 보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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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소문만 무성하다 단종은 되지 않고 되레 재발매가 된 죽지 않는 죽음의 별 10188 Death Star]

아시겠지만 레고는 박스가 내용물에 비해 상당히 큰 편입니다. 보통 레고질 좀 한다는 사람들은 집 안 곳곳에 뜯지도 않은 레고 박스를 쌓아 놓습니다. 옷장, 붙박이장, 안 쓰는 화장실, 베란다까지... 집에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로 쌓아두고 단종될 날만 기다렸는데 단종이 안 된다니. 한숨만 나오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견디다 못한 사람들은 중고나라 같은 곳에 구매 가격 이하로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팔리면 다행인데 안 팔립니다.

사람의 심리라는 게 시장에 물건이 많으면 사고 싶은 마음이 안 생깁니다. 취미 시장에서 한정판이니 특별판이니 하는 게 더 잘 팔리는 이유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이렇게 쌓여 있는 물량이 어마어마 합니다. 언제쯤 이 물량이 다 소화될까요. 이런 정체기를 빠져 나가지 못하는 한 가격 상승은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아마 당분간은 가격이 오르기는 커녕 계속해서 내려갈 겁니다. 견디지 못하고 하루라도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그야말로 던지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으니까요.

3. 단종은 없다! 재발매!!

단종을 안 하는 레고사의 정책 변화까지는 이해했지만 유명 제품의 재발매는 정말 어이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과거에도 재발매가 있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재발매를 본격화한 건 아니었습니다.

재발매가 있을 것이란 느낌적인 느낌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당연히 제한적인 수준일 거라는 게 사람들의 믿음이었어요. 재발매를 통해 오랜 세월 공을 들여 수집한 콜렉터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는 레고에 대한 충성도를 하락시켜 사람들의 마음이 레고를 떠나게 만들 것이기 때문에 레고사도 그 부분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레고사가 해냅니다.

단종 후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대표적인 제품,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항상 언급하는 10179 밀레니엄 팔콘을 재발매 해버린 겁니다. 새로운 스타워즈 에피소드 개봉에 맞춰 디자인을 약간 변형한 제품이지만 시장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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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1079 밀레니엄 팔콘, 오른쪽은 재발매된 75192 밀레니엄 팔콘]

2017년 재발매된 75192 밀레니엄 팔콘은 출시 가격이 110만 원($799.99)입니다. 450만 원까지 치솟았던 오리지널 10179 밀레니엄 팔콘의 새 제품 가격이 가라앉은 것은 물론이고 아예 거래가 뚝 끊겼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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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시된 10189 타지마할이 재발매 된 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습니다. 재발매된 10256 타지마할은 오리지널 10189 타지마할과 하나도 바뀐 게 없이 박스 디자인만 달라져서 출시 됐습니다.

레고쟁이들은 타지마할의 재발매를 단종 제품 재발매를 공식화하는 선언으로 받아 들였습니다. 더이상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열정과 정성을 쏟아 가며 제품을 수집할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연이은 레고사의 잘못된 정책들은 탄탄했던 팬덤에 큰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발매 → 단종 → 가격 상승 패턴이었다면 이제는 발매 → 단종 → 재발매의 패턴으로 바뀐 것이죠.

단종도 안 되는데 서둘러 살 필요가 없고, 설사 단종이 된다고 해고 재발매가 될텐데 굳이 지금 꼭 사야 할 이유는 없죠. 누구나 나중에 할인 세게 들어가면 그때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게 합리적일 거라 생각할 겁니다.

레고를 사야할 이유가 사라졌으니 전체 레고 시장의 수요(구매력)도 줄어들 수밖에요. 구매력이 예전 같지 않은데 공급은 여전하니까 매장에는 재고만 쌓이고, 재고를 밀어 내기 위한 40~50% 할인행사가 수시로 진행됩니다. 예전에는 꿈도 못꿨던 큰 폭의 할인을 경험한 소비자는 행사만 기다리고 웬만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악순환이 시작된 겁니다.

이런 분위기로 몇 년이 지나다 보니 맘먹고 레테크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언론이나 몇 몇 블로그에서 레테크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호도를 하기 때문입니다.

감히 말씀 드립니다. 레테크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분이라면 생각을 돌리세요. 이제 그런 시절은 오지 않습니다. 대신 사놓은 제품 하나씩 뜯어서 만들면서 레고라는 취미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아 보세요. 어느새 울분과 분노는 사라지고 행복이 찾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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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중국산 불법 카피본 때문에 희소성도 줄어들었죵.. 점심 맛있게 드세요 : )

맛점하세요~ 중국산 짭이 흥한 것도 따지고 보면 레고사가 자초한 거라 생각합니다. 레고 출시 가격이 예전 수준을 유지했다면 사람들이 굳이 중국산 짭을 사지 않았을 거예요.

여기도 레테크 꿈꿨던 사람 1명 추가합니다.
꿈만 꾸다 집에 공간에 없어 포기했는데 이 글보니 그게 다행이었네요 ㅎㅎ

잘 하셨어요. 거품이 꺼진 게 장기적으론 좋은 현상이라 봅니다. 이제 레고사가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레테크 하던 분들에겐 아쉬울수 있겠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이네요.

저는 레고는 하지 않지만 RC를 오랫동안 취미로 해와서 대충의 분위기를 알겠습니다.

RC카도 오래된 것들은 가격이 제법 합니다.
물론 레고에 비할바는 아니지만요.

취미 시장에선 일반적인 것 같아요. 갖고 싶은 욕망이 뒷받침돼야 하는 게 취미니까요

덕력은 짧지만 레고 모듈러를 사랑하는 일인입니다. ^^
재발매가 이슈이니 카페코너 이하 깡패 3종이나 재발매가 됐으면 좋겠네요. ㅎ

재발매가 될 것 같은 분위기인 것 맞습니다만 모듈러보단 스타워즈 UCS랑 타지마할과 비슷한 유형의 대형 건축물 쪽으로 우선 재발매가 이어질 것 같아요.

스팀잇, 그거하면 돈 번다면서요? 로 응용 가능합니다. ㅎ

존버 정신으로 꾸준히 글 쓰는 게 답이 아닌가 합니다... ㅎ

브릭마스터님 , 제가 며칠 전 https://steemit.com/coinkorea/@fenrir78/steemit-1 글을 적었습니다. 브릭마스터님께 사전 양해없이 적은 점 이해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우앗 ㅋㅋㅋ 아직 제가 적응 중이라 그런 글이 올라온 줄도 몰랐네요. 댓글은 그쪽에 적겠습니다

레고 정말 좋지만..억소리나게 비쌌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요즘은 더 비싸군요. 이게 어떻게 된...

야금야금 가격 정책을 바꿔가면서 올리더니 이제는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아요. 재고 상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트에서 수시로 40~50% 할인을 하는 걸 보면 레고코리아의 가격 정책은 완전히 실패한 걸로 보입니다.
얘기가 좀 긴데 나중에 따로 정리해서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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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테크도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군요.. 그래도 비싼 가격에 눈물만.. ㅠㅠ

여전히 회자되기 좋은 주제죠. 하지만 실체가 없는 유령이에요

우와...왜 이글이 대세로 가지 않았을까요
레태크 저도 한번쯤 꿈꿔봤었는데, 꿈만 꿀게요

이젠 꿈도 꾸지 마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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