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의 미학, 느림의 미학

in #kr7 years ago

/게으름의 미학, 느림의 미학

세상이 참 빠르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시대라 그런지 점점 더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빠르게 변해가다 보니 그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지니 마음은 더욱 다급해지고, 그러다 서둘게 되고, 실수하게 되고, 결국 더 뒤처지게 되지요. 그러나 세상이 빠르게 변해간다고 그 빠름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일까요? 정호승 시인의 《위안》을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고 빠름은 부지런함이 아니다. 느림은 여유요, 안식이요, 성찰이요, 평화이며 빠름은 불안이자 위기이며, 오만이자 이기이며, 무한경쟁이다. 땅속에 있는 금을 캐내 닦지 않으면 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마음속에 있는 서정의 창을 열고 닦지 않으면 창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산을 오르다 보면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정상을 목표로 쉬임 없이 계속 오르는 사람과 조금 느리지만 천천히 주변 경치들을 감상하며 쉬엄쉬엄 오르는 사람. 각각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느림이 게으름이 아닌 다음에야 굳이 서두를 필요도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또 간혹 게을러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존 러벅이 《성찰》에서 말합니다.

"휴식은 게으름과는 다르다. 여름날 나무 그늘 밑 풀밭 위에 누워 속삭이는 물소리를 듣거나 파란 하늘에 유유히 떠가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물론 나태한 삶을 살자는 것은 아니지요. 간혹 게으름을 빌미로 잠시 휴식을 취해보라는 것이지요. 그럼으로써 자기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살아가는 것. 그리고 때로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면서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 세상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지혜라 생각됩니다.
게으름의 미학, 느림의 미학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는지. 피에르 쌍소가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서 전합니다.

느림은 민첩성이 결여된 정신이나 둔감한 기질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들의 모든 행동 하나 하나가 다 중요하며, 어떤 행동이든 단지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서 급하게 해치워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 할 수 있다.[피에르 쌍소(김주경 역),《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동문선, 2000,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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