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게임

in #kr6 years ago

블리자드의 게임들을 하면서도 집에선 계속 다른 게임들을 하고 있었다. 대형 마트를 가면 꼭 가서 둘러보는 코너가 바로 게임 CD를 판매하는 코너였다. 당시 5천원부터 만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지만 디아블로의 정품 CD에 비하면 가격이 싼 편이었다. 가끔 주변 친구들이 새로운 게임 CD를 구했다며 자랑을 할 때면 빌려서 집에서 플레이를 하기도 했었다. 당시 게임들 중 몇몇 게임들은 CD의 내용을 그대로 복사하여도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들이 몇몇 있었다. 그런게 복사한 게임들을 다시 디스크나 CD로 복사하여 들고다니며 친구들에게 주고 널리 퍼트렸었다.

당시 기억에 남는 CD 게임 중에 ‘청소 반장’ 이라는 게임이 생각난다. 이름이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급에 청소를 해야하는 3명의 학생 중 한 명을 선택하여 걸래, 빗자루 모양을 한 괴물들을 물리치며 한 교실씩 청소를 하는 것이다. 대걸레 전문, 깨끗한 걸레 던지기 전문, 하나 더 있었는데 기억이 안난다.

그리고 그땐 바이러스를 조심하라며 인터넷에 해당 일에 접속을 하지 말라는 경고 문구들을 심심찮게 신문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또래 친구들과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 플레이를 위해 컴퓨터를 사용하였다. 어떤 이상으로 컴퓨터가 고장나는진 잘 모르겠지만 당시 이상하게도 1년에 한 두번 꼴로 운영체제가 부팅을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컴퓨터 기사를 불러 재설치를 받아야 했고 그 비용은 부모님께 꾸지람을 듣기에 딱 좋은 비용이었다. 적게는 1~2만원에서 크게는 3만원까지 다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영체제 새로 설치를 해주고 받았다고 생각하면 가끔 부럽기도 하다. 주변 친구들이나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재설치 정도는 공대생으로서 그냥 해주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그 컴퓨터 기사 아저씨들의 설치 CD에 어떤 패키지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각 아저씨들이 설치를 해주고 가면 언제나 깔끔해진 컴퓨터에는 새로운 게임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적어도 10개 이상의 게임들이 설치된 것들을 보곤 서로 친구들 집에서 뭐가 다른지 비교도 해보고 보통 싱글플레이를 하는 게임들이라 친구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은 당연히 ‘환세취호전’ 과 ‘삼국지 조조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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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세취호전은 호랑이, 고양이, 개 캐릭터로 보이는 세 명의 주인공이 이상하게 말도 안되는 개그성이 다분한 스토리를 따라 싸움을 벌이는 턴제 격투 RPG 게임이다. (게임에 대한 정확한 분류나 용어를 몰라 생각나는데로 적을 수 밖에) 레벨이 오르고 숨어있는 기술도 찾고 희귀한 아이템을 찾다가도 어느 순간이면 막바지에 도달하여 마지막 보스를 이기고 나면 끝나는 아쉬움이 많은 게임이다. 최근 1년 전에 이 게임에 대한 리뷰를 우연찮게 보게 되었는데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숨겨진 것들 혹은 감추어져 처음 플레이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전혀 찾을 수 없는 것들이 엄청 많았다. 캐릭터들의 방정맞은 표정과 몸짓들이 게임을 즐기는 내내 소소한 재미를 주고 개연성이나 스토리 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던 그 때 그나마 재미있게 여러 번 플레이를 하던 게임이었다.

삼국지 조조전은 정말 인생에서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플레이를 해보고 감회가 남다르다고 해야될까 정말 좋아했던 게임이다. 흔히 당시 또래의 여중고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남성 그룹의 팬픽을 썼다면 나는 이 게임을 보고 게임에 나오는 스토리를 따라 팬픽을 써볼까 생각해볼 정도로 관심이 많았던 게임이었다. 항상 이 게임의 후속작이 나오진 않을까 기대하기도 하고 몇 번이고 다른 게임을 하다가도 다시금 생각이 나면 플레이를 하던 게임이었다.

앞 부분의 대부분 스토리는 우리가 알고 있던 기존의 삼국지 내용을 바탕으로 시작하는데 결국 주인공이 조조이기때문에 마지막에 가선 그는 죽지 않고 삼국을 통일을 할 때까지 플레이를 하는 방식이다. 이도 마찬가지로 턴제 캐릭터 전투 방식 (이렇게 말하면 환세취호전이랑 구별이 안되는데 전투시 캐릭터를 체스말처럼 이동시킬 수 있는 게임이고 환세취호전은 단순히 포켓몬스터 게임처럼 상대가 한 번 공격하고 내가 한 번 공격하는 턴제 게임이다) 을 가진 게임이고 특별한 병과를 지닌 멋있는 캐릭터들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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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서량 기병’ 이라는 특수 병과를 가진 여포는 삼국지를 통틀어 누구나 좋아할만한 힘쎈 장군인데 이 게임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리고 적으로 등장하는 유비, 관우, 장비나 제갈량 등도 상당히 좋은 전투 병과에 속해 언제나 플레이어를 곤란하게 한다. 아마 내가 삼국지에서 조조를 가장 좋아하는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항상 많이 하시던 이야기가 제갈량과 사마의의 전쟁에서 펼치는 전술, 전략들을 설명해주시곤 했다. 그때마다 아무리 삼국지 책을 읽어도 저기 뒷편 종막에 나올법한 이야기들이었다. 어쩌다 보니 책을 읽어서 알게된 역사적 사실보단 게임을 하면서 받아들인 역사적 사실이 더 빠르게 흡수되었다. 물론 뒷편에 게임과 역사가 다른 부분이 많지만 충분히 내가 삼국지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적벽대전, 조조가 관심을 가졌던 장수 혹은 참모들, 힘겨웠던 전쟁들이나 위험의 순간들 등 역사는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진 것에 관심이 많지만 전쟁에 관한 것들은 확실히 많은 고증이 필요하고 인물들이 순간순간 어떤 판단과 결정을 하였는지를 알게 되면서 빠져들었다. 단순히 이 게임이 당시 전쟁 상황을 잘 묘사한 것이라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어린 나이에 볼 때는 중요한 몇몇 포인트는 집고 넘어주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의문이었다. 삼국지에서 전쟁만 하면 거의 이기는 조조가 왜 빠르게 통일을 할 수 없었을까?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제갈량이 등장하기 전의 조조이다. 그때가 그의 가장 전성기라고 생각하며 당시 강력한 원소를 무찌를 때 그의 대범함이 역사를 한 번 뒤흔든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몇 년전 모바일 게임으로도 나온 ‘삼국지 조조전’ 을 봤었는데 한 번도 플레이를 해보진 않았다. 한 번 시작하면 또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것을 짐작해서인지 여전히 게임은 그리우면서도 아직도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성격상 한 번 빠지면 앞뒤 안가리고 하는 성격이어서 잠도 못자면서 하게된다. 거기다 요즘엔 모바일 게임을 오래하면 손가락이나 손이 아파서 말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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