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의 자정 일기: 감사함으로

지난 토요일 모니터가 도착하고 오늘부터는 일에 가속도가 붙어야 함에도 무거운 몸은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왜 이리 기운이 없고 졸린 지… 음.. 월요병, 백신 후유증(?)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오늘 더 유별나게 기운이 없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조금 더 정직하게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그래 결국 나는 일. 일이 하기가 싫은 거다.

아무리 좋아하던 것들도 생존과 연결되는 순간 그 재미는 떨어지고, 떨어진 그 빈 자리는 스트레스, 압박, 부담, 사명감, 책임감 등이 채운다. 다시 재미를 넣기 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하고,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서 좋아하는 마음은 또 따로 논다. 좋아하는데 재미가 없을 수 있고, 재미는 있으나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꾸준히 해내야 하는 것은 물론 생존과 연결된 것이기도 하지만, 또 그것이 내가 한때 미치도록 좋아했던, 내가 하는 일에 대한 그리고 나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다. 그렇게 꾸준히 가다 보면 다시 또 재미있어지고, 또 좋아지기도 하니까.. 뭐든 다 굴곡은 있으니까…

코로나로 인하여 내가 있는 이곳은 정말 많은 사람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예전에는 어느 특정 지역으로 가야만 볼 수 있었던 노숙자들이 이제는 한 블록마다 있을 정도이다. 오늘도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몇 명의 노숙자들을 만났는지 모르겠다. 순간 오전부터 기운 없는 몸을 끌고 일하기 싫다고 불만스러워했던 철 없는 나의 마음이 부끄러워졌고, 그 부끄러움은 감사함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예전만큼 좋아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이 그래서 일가친척 하나 없는 이곳에서 그래도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 이 시국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심으로 감사한 것임을.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많은 사람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그렇게 감사함으로 내일 미팅 자료조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