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과 은둔형 외톨이, 그리고 정의와 성장소설'

고전, 명작, 노벨이나 퓰리처 수상작은 언제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넬레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특히나 그러하다. 페이지 수가 많지만 한번 펼치면 끝까지 손을 놓지 않고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앵무새 죽이기를 정의하자면, 초등학생들이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사회적 시선,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사회의 정의란 무엇인지 깨닫고 한층 성장하는 성장소설이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주인공'스카웃'(초딩)과 친구들이 앨러배마주 메이컴의 한 마을에서 겪는 일이다. 스카웃의 아버지 '앳커스 핀치'는 변호사이며 매우 정의롭고 자녀들에게 모범적으로 생활한다.

어느날 '앳커스 핀치'는 강간누명을 쓴 흑인 '톰 로빈슨'을 국선변호하게 된다. 백인 변호사가 흑인 강간범을 변호한다는 이야기 이 작은 마을에서는 '앳커스 핀치'를 깜둥이 애인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최선을 다해 누명을 입증하지만, 마을의 배심원단은 흑인 '톰'에게 유죄를 선고한다. '톰'은 감옥에서 탈옥을 시도하다 비참하게 총살당하게 된다.

또 이 마을에는 '부 래들리'라는 은둔형 외톨이가 살고 있다. 스카웃과 친구들은 그가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여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 이런저런 장난을 친다. 마을 사람들은 '부 래들리' 역시 멀리하지만, 몇가지 사건을 통하여 스카웃과 친구들은 그가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앵무새 죽이기는 마치 하퍼리의 자서전 같은 느낌을 주며, 어려운 비유나 수사가 많이 등장하는 책은 아니라서 술술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동안 많은 감정의 동요를 일으켰다. '부'에 대한 아이들의 행동에서는 순수함을, '톰'의 재판과정에서는 불쾌함을, 너무 스포를 많이하는 것 같아 줄거리에서 생략했지만 '밥 이웰'의 행동에서는 분노의 감정이 일었다.

책에서 인상적인 인물은 '앳커스 핀치'이다. 주인공의 아버지인 그는 [정의로움] 그 자체라서 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 덩어리인 스카웃의 여러 질문에 성인군자, 도덕책처럼 대답하고 행동하는 그의 모습은, 나도 나의 자녀에게 비슷한 상황에서 저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마도 힘들겠지만, 노력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었다.

사실 리뷰를 쓰는 지금은 읽은지 시간이 꽤 흐른 뒤라 마지막 장을 막 덮을 때 느꼈던 강렬함을 표현하는 것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하지만 명확히 기억나는 것은 '역시 상받은 책은 언제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라는 생각이었다.

뒤늦게 쓴 리뷰라 개인적으로 리뷰의 내용이 좀 아쉽지만 제목과 첫 마디, 그리고 퓰리처 상 이라는 세가지 이유만으로도 스팀잇 이웃분들께서 꼭 읽어보셔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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