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글] 지구에매달리기 (Hang from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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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 이미지를 만들어 준 @byeolhyuna 님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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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하고 처연한 빗줄기가 끊임없이 쏟아져
이윽고 한강을 집어삼키고, 마음 곳곳을 휩쓸어 깎아낸다.

내 자리도 당신의 위치도 어느새 구분할 수 없는 아비규환속에
우리는 흐릿한 조명도 켜지 못한 검은색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소리도 나오지 않는 울음으로 절규하고 있다.

더욱 바짝 엎드려 움켜잡고 지구에 매달리고 있다.
이젠 왜 이렇게 발버둥치며 매달려 있어야 하는지 이유조차 가물거린다.

하늘빛이 물빛과 같았던 바람 좋은 날의 그때에는 마냥 좋았다.
나를 둘러싼 세상과 사람들이 좋았고, 내 모습이 좋았다.
매달려 있다고 하지만, 지구는 나를 반기고 있었다.

십여년, 21세기의 시간들이 흘러가며, 그 레테의 강속에
의지와 노력, 사랑과 이별, 분노와 상처, 경험과 추억 모두가 망각되었다.

실재하지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생명도 죽음도 모두 거기 담겨있다.
여전히 하나를 잃어야 하나를 얻게 되는, 변치 않는 진리는 유효하다.
나즈막한 부조리한 선율에 모든 것이 정리가 되었고, 사람이 있었다.

문득 무더운 여름의 정점에 나는 하늘 뒤를 보게 되었고,
곧 그날이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무지개가 보인다.

거울에 비친 얼굴들이 온전히 상을 맺고,
달리의 멈춰진 시계는 더이상 쓸모 없게 되어 버려졌다.

나는 아직도 지구에 매달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운명이라는 단어는 믿음을 대체하지 못한다.

팔을 뻗어올려 매달리고 있는 지구의 하늘은 해바라기 가득한 초원이다.
두려움과 후회 따위, 웃는다.
언제일지 모르는 최후의 날에
나는 지구의 끝에서 번지 점프를 할 것이다.

그렇게 별이 보석함에 하나 더 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