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뉴스( fake news)" 비판의 불편함

in #kr6 years ago

안녕하세요. 아직은 뉴비 @armdown 철학자입니다. (armdown은 '아름다운'으로 읽어주세요.) 오늘은 최근 1년 넘게 생각해 본 주제를 포스팅합니다.


요즘 특히 jtbc에서 많이 비판하는 것 같은데, 이른바 "거짓 뉴스"라는 게 있다고 한다. 영어로 fake news니까, 나는 "가짜 뉴스"나 "위조 뉴스" 정도로 옮겨야 그 뜻이 적절히 전해진다고 보는데, 아무튼 손석희 사장은 "거짓 뉴스"라고 번역해 사용한다. 이게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아마도 대충 판단하자면,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 위조 뉴스가 퍼져나갔고 그것이 트럼프의 당선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위조 뉴스는 또 다른 유행어(?)인 "대안 사실(alternative fact)"과 맞물려 당분간 위세를 떨칠 듯싶다.

나의 주장은 저널리즘 관련자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받아들여지기 어렵겠지만, 엄밀히 보면 "거짓 뉴스"와 구별되는 "진짜 뉴스"라는 게 있기는 한 걸까?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 아닐까? 물론 저널리즘에서 이상적으로는 '잡다한 사실'과 구별되는 '실체적 진실'이 있다고 말해 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상의 차원일 뿐이고, 현실에서 그 둘을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솔직히 많은 언론인이 '진실을 추구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토로할 때 실제로는 직업상의 방편으로, 말하자면 먹고살기 위해 언론 산업이 없어지면 곤란하니까, 그런 제스처를 취하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진실은 없고 해석만 있다. 어느 유명 철학자의 '이론'과 '설명'에 기대지 않더라도, 정말이지 진실은 없고 해석만 있다는 게 요즘처럼 절절할 때도 없다.

제도로서의 뉴스라는 건 왜 존재할까? 또한 어떤 조건에서 존재할까?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또는 지구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소식을 전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은 없다. 설사 그런 선의를 가진 언론인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항상 제도와 조건이 마련될 때만 실현될 수 있는 법인데, 그 바탕에는 자본주의와 욕망이 있다. 뉴스를 전후해서 깔리는, 또는 뉴스 중간에 개입하는, 저 광고들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자사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많은 지식 권력자들(인터뷰도 있고 칼럼도 있다)과의 상호 결탁만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대중 욕망에 부응하기 위해 동원하는 각종 뉴스 컨텐츠(때론 선정적이고 때론 과장되고 때론 폭력적인, 또는 이들 모두인)와 그 결과로서의 시청률만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뉴스는 각종 권력의 움직임을 전달하는 순수한 장소가 아니라 각종 권력을 조작하고 조직하는 상위 권력이다. 저널리즘의 이상은 최상위 권력에 도달하는 데 있다. 권력은 지니는 소유물이 아니라 생산하고 구성하는 힘이라는 니체의 설에 따르자면, 언론은 선출되지 않았는데도 그 스스로를 만들어 낸 현대의 최고 권력이다.

아이들이 때로 뉴스와 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리얼리티쇼는 '리얼리티'인가 '쇼'인가? '뉴스룸'은 '드라마 무대'와 어떻게 다른가? 스크립트와 편집은 어디에서 어디까지 진짜고 가짜인가? 나는 저널리즘이 취하는 페이크(그게 가짜건 위조건 다른 무엇이건) 제스처를 걷어낸 뒤, 자신이 "가짜 뉴스"가 아니라 "진짜 뉴스"라고 우기는 지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언론이 자신이 "진짜 뉴스"라는 걸 입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뉴스의 진실성 전부가 증발하기 시작한다. 이런 걸 제 무덤 파기라고 하던가? 착잡하면서도 별 힘 없는 내가 한심하다. 뉴스는 처음부터 가짜이고 위조이다. 진실은 없고 해석만 있다. 더욱이 사람들은 본래 페이크를 좋아하는 존재이다. (나는 도덕적 함의는 완전히 배제하고 이 글을 썼다.)

부기. 그럼 작금의 진짜 가짜 뉴스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라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뭘 어떻게 처리해. 형법과 민법을 통한 처리 말고 달리 수단이 있나?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걸 보고 듣고 싶은 걸 듣는 존재라니까!

또 하나의 부기. 가끔 포스트모더니즘의 상대주의가 이런 현상("거짓 뉴스의 만연")을 불러왔다고 분석하는 이들이 있는데, 헛소리다. (내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용어를 아주 싫어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어떤 이론이 상대주의를 주장한다고 해서 현실에서 상대주의가 만연하는 법은 없으니까. 아울러 내가 이런 분석 글을 적었다고 해서 본래는 진실을 전달하는 진짜 뉴스였던 게 가짜 뉴스로 바뀌는 일도 일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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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래서 저는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검색 엔진이 1차적인 언론의 형태 변경을 가져왔다고 봅니다. 뉴스 전달자로부터 뉴스 큐레이터나 해설자로 변한거죠. 그것이 초기 인터넷 도입기입니다.

수많은 대중들이 직접 정보 제작자와 소통하게 된 초대형 SNS, 거기에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마케팅 포인트로 실제 인물임을 인증하는 Verification이 섞이면서 이제 언론사들은 해설에서 나타나는 바이어스를 직접적으로 검증당하게 됩니다. 요 근래 있었던 팩트 체크라던가, 노 룩 취재라던가 하는 것들 말입니다. 전 이것이 언론이 다시 변해야 하는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암호화폐로 설명되는 탈중앙화된 시스템과 비가역적이고 투명하게 저장되는 블락체인이라는 변화를 언론은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새로운 언론의 패러다임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 봅니다.

애초에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으로 시작한 '뉴스'가 수많은 단계를 돌고 돌아 돌아오는 것이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투명한 직접 정보 전달이 된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이제 세상엔 아마 정보 생산자에게 정보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뉴스 브로커 정도가 남게 되지 않으려나요.

긴 댓글로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중에 더 긴 글로 포스팅할 주제이긴 합니다만, 제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동기와도 관련이 됩니다. 과연 뉴스라는 게 이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닐지, 가령 조만간 실현될 '커뮤니티스'가 등판하면 뉴스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주 관심이 갑니다.

스티밋과 kr 커뮤니티가 어떻게 발전할지도 관심이 가고, 자정 작용과 캘리브레이션 과정도 무척 흥미롭습니다. 헌비 분들의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아름다운'으로 읽으면 되는거였군요...
저는 군비감축, 그리고 반전에 대한 메시지인줄 알았네요...
그야말로 반전이네요.

하하, 反戰도 맞긴 맞습니다. 살짝 염두에 두고 있었거든요. farewell to arms~

좋은 글 감사합니다. 리스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잘 따라가며 배우고 있습니다.

한번 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글이네요.

이런 댓글 정말 환영입니다^^

인간은 폭력을 겪을 때만 진실을 찾는다는 들뢰즈의 말을 받아들인다면 의지의 대상으로서 진실은 존재하(해야)겠지요. 한편으로 언론권력이 자임하는 자의적 진실성과 그 반대편에 존재하는 상대주의의 함정을 모두 피하려면 모든 뉴스의 진실성은 잠정적이며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편린에 불과하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널리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본질이란 게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질문은 계속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만퍼 공감임다^^

진실은 없고 해석만 있다. 그 해석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관점이 달라지고, 관점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게 되겠지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그렇지요.
저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이라고 아이디 설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언론은 선출되지 않았는데도 그 스스로를 만들어 낸 현대의 최고 권력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서도, 대한민국에서도 대통령에 선출되면 언론장악부터 했었죠. 그리고 그 시너지 효과는 이미 입증되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 잘 읽었습니다. ^^

네, 언론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위해 혁신해야 할 근본 대상 중 하나입니다.

@thewriting님께서 리스팀하셨기에 보러왔다가,
공감하고 한번 더 되짚어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읽었습니다 :) 저도 리스팀하게 되네요. 잘읽었습니다.
@armdown님.

고맙습니다. 저도 팔로하면서 많이 즐기고 있습니다.

헛 이런 감사한일이.. 저두 이제 자주 찾아뵐게요 ! ㅠㅡㅠ

진실은 아니더라도 현상에 대해 잘 전달해 주는 기능만 하더라도 뉴스의 가치가 있을 것인데, 요즘은 의도적이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자극적인 기사들이 많아 참 안타깝습니다. 뉴스에서 진짜뉴스인지 가짜뉴스인지 진위여부를 가리는 모습도 참 넌센스 같기도 하구요. 약간은 어렵지만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해보고 갑니다 ^^

뭔가 생각 거리를 던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오늘날 뉴스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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