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 혁신의 중심지, 베트남을 가다 [2/3]

in #kr8 years ago (edited)
박항서 매직이 경기로 드러난 승리의 신화라면 봉제업은 드러나지 않게 베트남에 승리를 안겨준 산업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베트남에는 대형 신발업체가 다수 진출해있다. 대표적으로 태광실업을 비롯해 창신, 화승, 성현, 삼일, 학산, 대웅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신발 대표주자들이 현지에 진출해 베트남을 최대 신발 생산국가의 자리로 끌어올렸다. 이번 취재에서 신발 업체 한 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업체 사정상 사명을 밝힐 수 없고 현장 모습도 공개가 힘들다. 스포츠화를 생산하는 업체였는데 공장 규모가 어림잡아도 5만평 가량이 훌쩍 넘을 것으로 여겨졌다. 대부분 베트남의 신발업체들은 공장 규모가 큰 편인데 장치산업에 속하는 업계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신발은 봉제도 중요하지만 신발 밑창을 대부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설비가 함께 갖춰진 곳이 많아 플라스틱 사출 등 화학 관련 설비도 구비되어야 한다. 특히 밑창 제조 라인은 규모가 크고 설비가 큰 것이 많아 공장 규모를 크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생산라인 증설이 한창인데 미래에 더 발전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발 업체 다음으로 방문한 업체는 텐트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탑아웃도어(T.O.P Outdoor Vina., Ltd.)였다. 동사는 국내에서 오래 전부터 텐트전문 생산업체의 대명사로 통하던 경조산업(현 라이브플렉스)의 베트남 투자법인이다. 동사는 국내 유명브랜드 텐트를 비롯해 세계 각지의 유명 브랜드 텐트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콜맨을 비롯해 스노피크 등의 제품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세계 시장 점유율도 높은 편인데 동사의 텐트 개발 능력이 타사들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능력이 바이어를 끌어들이면서 주요 브랜드들의 주 생산루트가 되었고 그것이 결국 세계 시장에서 탄탄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오랜 세월 텐트를 생산해온 노하우와 시스템은 후발주자와의 격차를 크게 벌려 놓았다.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베트남 공장의 규모는 그리 큰 편이 아니지만 현재 메인 생산기지인 동사의 중국 공장이 앞으로 베트남으로 옮겨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옮겨올 공장의 부지는 현 공장 옆에 마련되어 있다. 지금도 중국 공장은 가동 중이지만 향후 미래 가치를 생각한다면 베트남 이전이 정답이 될 것이라고 동사 관계자는 밝혔다.

구찌 지역을 오가는 도중에는 우리네 오일장처럼 보이는 시골 장터가 있어 호기심을 자극했다. 시골 장터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공장 담벼락을 뒤에 두고 열리는 반짝시장이다. 공장이 가동되는 시간에는 사라졌다가 문을 닫는 시간인 새벽이나 저녁시간, 혹은 휴일에만 열린다. 그 시장 뒤에 위치한 공장이 바로 한국 투자업체인 삼호베트남의 구찌 공장이다. 공장 앞 정문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도로변에 시장이 들어섰는데 이 공장 역시 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어림잡아도 6만평이 족히 넘을 것으로 보인다. 휴일 날 동사 정문은 베트남 좌판업자가 신발을 팔고 있다. 신발 공장 정문 앞에서 신발을 파는 모습이 좀 이채로웠다.

발길을 돌려 찾은 곳은 삼일예섬(SAMIL SOLUTION Co.,Ltd)이다. 동사는 환편직 원단 생산이 주력이었으나 봉제업까지 진출한 기업이다. 자체적으로 원단 생산이 가능해 수출에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니트류가 주종이지만 언더웨어를 비롯해 스포츠웨어 등 다양한 특수 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동사 역시 최고 품질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이며 인건비와 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 최저임금이 올랐고 임금 적용 방법도 바뀌었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불리한 요소를 상쇄하기 위해서 공장들은 나름대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는데 먼저 오버타임을 줄이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부터 인상되는 베트남 최저임금은 지역별로 기준이 다른데 총 4개 지역으로 구분해서 책정하고 있다. 올해 인상률은 6.5%인데 그동안 인상률에 비하면 높지 않은 수치지만 업체들이 체감하는 인상률은 적지만은 않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을 근거로 하노이, 호치민 등 1급지 도심기준 최저임금은 월 $175 가량이 된다. 그러나 이는 단지 최저임금일 뿐 사무직 대졸 신입사원이 평균 $300 내외이고 외국계 기업의 종사 사원의 경우 평균 $600 내외가 일반적이다.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아직까지 베트남은 이웃 중국에 비하면 거의 절반 이하의 인건비 수준이다. 베트남으로 중국 철수기업들이 꾸역꾸역 모여드는 이유는 인건비 수준과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비교적 근면 성실한 인력의 질 때문이다. 베트남은 경제 성장을 이유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100%, 50% 수준까지 급격히 올랐던 바 있던 최저임금 정책을 앞으로는 한자리수의 소폭 인상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반구인 베트남 호치민도 겨울이어서인지 해가 빨리 진다. 늦은 저녁이 아닌데도 사위가 깜깜하다. 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애를 먹기도 한다. 어느 저녁 날, 식당에 자리를 잡고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지붕을 때리는 요란한 빗소리가 들렸다. 대부분 양철 지붕이 많은 탓에 빗소리의 굉음은 대화조차 힘들게 만든다. 지금은 건기임에도 불구하고 호치민에는 간혹 비가 내린다. 이상 기후라고 한다. 과거 건기에는 우기가 시작되는 5월 무렵까지 비 구경을 못할 때가 많았다. 건기에는 대지가 메말라 먼지로 사방이 뒤덮였는데 간혹 비가 와서인지 대기가 비교적 깨끗하다. 밤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수면을 취할 수 있을 만큼 기온도 높지 않아 지내기에는 안성맞춤인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아침 해가 늦게 뜨기는 해도 일단 머리 위로 태양이 오르면 기온은 급속히 올라간다. 밤새 적절한 기온에 적응된 몸이 여름 해와 흡사한 햇빛을 받으면 다시 우리네 한여름 날과 같은 기후에 새로 적응해야 한다.

쨍쨍한 해가 떠있는 풍인비나(Poongin Vina Co., Ltd.) 빈증 공장은 선적을 위한 컨테이너가 곳곳에 보인다. 이 공장은 풍인무역의 주력 생산기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동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이며 4억불 수출 달성의 주력 기지이다. 풍인무역은 공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다양한 생산기지가 있지만 특히 베트남에는 호치민 공장을 비롯해 북쪽의 다낭 등으로 지속 확장하고 있다. 풍인비나 역시 많은 고용인원을 갖추고 있는 대형공장이지만 여전히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동사는 캐파 확장과 공장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인력을 모집 중이다. 공장 방문을 마치고 나자 마침 점심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현장을 빠져나온 인력들이 한꺼번에 식당으로 향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이른 식사를 마치고 나무 그늘에서 잠시 휴식을 하는 근로자들도 보인다. 더운 날씨에 짧지만 단맛 나는 휴식일 것이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Sort:  

제 친구도 창신동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베트남의 봉제 이야기를 들으니 또 신기하네요:)
팔로우하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창신동은 국내 봉제 산업의 심장같은 곳이죠. 해외 진출 기업도 잘 되어야 하지만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일하시는 창신, 숭인동 봉제인 분들도 잘 되셔야 합니다.

봉제업이 드러나지 않게 베트남에 승리를 안겨준 산업이라는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3편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88
BTC 59993.95
ETH 1578.05
USDT 1.00
SBD 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