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장애 이야기 첫 번째 - 그 녀석 방문 전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dited)

 정확히 1년 1개월 전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내 생활은 모든 것이 그대로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나는 어디선가 이 얘기를 꼭 한번쯤은 하고 싶었다. 공황을 가진 사람에게도 그 분들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이다. 절대 공황이 걸려 보지 않은 사람은 공황에 대해서 조금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ㅎㅎ 그리고 웬만하면 그 경험은 하지 않는 게 좋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증상이 완화 되어 다섯 알이었던 약은 한 알로 줄었고, 초기엔 매순간 공황이 찾아 올까 불안했다면 지금은 이틀에 한 번 불안감이 들 정도로 미미한  편이다. 공황을 확정 받은 뒤로 1년 간 그것을 인정하고, 극복하려 노력하고, 약을 먹고 상담을 다녔던 나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한 1년을 공유하고 싶다. 

정확히 1년 1개월 전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내 생활은 모든 것이 그대로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 녀석이 오기 전  

 나도 공황이란 녀석이 오기 전까지는 그 증상이 어떤 것인지 너무 궁금했다. 녀석이 오기 전까지 내가 접할 수 있는 공황에 대한 이야기란 1)김구라님 2)이경규님 3)그 외 다수의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서 얘기하는 정도였다. 많이 관심을 받는 사람이 걸리는 연예인 병. 그들이 얘기하는 '죽진 않는데 죽을 것 같은 공포' 가 뭔지 너무 궁금했다.(이젠 쓸데 없이 아무거나 궁금해 하지 않는다.ㅋ) ‘저건 뭐 마음의 병이겠지. 긍정적인 생각만이 저걸 낫게 하겠지. 너무 오바하는 게 아닐까? 저걸 왜 못 치료해? 성격 드러운 사람만 걸리나 보네. 저렇게 쎈 사람들, 연예인들만 걸리는 걸 보면' 등등 가볍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분들께 죄송하고 가볍게 말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ㅎㅎ   

얘기하는 '죽진 않는데 죽을 것 같은 공포' 가 뭔지 너무 궁금했다 ‘저건 뭐 마음의 병이겠지. 긍정적인 생각만이 저걸 낫게 하겠지. 너무 오바하는 게 아닐까? 저걸 왜 못 치료해? 성격 드러운 사람만 걸리나 보네. 저렇게 쎈 사람들, 연예인들만 걸리는 걸 보면' 등등 가볍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분들께 죄송하고 가볍게 말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공황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거워 이하 '그 녀석' 이라고 칭하고 싶다. ㅎㅎ 그 녀석은 지난 해 설연휴 다음날 나를 찾아왔다. 그 녀석이 오기 1년 전부터 나는 나답지 않은 나를 종종 발견하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똑똑똑' 하고 그 녀석이 노크를 한 걸 내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것 같다. 그녀석은 나한테 증상이 발현되기 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 나 간다. 나 간다고~ 그러니까 조심해. 준비해'    

그 녀석 방문 1년 전, 첫 번 째 화가 자주 났다. 짜증 나는 상황, 억울한 상황, 당황스러운 순간 등 뭔가 감정의 변화가 느껴지면 심각하리만큼 가슴이 뛰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화가 났다. 근데 그게 너무 잦았다. 화가 나는 감정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체온이 순식간에 오르거나 갑자기 숨을 쉬기 어렵다거나 몹시 답답해졌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열이 오른 뒤에는 자기 전까지 계속해서 그 상황을 반복하며 내 자신을 괴롭혔다.    

 두 번 째, 비행기나 버스 등 갇혀 있는 공간, 그리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공간에 들어가면 불안과 공포가 증가 되었다. 혼자 미국으로 출장 가던 중, 문서를 보며 앉아 있는데 갑자기, 정말 갑자기 너무 갑갑하면서 비행기에서 뛰어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병헌도 비행기 이륙 시 처음 공황이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뒤로 시외 버스를 타면 내리고 싶고 창문을 깨고 싶다는 생각이 두어 번 들었다. 그럴 때마다 급하게 배가 아파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세 번 째, 목 뒤가 늘 뻐근하고 찌릿찌릿했다. 영양이 부족할 때, 피곤할 때, 뭔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생겼을 때 두통을 넘어 목 뒤가 팽팽해지면서 뻣뻣하게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스트레칭도 해보고 침도 맞아보고 한약도 먹어보고 했지만 잠깐 괜찮아질 뿐이지 별 소용이 없었다.  

지금에서야 안 거지만 저 세 가지 증상은 내가 쉬어야 한다는 걸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근데 나는 전혀 몰랐다. 그 때는 그것을 다 이겨내야 내가 뭔가 이뤄내고 성공하는 줄 알았다. 

'그 녀석 방문 1년 전, 첫 번 째 화가 자주 났다. 두 번 째, 비행기나 버스 등 갇혀 있는 공간, 그리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공간에 들어가면 불안과 공포가 증가 되었다. 세 번 째, 목 뒤가 늘 뻐근하고 찌릿찌릿했다. '지금에서야 안 거지만 저 세 가지 증상은 내가 쉬어야 한다는 걸 다방면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근데 나는 전혀 몰랐다. 그 때는 그것을 다 이겨내야 내가 뭔가 이뤄내고 성공하는 줄 알았다. 

 그 녀석 방문 전 나는 매일매일 열심히 살고 놀러 다녔다. 나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도 몰랐고(사실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몸을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지도 몰랐고 나에게 맞지 않는 Lifestyle을 억지로 내 자신에게 끼워 맞추려 한 것 같다.    

 그 때의 나는 스트레스는 사서 하는 스타일이었으며 나쁘게 *반추하며 내 자신을 괴롭혔다. 그리고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조금의 여유도 없이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고, 주말에는 집에 붙어 있지 않고 놀러 다녔고, 집에서도 전화영어를 하고 공부를 해댔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쉬고 있는 게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했다.    

 그 녀석은 내가 그렇게 내 자신을 돌보지 않는 걸 알고 나를 찾아왔다. 맨 처음 그를 봤을 때 나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났다. 나는 열심히 산 거뿐인데 왜! 그런데 그 녀석과 오래 얘기하고 그를 이해하려다 보니 그 녀석은 나를 살리러 온 거 였다. 많은 공황장애 글을 보면 공황장애는 살리려는 질환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은 나에게 생명의 은인과도 같다. 그 녀석의 방문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난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버려두며 계속 앞만 보며, 무리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다음은 그 녀석이 나를 어떻게 찾아왔는지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다. 

많은 공황장애 글을 보면 공황장애는 살리려는 질환이라는 얘기가 많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은 나에게 생명의 은인과도 같다. 그 녀석의 방문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난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버려두며 계속 앞만 보며, 무리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반추 하다 :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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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숨기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맞서는, 아니 긍정적인 원동력으로 바꾸시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응원합니다.
다음 글 기대하겠습니다^^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은 저도 반신반의 어디까지 얘길 해야하나 고민중에 있긴 합니다만.. 응원에 힘입어 최대한 솔직하게 써보고자합니다.

@autoluna1984님 안녕하세요. 개부장 입니다. @kyunga께 이야기 다 들었습니다. 세상사 다 그런것 아닐까요?. 힘든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일도 있대요! 기운 내시라고 0.6 STEEM를 보내드립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다는 말 너무 와닿네요. 그 말 덕에 저도 1년을 잘 버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녀석'에 대해 자세히 알았으면 좋겠어요 @홍보해

감사합니다. 그녀석을 낱낱이 파헤쳐 잘 얘기해 보겠습니다. •_•

@autoluna1984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minjirungee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네 감사합니다 초보라 이런 것도 있는지 처음 알았네요. 방문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_^

무척 공감가는 글입니다. 다음 이야기도 꼭 볼께요, 그리고 힘내세요

네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그 녀석 정말 무서운 녀석이군요.. ㅜ
회복을 응원하겠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하며 팔로우합니다~ ^^

ㅋㅋㅋ그 녀석은 온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조차 예사롭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팔로하러 가겠습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갑니다!

@위로해

째미 고마워요. 덕분에 속시원하게 제 생각을 적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ㅎㅎ

같이일하던 동료가 회사를 그만둔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유를 공황장애라고 들었었는데 공감해주지 못했던게 마음에 남았는데 이런 느낌이었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그 동료분은 충분히 위로가 되었을 것 같네요. -_-)b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빨리 완쾌하시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ㅜㅜ

재 친구도 공황장애를 겪고 있어서 몬가 걱정스럽네요

네 그 친구도 낫기 위해 어디선가 노력하고 있을 거 같습니다. 공황이라는 게 많은 사람이 겪지 않고 있는 터라 위로 받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친구분 좋으시겠네요 걱정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

의지로 모든게 해결되면 의사는 필요 없겠지요..
어려운 글 감사합니다.

네 저에게는 이 글을 쓰는 거 또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ㅎㅎ 아직 사회적인 편견들이 많아서요. 근데 스팀잇에 이런 글을 안 쓰면 어디가서 써야 하나 싶더군요 ㅎㅎ 감사하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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