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 최은영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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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by 최은영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의외로 생의 초반에 나타났다. 어느 시점이 되니 어린 시절에는 비교적 쉽게 진입할 수 있었던 관계의 첫 장 조차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언니,나의작은,순애언니 중

주인공들은 어린시절 만났던 사람들을 추억한다. 그들은 어린 내 마음에 깊고 진한 멍을 만들었고 그 멍은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아픔으로 기억되어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도 몽고반점 처럼 내 인생의 한 부분에 그림자를 만들어 그곳에 머물러 있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되고 어른이 되면서, 그 '어느 시점'에 다다를 즈음이면, 다시 그 사람들과 그들과 가졌던 관계를 떠올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멀어진 사람들, 그사람들은 크게 싸우고 헤어진 사람들 보다 더 가슴에 남게 마련이다. 우리가 살면서 여건이 되지 않아서이건 용기가 없어서이건, 선뜻 하지 못하는 것을 작가는 소설 속 주인공들을 통해 하게 한다. 그것은 바로, 그 때 그 기억 속 시간들과 사람들을 대면하게 하는 것이다.


쇼코는 서른 살이 된 나를 찾아와서 우리가 다시는 연락을 하지 않게 되었을 스무살 그 즈음에 마음의 병을 앓았다고 고백했고, 할아버지가 오랜 세월 전해 주었던 할아버지의 삶을 들려준다.

독일로 출장을 밥먹듯이 다니면서도 투이와 그 가족들을 애써, 잊은 듯이 마음에서 지워 나가지만 결국에는 그 때 내가 살았던 그 집을 찾아가 응웬 아줌마를 만나 마치 다른 말은 잊은 듯이 "씬짜오, 씬짜오" 인사한다.

삶의 끝자락에서 엄마는 천사가 되어 병실을 찾아온 순애 이모에게서 용서를 받았다. 엄마가 선물한 낡은 지갑안에 들어있던 엄마와 이모의 다정했던 시절의 사진이 이모의 유품이 되어 돌아왔을 때 그것을 확신했다 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났다.

내가 처음 유럽으로 베낭여행을 갔을 때 만났던 많은 외국인들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중 로마에서 만났던 홍콩에서 온 남자아이는 나를 만나러 한국에 까지 왔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청난 인연으로 뭔가 큰 사건이라도 있었을 법도 한데 그땐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았고 또 아무렇지도 않게 그 시간들을 보냈을까... 무뎌진 건 지금인데, 아마도 그때는 내가 보낼 시간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더 많이 많이 만날 사람들이 있을 거라서, 그런 인연들을 쉽게 쉽게 보내버린것 같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다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데 말이다.


언어의 장벽은 서로간의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볼 수 있지만 나의 부정확한 말로 이어 나가는 외국어로 하는 고백이, 모국어가 아닌 채로 거칠게 걸러진 말로 다시 상대에게 가 닿을 때는, 우리들의 언어와 대화가 그러하듯 각자가 가진 주파수의 진동에 따라 흡수 혹은 반사 되는게 아니라, 그 말 줄기 자체가 상대에게 가서 꽂히는 경향이 있으므로 조금은 더 친절하고 조금은 더 이타적인 자세로 사람들을 대할 수도 있게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먼 곳에서 온, 나의 말과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문을 쉽게 열 때도 있고, 더듬거리며 전하는 어려워서 절제된 표현들이 그 사람의 절제된 인격인양 오해 하기도 하고, 이렇게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내 짧은 언어능력이 본의 아니게 마치 나만의 독특한 어법인양 포장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내 이야기는 세상으로 퍼질 일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한지가 그 이야기들로 나를 판단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컸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믿도록 만드는 다른 언어 사이의 거리를 느끼는 영주만의 방식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연애같은 여자들의 우정...
"어떤 연애는 우정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같다"- 쇼코의 미소 중.


... ... 여전히 부르기 힘든 이름, 세월호... 그들의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과거는 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대통령이 말을 했고 정치인들도 국민들도 그저 '유세떠는 괘씸죄'까지 그들에게 덮어씌우며 지겨운 타령하는 사람들이라며 안그런척 흘려 버렸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은 그 아이들을 기억하고 이렇게 글로 남긴다. 아직도 그들만의 미카엘라들을 앗아간 이 모든 죄악 속에서도 숨쉬고 먹고 마시며 잠자는 우리들을 위한 송가에, 끝내 다물고 마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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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른을 갓 넘은 작가에게서 이런 이야기의 힘을 보다니... 듣던대로 [쇼코의 미소]는 그냥 좋은게 아니라 굉장히 좋았다.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미카엘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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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구절인데 이런 말이 와서 꽂히는 걸 보니 나도 이제부터는 오래 사는 사람 그룹에 들 나이구나 싶다ㅜ

정유정 작가가 굉장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라면, 최은영 작가는 별거 아닌거 같은 이야기를 엄청 재미나게 들려주는 작가이다. 아직 어리므로 더 많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거란 기대감 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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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작년에 쇼코의 미소 읽고 스팀잇에 독후감 썼었는데, 반갑네요. :) 작년 스팀잇에서 북클럽 책이었거든요.
독후감 꾸준히 남기시면 @soosoo 님 블로그에 가보세요. 독후감을 모아서 포스팅하시고, 해당 갯수만큼 원고료(?)도 주신답니다. 앞으로도 좋은 독후감 기대할게요. :)

좋은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늘 좋은 포스팅에 감사드립니다
짱짱맨 가즈아!

감사드려요 ~~~^^

이 책 좋다는 얘길 많이 들어서 꼭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답니다. 이 글을 보니 이번주에 당장 빌려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평 감사합니다.

작년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 중 하나였어요^^

오우! 글 잘 읽고 갑니다.^^; 추천해주신 책은 꼭 읽어봐야겠네요.^^

네 감사합니다^^

저 이 책, 특히 '쇼코의 미소'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읽었어요. 할아버지가 고시원 방에 찾아와서 이것저것 말씀을 하시곤 비를 맞으며 다시 돌아가시는 장면을 읽으면서 정말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시간 날 때 한 번 더 읽어 보려고 하는데, 왜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이 많은 건지요..ㅎ

답글을 이제야 봤어요. 맞아요 너무 감성적으로 글을 잘써서 저도 울었던 기억이 나여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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