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이유 #3]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 상대적 박탈감에 우울한 자가 헤어나올 길은, 또다른 비교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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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imdb 영화 페이지

(언제나 그렇듯이, 스포일러 있습니다.)


시작은 강렬했는데 뒤로 갈수록 용두사미인 영화. 왕년에는 잘나갔다고 생각하는 브래드씨가 같은 대학을 나온 동창들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에 루저 감성 오지게 느끼는 스토리다. 그 묘사가 꽤 날카로워서 중후반까지 몰입해서 봤다. 내 상태와 비슷한 느낌도 들고, 아마 내가 브래드씨 나이정도 되면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친구들'과의 간극은 지금보다 더 커질테니...

적나라해서 부끄러운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우울한 감정의 묘사에 이어지는 갈등 해소의 지점들은, 솔직하고 허무하다. 브래드가 위안을 얻는 과정도 결국은 '비교'였던 것. 잘나가는줄 알았던 친구들이 사실은 다들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주인공은 점차 안정을 되찾는다. 영화를 보던 당시에는 '그래봤자 결국 정답이 비교라니!' 하며 좀 아쉬웠는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참 정직한 플롯이다. 비교로 우울해진 자, 비교로 회복될 것이니.

유럽이나 미국의 상류층 의식과 계급 친밀도는 우리나라보다 더 견고하다. 미국 사람들은 다들 평등하고 대학 같은것도 안물어보고 직업도 신경 안쓰는줄 아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예컨대, 학벌 따지는 것도 엄청나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심하게 학부와 석사 이후 과정을 따진다. (학부를 '출신'으로 치는 느낌) 이런 모습들은 보통 영화에서 잘 나오지 않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매사에 쉽게 만족하고 감동하는 브래드의 아내나, 순수함이 사람으로 태어난듯한 브래드의 아들이 더 영화같은 캐릭터가 아닐지...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찬 하버드대 학생들의 등장은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극중에서는 브래드의 과거 모습의 재현처럼 나온다. 그랬던 대학생이 2x여년 후 '돈 버는 직업을 할 걸'하며 후회하는, 빛을 잃은 아저씨가 되어있다. 나는 그 대학생들과 브래드의 중간 지점을 살아가고 있다. 나이가 절대적인 경험의 척도가 되지는 않지만, 난 확실히 대학생들의 이상적이고 뜨거운 노력을 존중하면서, 브래드의 한탄과 자괴감이 낯설게 느껴지지도 않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인생에 정답은 없고, 이 영화도 굳이 정답을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저 브래드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을 보여주는게 다이다. 상처받은 브래드와 동질감을 느끼는 것 자체만으로도 약간의 위안을 얻을수는 있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 다시 '비교의 로직'을 타다보면 결론은 현시창이 되는 불편한 진실.

결론적으로, 뭐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영화였다. 벤 스틸러를 워낙 좋아해서 보긴 했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IMDB 평점은 별 3/5개다. 저는 별 두 개 반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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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보다 못난 사람이 있다고해서 행복하면 모든 사람이 행복하겠죠. 상대적 박탈감, 루저감성이 주는 유일한 선물은 그 감정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겁니다. 그 이상으로 쓰면 체합니다. 저도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지만 노력하며 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 빛을 잃는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언젠가 저도 빛을 잃을까봐 무섭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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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감성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 본적이 없는거 같아요. 그냥 안느끼는게 최선인듯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알수록 가질수록 더 함정에 빠지기 쉬운것 같습니다.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초연하게 될 것 같은데 그게 어디일지...
저는 이미 브래드씨의 길을 가고 있어서 많이 잃은 상태같습니다. ㅠ

별 3/5 , 별 두개반, ㅎㅎ 그렇게 볼 만한 영화는 아닌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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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생각해볼꺼리는 있지만, 뭔가 깨달음을 준다거나... 그렇지는 않았어요. 밴 스틸러 좀 무서워보이기도 하고 ㅠ

맞아요
유럽이 특히 일을 구하려면 무조건 학사를 따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학벌을 더 따지는 것 같기도 해요.
우리나라는 이제 학력보다 능력 위주인데, 유럽은 아직도 학력이 중요해요...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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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제사회의 전통(?)이 남아있는 사회일수록 더한것 같습니다. 유럽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급사회 같아요. 예컨대, 유럽에서는 아무리 일류 대학을 나와 지식을 쌓아도 신분제의 견고한 벽은 넘기 힘든 것처럼요. 그냥 유럽에서 태어나서 그 문화에 뿌리부터 적응돼서 노동자 계급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우리가 볼 때 불합리한것 같은 그네들의 문화에 대해 낯설다고 이야기하면 이해를 못하더군요... 뭐 그래도 그쪽이 평균적으로 '인간으로써의 삶'의 수준이 더 높아보이긴 합니다만... -ㅅ-;

현실같은 영화네요ㅡㅠ

인생에 정답은 없고, 이 영화도 굳이 정답을 주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죠 그냥 의미없이 태어났듯이 살아갈 뿐입니다. ㅠㅠ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존버앤캘리 이번편은 왠지 찡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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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땐 잘 나가보려고 정말 열심히 살았었는데...ㅎㅎ 지금은 힘이 부쳐서 관망중이랄까.. 부질없단 생각도 들고.. 나이를 먹으니 성공실패에 대해 좀 무게를 덜두게 되는 거 같아요. 남은 생도 그리 길지 않으니..ㅎㅎ

인생이여... 학력이여... 가방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