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탈출 개발일지-1]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과정

 지난 1년간 모바일 게임 2개를 개발 한 이후 차기작을 만들때 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개발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게 아니라 워낙 가열차게 몰아붙였던 지난 몇년의 스케쥴을 버티지 못한건지 소위 말하는 "번아웃"현상에 가까운 상태였지요.

디자인 학과 졸업을 위해서 4학년 1년동안 졸업전시회 준비+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위해 시간을 들이다가 원하는 회사에 떨어지자 바로 게임개발쪽으로 눈을 돌리고 시작했습니다. 거의 아침 7시에 잠들고 12시쯤 일어나서 밥먹고 하루에 대부분을 개발하는데 투자하다보니 몸이 멀쩡할 수 없는건 당연할 뿐더러 정신적으로도 사회적으로 타인과 접촉이 적다보니 굉장히 피폐해진 상태였다고 봅니다. 2개월 가까운 시간동안 이전에 개발하듯이 아이디어를 짜고 기본 메커니즘을 계획하려해도 지금까지 해오던 만큼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어려웠습니다. 스스로도 '잘 안되는구나'라고 자각하고 있었구요.

 그래도 어찌어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기운이 돌아오는지(돈이 떨어져가는지) 새로운 게임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작업에 임할 수 있게 되어 이렇게 일지를 작성합니다. 여전히 불만인 점은 지난 1년 같은 수준의 높은 집중력을 오랜시간 유지하는게 정말 힘든다는 것 입니다. 그래도 안하는 것 보단 낫겠지요-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등장했고 여전히 잘 적어놓은 상태입니다. 기존 게임의 스탠드얼론 시리즈로 만들 생각도 했었고 같은 메커니즘에 다른 요소나 재미를 얹어서 개발하는 것도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개발활동 자체에 지쳐있는 상태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는 메커니즘을 개선시키거나 유지보수하기 쉽게 리팩토링 하는 수준의 일은 도저히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스스로도 흥미를 갖기 어려운 부분을 지금같은 두부멘탈로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여러가지 정말 날것의 아이디어로만 적어놨던 소재들을 꺼내서 훑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심시티 같이 마을을 짓고 관리하는 게임부터 예전 플래시가 유행할 당시 만들어졌던 소소하지만 유머러스한 게임, 요즘 유행하는 클리커류의 게임 등등 예전에 "아 이런거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 싶었던 게임들을 하나씩 상상해봤습니다. 결국 흥미도 있고 기술적으로도 구현가능할 것이라 생각한 '로그라이크'류의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로그라이크가 어떤 게임인지 모를 분들이 계실텐데 요즘 흔히 '로그라이크류'라고 불리는 장르는 기본 골자가 액션게임이든 퍼즐이든 턴제RPG든 매 게임마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형태의 새로운 맵이나 아이템을 체험할 수 있는 게임을 로그라이크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슈퍼마리오로 치자면 다들 해보셨을 월드1-1의 맵의 형태가 슈퍼마리오가 죽을 때 마다 나쁜 버섯이 등장하는 위치, 낭떨어지의 위치, 좋은 버섯이 등장하는 위치가 랜덤하게 변화하는 게임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제가 이번에 개발하기 원하는 게임은 위와 같이 개발자가 규칙을 정해놓으면 유저가 매번 게임을 할 때 마다 비슷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것이 아닌 체험을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비슷하지만(정해진 규칙과 조작의 감각) 다른(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몬스터 새로운 맵)경험이 핵심인 것이며 본 컨셉을 바탕으로 제작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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