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고수의 진한 향기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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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 입사한지 4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개발 및 배포를 하다가 문제가 봉착할때면 혼자서 해결 못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이십년 가까이 쌓인 아마존의 방대한 내부 시스템을 이해하는것이 너무 벅차고, 아직도 어둠속에서 벽에 손짚고 걸어가는 느낌을 받을때가 많다. 기저귀를 갈아주기를 기다리며 우는 아기마냥, 무기력하게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다.

우리팀에는 아마존에서 10년을 일한 엔지니어가 한분 계신다. 근속년수가 짧기로 유명한 아마존이라서, 보통 2년에서 5년 사이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렇게 오래된 경력을 가진 사람을 만나기는 상당히 어렵다. 사원증의 색을 보면 근속년수를 알 수 있는데, 파란색은 5년 미만, 노란색은 5년 이상 10년 미만, 빨간색은 근속년수가 10년이상, 20년 이하인 사람들이다. 우리팀의 초고수 아마조니언은 11년 경력이라서 뱃지가 빨간색이다. 실제로 지난 4개월 동안 빨간뱃지를 본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10년 이상의 경력자는 적어도 런던 오피스에서는 매우 희귀하다.

어쨌든 빨간뱃지를 장착한 고수 정글러가 계신 덕분에, 뭐 하다가 막히면 이분한테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 다 해결이 된다. 이분은 아마존에 들어오기 전에도 15년 정도 경력이 있었고, C, C++ 등의 언어부터 요즘의 언어들까지 모두 꿰뚫고 있다보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전반에 걸쳐서 모르는게 거의 없다. 사실 최근에 하도 귀찮게 해서 죄송스럽기까지 하다.

오늘도 내가 봉착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을 주시느라고 점심시간을 놓쳤다. 그래서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가게 되었는데, 궁금해서 물어봤다.

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르는것 투성이라서 걱정이 산더미입니다. 나름 15년차인데, 아마존 와서는 마치 어린애가 된 기분입니다.

고수: 다 그렇지요.

나: 고수님은 입사한지 4개월차때 어떠셨습니까?

고수: 저도 4개월차때는 거의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배우느라고 정신 없었지요.

나: 위로가 되는군요.

고수: 너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나: 지금은 모든걸 다 하실수 있으신 것 같은데, 남의 도움없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리셨나요?

고수님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연다.

고수: 흠.. 2년이 걸렸습니다.

나: 오... 2년...

고수: 네.. 2년이 걸렸어요. 혼자서 모든걸 해결하는것은 적어도 아마존에서는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 깨닫기까지 말이지요..

나: 아..... (큰 깨달음)

인생도처유상수라..
오늘도 고수에게 정글에서 밧줄 타는 법과 열매 따먹는 법을 배웠다. 토끼 잡는 법은 언제쯤 배울수 있을런지.
그리고 다짐한다. 어떤 위치에 올라도 항상 겸손하고 후발주자들을 이끌어주는데 인색하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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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평균 근속년수가 짧군요
절들맨 asbear 님은 후배님들 잘 이끌어 주실꺼 같아 안심입니다 ㅎㅎ

올패스님 안녕하세요! 근데 저도 이끌림 당하는 입장이라서요.. ㅎㅎ

마지막 한마디가 너무 감동적이네요.. "어떤 위치에 올라도 항상 겸손하고 후발주자들을 이끌어주는데 인색하지 말자." 언제 더 나아질지 모르겠지만, 저도 남에게 어느정도 조언을 줄 수 있는 위치가 된다면 꼭 명심해야 할 말인 거 같습니다. 좋은 내용 감사드립니다.

감동까지.... 과분한 리액션인데요. 기왕 해주신것..
감사드려요^^

좋은 선배를 만난다는 것, 부족함을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가진 15년차, 멋진 조직이군요^^! 계속 성장할 수 있는 환경조성 역시 조직 발전에 아주 중요해보입니다.

감사합니다. 경력이 쌓일수록 모르는게 있을때 인정하는것이 쉽지가 않네요. 열심히 마인드컨트롤 하고 있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직장, 가정, 인생 어디든 배움과 가르침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지나고보니 저보다 어리고 경험이 적은 사람들에게도 배울 것은 늘 있더라고요. asbear님도 빨간뱃지 선배에게 좋은 inspiration과 자극을 주고 있으실꺼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

그랬으면 좋겠습니다..ㅎㅎ 댓글 감사드립니다!!

같은 곳에 있는 듯한 대화 공유에 가르침을 얻었네요. 사회 생활과 조직 생활에서 꼭 알아야 할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공감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저도 기업들을 지원할 때, 아마존은 특히 신입엔지니어의 1~2년차 퇴사비율이 다른 테크기업에 비교해서도 훨씬 높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소위 열정에 불탄 신입엔지니어들을 갈아버리고 새로채워 넣는다고. 여러가지 "카더라" 추측 들은 많이 들었지만 진짜 이유는 궁금하군요. 아마존이란 큰 조직을 개인이 그것도 이직한지 얼마안된 개인이 벌써 아마존은 이런곳이다! 하고 자신있게 결론 내릴 수 없겠지만 소소한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일이 빡세서 그런것 같습니다^^ 경쟁적인 분위기도 한몫 할것 같구요.. 아직 뉴비라 좀더 다녀보고 이야기를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영국의 개발자 인터뷰과정은 미국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지도 궁금하네요.
또한, 평균 페이나 대우등도 궁금합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써주시면 재미 있겠네요.

2년이라.. 시스템을 배우는데만도 정말 오래 걸리네요. 아마존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하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스팀잇에서 해주시는만큼만 한다면 존경받고 사랑받는 선배로서 인정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응원합니다!

2년이나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받은만큼 잘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싶네요^^

두 분다 너무 멋지시네요..^^
2년이 지나 불가능함을 깨달았다고 말해주시는 고수분이나 그걸 듣고 겸손해야한다고 생각하는 asbear님이나 평범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생각은 아닌거 같아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다시 출발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 일지 전 상상도 못하겠거든요.ㅎ
그나저나 근속년수를 뱃지로 표현하는 건 참 신기하네요..ㅎ 처음 보는 문화라.^^

과찬이십니다..^^ 이렇게 사소한 저의 일상글도 읽어주시고.. 감사합니다. 근속년수가 짧아서 그런지..뱃지컬러가 주는 포스가 더더욱 남다릅니다. ㅎㅎ

@asbear님 안녕하세요. 하니 입니다. @julianpark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Cheer Up! 댓글이 많은걸 보고 궁금해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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