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팔아요/ 남편 가방 안의 팬티

in #kr8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bookkeeper예요. #venti 님의 블로그 이벤트에 참여하고자, 오래전 일을 기억하며 예전에 어떤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가져왔어요. https://steemit.com/kr/@venti/2hqjaf-2


아홉살 된 딸아이는 유난히 깔끔을 떨어서 가끔은 얄밉다가도, 내가 그렇게 키웠지 싶어서 급 미안해진다 사실...
애기때부터 기저귀는 물론이고, 옷에 뭐라도 하나 묻기만 하면 금방금방 갈이입혔고, 이곳에 와서부터 나의 결벽증에 가까운 깔끔증세는 더 심해져서, 아홉살이 된 지금도 아직 혼자 공중화장실을 보내지를 못한다. 일단 같이 들어가서 물휴지로 먼저 좌변기를 닦고, 마른 휴지를 뜯어서 물기를 닦아낸 다음, 마른 두루마리 휴지를 좌변기 모양대로 잘 맞춰 얹은 다음, 옷을 내릴 때 화장실의 어떠한 물건에도 닿지 않도록 한껏 주의를 준다음 머리를 손으로 잡아주며 각도 잘 맞게 앉기를 요구한다. 그다음에야 아이는 편안하게(?) 볼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여의치 않아 엄마가 화장실에 동행하지 못할 때는, 반드시 좌변기 사용을 금할 것을 종용해 왔다. 항상 다리 힘을 기르고 유연한 몸을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해 왔던 터라, 좌변기를 밟고 올라 서지 않고서도 충분히 볼일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아이는 성장했고, 또 요령을 터득했다. ㅋㅋ

화장실 사용에 있어, 위생을 따지고 또 그것에 심히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아이가 그러하다면 나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럼.. 그럼... 그래야 해.. 특히 여자는 더하고, 특히 이 나라에선 더 그래야 해.... 라고 말할 의향이 있으나, 옷에 대한 생각은, 이제는 좀 느슨해 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엄마의 이기적인 바램이다. 아기 때야 세균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하나부터 열까지 엄마의 손이 가지 않으면 안될 때이니, 아기는 말을 할줄 모르니, 조금만 더러워져도, 갈아입히지 않고, 아이가 찝찝하진 않을까 걱정하기 보다는, 갈아 입혀주고 나서 깔끔하면 됐다... 마음 놓을 수 있는 것이 백번 나으니 그렇다 손 치지만, 이제는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스스로 볼일 보고, 씻고 자고까지 다 하는 나이가 됐으니, 밥먹다 튄 김치 국물 정도는, 놀다가 묻은 물감 자국 따위는, 그냥 넘어가 주면 참 좋으련만, 갈아입을 옷만 있다면 갈아입어야만 하는 아이가 못마땅할 때가 많다. 좀 더 좋은 환경과 새집을 구하다 보니 넓은 집을 포기해야 했고, 집이 좁다보니, 상주 메이드나 보모를 둘 수가 없어서 출퇴근 헬퍼를 쓰게되고, 자연히 집안일의 일부분은 내 몫이 되는데, 그중 거의 빨래는 내가 전담하다시피 한다. 빨래를 널 공간이 충분치 않아 드라이어를 쓰는데 전기세 감당이 안돼 일주일에 3일 정해놓고 빨래를 하는 터라, 빨래하는 날이 아닌데도 빨래바구니가 소복 한 날은, 누가누가 아직 입을만한 옷을 굳이 바구니에 던져놓았는지 검사하기도 하고, 그 담당자를 채근하다 보면 보통은 잔소리를 듣는 사람은 딸아이다.

학교 갔다오는 날은 교복에 그에 따라가는 속바지, 속런닝 양말은 기본으로 벗어놓고, 집에와서 씻고 갈아입은옷, 잘 때 입은 옷이 그 다음날 바로 빨래바구니 안으로 들어간다. 뭐 이정도는 더운 나라이니 별일 아니라고 치지만, 가령, 밥 먹다가 뭐라도 묻으면 굳이 티셔츠를 갈아입고, 화장실 갔다가 변기에 물이라도 묻었는데 볼일을 본 날은 꼭 속옷을 갈아입어야만 직성이 풀린다.

언제든지 탈의가 가능하고 또 그때그때 충당가능한 의복이 있는 집안이나 친구집 근처(빌려입으면됨), 혹은 몰 안일 경우(급하면 사입으면 됨)는 상관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더럽거나 찝찝한 옷을 계속 입고있어야 할 때, 우리아이는 심히 고통스러워 한다.

어제아침, 아침 잘 먹고 아빠랑 기분좋게 등교길에 오른 딸아이가 차안에서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화장실에 가고싶다고 내려달라고 했다한다. 거의 학교에 도착한 터라 조금만 참으라 하고 학교에 도착하자 마자 화장실로 데려가서 볼일을 보게 하고 아이가 나오기를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노크를 하니 거의 울음에 가까운 목소리로, 다시 집으로 가야한다고 아빠를 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팬티가 더러워져서 학교에서 공부를 못하겠다고, 아빠가 급히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전혀 팬티에는 뭐가 묻은게 없어서 아니라고, 그냥 기분에 그런거니 학교가서 공부하고 있으면 괜찮아질거라고 해도 아이는 막무가내로 집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고 나에게 남편이 전화를 한 것이었다.

나는 급히 학교 주변에 사는 아이의 친구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팬티 한장만 가지고 집로비에 내려가달라고 하고, 남편에게는 얼른 뛰어가서 팬티를 받아서 갈아입혀서 학교부터 보내달라고 했다. 남편은 딸아이에게 화장실에 잠깐만 있으라고 하고, 급하게 뛰어가서 얼굴도 잘 모르는 어떤 아줌마에게 팬티 한장을 받아서 몇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딸아이가 울먹이고 있는 학교 화장실로 들어갔고, 아이팬티를 갈아입힌뒤 교실로 올려보내고 딸아이가 입고있던 팬티는 자기 가방에 넣고 회사로 출근을 했다고 한다ㅠ

나중에 확인해 보니, 진심 팬티에는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이가 차안에서 급히 변의를 느낀 것이 아마도 팬티에 뭐가 묻었을 거라는 불안감을 가져왔고, 그 불안감은 도저히 아이를 안심시키지 못했나 보다. 언제나 깨끗한 상태의 의복을 유지하기를 스스로 강요하는 어린마음에 그리도 새 팬티를 갈구했음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이대로 자라다가 혹시라도 다른 곳에서, 완벽주의자가 되려고 스스로를 압박하는건 아닌지, 그러지 못할 때에 스스로 너무 자책하는건 아닌지, 이 아이가 자라나갈 일을 생각하느라 맘이 진정이 되지를 않았다...

앞으로 계속 고민하며, 기도하며, 또 대화하며 풀어나가고, 혹은 풀어나가야 한다는 내 생각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는 그런 문제일지 모르겠다.

훗... 불쌍한 아빠....

그렇게 한바탕 아침에 난리를 치르고, 오전 업무를 마친 남편은, 언제나 그렇듯,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러 나갔고, 맛있게 먹으면서 업무 이야기까지 카리스마 있게 나눈 다음, 아 내가 낼께.. 하며 가방을 자신 있게 열었으나.... 그 안에서 제일 처음 고개를 내민 것은 지갑이 아니라, 분홍색 여자애의 팬티였다...............

순간, 사람들이 본인을 변태라고 생각할까봐... 아... It's my daughter's... 하고 급히계산을 마쳤으나, 뒤에말을 괜히 해서 더 변태됐다며... 여지껏 괴로워하고 있음이다.

딸래미 키우면서 고생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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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우리 애기가 오늘 13살 생일을 맞았네요. 여러분 많이 많이 축하해 주세요.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로 자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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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경험이지만 그 당시 남편분은 아찔했겠네요ㅋㅋ

네~~ 저희는 아직까지도 이야기하며 웃곤 한답니다. 그 때 전화로 이야기를 돌려주던 남편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요. 둘 다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아들만 둘이라 딸키우는 재미를 이야기 하시는분들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딸키우는 아빠의 비애(?)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여하튼 부럽기도 합니다.....

아들은 아들대로, 딸은 딸대로 이쁘고 키우는 재미가 있지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아들 둔 아빠의 일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팔로우 하고 글 읽어볼께요. 뉴비라서 이렇게 일부러 찾아와서 댓글 주시는 분들이 너무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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