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입학 첫이별
지난 화요일,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했다.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3년 동안 공동육아로 키웠으니 첫 입학이자 아이를 완전히 떠나보내는 첫 이별인 셈이다.
입학식 전 주부터 남편이 입학식에 입힐 아이 새 옷을 준비해야 한다며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을 때까지 쇼핑몰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입학식에 큰 무게를 두고 싶지 않았지만 깨끗하고 단정한 옷을 정성껏 준비하고 보니 세심하게 마음 써 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워낙 엄마와는 분리가 잘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활달한 성격이라 큰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아이도 처음, 나도 처음인 경험이라 솔직히 긴장은 되었다.
유치원 입학설명회부터 등록하기까지 정말 수많은 고민과 실망,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고 이러느니 내가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을 만드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었다. 내 마음에 흡족한 기관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믿고 맡기기로 한 유치원에 대해서는 부족한 면보다는 좋은 면을 보자고 마음먹었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걱정을 어느 정도 내려둘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유치원 등원 버스에 처음 오르던 첫날, 역시나 예상대로 아이는 너무도 밝게 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떠나가는 유치원 버스 창문에 비친 남편과 내 모습을 본 순간 생각했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아이가 자라면서 우리와 이별해야 할 수많은 순간들.
교복을 입고 학교로 혼자 걸어가는 뒷모습을 봐야 할 테고, 엄마가 더 이상은 다가오지 않길 바라는 혼자만의 시기가 올 테고, 다른 사람의 손을 잡고 걷는 뒷모습을 보아야 할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첫 순간을 만나자 복잡 미묘한 말로 설명하기 힘든 여러 가지 생각들이 뒤엉켰다.
아이의 마음과 입장만 생각했지 아이와 이별하는 나의 마음은 온전히 돌아보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이와의 수많은 이별의 순간들을 받아들이건 못 받아들이건 어쨌든 그 시간들이 지나가야 끝나는 일이라는 걸.
뒤돌아보면 별것 아닌 유치원 입학하는 일에도 엄마는 한 사람으로서 조금 더 나아지는 방법과 과정을 경험하고 배운다.
나의 작은 아이가 그 기회를 나에게 주었다.
작은 아이야, 고마워.
모든 게 낯설고 서투른 엄마에게 이렇게 값진 기회를 주어서.
하루하루 후회하지 않도록 엄마도 노력할게.
사랑해.
잔잔한 글에서 감동이 느껴지네요 b-mom님.. 저도 아이를 첫 기관에 보냈을때가 생각나요. 그리고 이번에 학교에 입학할때도 정작 아이는 행복하고 밝은데 저만 걱정하고 긴장했던거 같아요. 동시에 학교운동장을 뛰어다니는 큰 아이들을 보고있으니 우리아이가 내 품에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느꼈어요. 낯선 경험이지만 잘 받아들여야 아이가 한걸음 더 클거같아요.
맞아요~ goodfeelings님 처럼 저도 딱 그랬어요ㅎㅎㅎ
저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마음이 조금 이상하더라구요.
그런 마음 + 드디어 자유!!! 요 두가지 마음이 공존해요~
4년했으면 자유 누려도 되는거 맞죠?
다 지나가는거라 생각해요.
초등학교 보낼 땐 더 할 것 같지만요.^^;;
아이를 자궁밖으로 내보내면서 엄마와 분리...
수많은 이별을 마주하게 되는 거네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비맘님 글을 읽고 앞으로 제가 마주하게 될 이별의 순간을 생각해 보게 됐어요..
표현할 수 없이 먹먹하고 설렘은 아주 조~~금..^^;;
첫 날 등원버스도 씩씩하게 잘 탔다니
아이가 대견해요!
이별은 늘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건가봐요...
그동안 엄마들도 많은 사람들과 이별을 경험했는데 아이와의 이별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결인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굳은살이 생기겠죠.
그리고 또 다른 만남들이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우리 엄마들은 기대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하루하루 살아요^^
감동입니다ㅜㅜ 저는 큰 아이를 돌도 되기 전에 어린이집에 보내서 이런 글을 보면 막 찔끔찔끔 눈물이 나요. 그래서 둘째는 이제껏 끼고 키웠나 봐요... 아이는 그만큼 훌쩍 자랑거에요. 화이팅^^
저도 유치원 보내기 전, 일년간 공동육아를 했었어요. 정말 잊지 못할 시간을 보냈고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었고요. 팔로우하고 소식 들을게요. ^^
스팀잇에서 공동육아 동지를 만나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공동육아 너무 좋죠. 엄마들도 친구가 생겨서 그게 큰 행복이에요.
스팀잇에도 좋은 엄마들이 많더라구요.
우리 이곳에서도 좋은 인연 만들어봐요~^^
네, 반갑고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