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입안에 꽃이 핀다
술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합니다.
꼬냑을 마시면 입안에 꽃이 피어난다.
꼬냑은 와인을 증류해 만든 술이다. 내게는 포도주보다 더 향기롭다. 너무 향기로워서 꼬냑을 먹을 때면 입에 꽃이 피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와인을 증류한 술의 정식 명칭은 꼬냑이 아니라 ‘브랜디’다. 프랑스 꼬냑(cognac) 지방에서 만든 브랜디만 꼬냑이라고 한다. 그래도 나는 고집스럽게 온갖 브랜디를 꼬냑이라고 부른다. 브랜디는 왠지 멋없고, 맛도 없어서다.
꼬오냑- 그 발음조차 얼마나 향기로운지
어디서 꼬냑을 마실 일이 있다면, 꼬냑 잔의 다리를 중지와 무명지 사이에 끼워 들고 “사실 꼬냑은 잘못된 말이야. 브랜디가 정확한 표현이지. 프랑스 샹파뉴에서 만든 발포성 와인만이 샴페인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랄까”라고 슬쩍 거드름을 피워도 좋겠다.
꼬냑 중에서도 ‘레미 마르땡(Remy Martin)’을 좋아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이 뛰어나다. 대중적인 등급인 VSOP(Very Superior Old Pale)만 해도 충분히 좋다. 꼬냑은 숙성 연도에 따라 VO(Very Old), VSOP, XO(Extra Old), Napoleon, Extra 등급으로 올라간다. 일반적으로 VSOP, XO를 많이 마신다.
흔히 “와인은 눈으로 한 번, 코로 또 한 번, 그리고 입으로 한 번, 이렇게 세 번 마신다”고 말한다. 레미 마르땡도 마찬가지다.
레미 마르땡은 짙은 호박색이다. 점도가 높다. 손에 쥔 잔을 원을 그리듯 돌리면 꼬냑의 증발이 빨라져 향이 더 깊어진다. 꼬냑은 눈물자국을 내면서 잔의 벽을 타고 천천히 흘러내린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비현실적이랄까, 환상적이랄까.
잔에 코를 박는다. 진한 꼬냑 향에 코가 마비될 것 같다. 술을 마신다. 술이 닿은 입술, 머금은 입이 뜨거워진다. 레미 마르땡은 40도다. 입에 넣은 술을 굴려본다. 향기롭다. 꿀꺽 삼키면 꼬냑 향이 식도를 타고 올라온다.
꼬냑을 제대로 마시려면 꼬냑 잔이 필요하다. 꼬냑 잔은 포도주 잔과 닮았는데, 다리가 짧다. 꼬냑 잔에 따라 꼬냑을 먹을 때에는 잔의 다리를 세 번째 손가락과 네 번째 손가락에 끼우고 손바닥으로 잔을 감싸듯 든다. 체온이 꼬냑을 데우면 꼬냑 분자의 움직임이 활발해져 향이 풍성해진다.
우울하거나 피곤할 때에는 레미 마르땡을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먹는다. 유리잔에 아이스크림을 눌러 남고 티스푼으로 가운데를 파낸다. 거기에 레미 마르땡을 채운다. 나는 이것을 ‘바닐라 마르땡’이라고 부른다. 달콤쌉싸름한 것이 인생의 맛과 비슷하다.
가입한지 얼마 안되 초보 뉴비 입니다. 도움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겟습니다..자주 뵈어요 화이팅
무언가 하나하나 깨달아 가는게 참 좋네요.
팔로우 하고 갑니다.
저두 술 참 좋아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가입한 지 얼마 안 되는 뉴비입니다. 화이팅입니다. 건강음주하세요!
진짜 한번 마셔보고싶네요!!
소주나 맥주냄새 때문에 전 레드와인만
마신답니다!!
모임나갈땐 가방에 챙겨가기두 하구요~^^
알코올 도수 40도라서 조금 독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아주 조금 홀짝이듯 드시면 자연스럽게 침과 섞여 드시기 수월할 겁니다. 그 편이 향과 맛을 음미하기에도 더 좋고요.
피곤할때 위스키 한잔씩 하는 저와 비슷하시군요.ㅋㅋㅋㅋ
크 위스키도 좋지요. 집술은 적당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습니다.
뭔가 저랑 비슷하시면서 다른게 묘한 동질감이....
아무리 맛있는 술이라도 딱 한잔만 마시고 나면 역해서 더 이상 마실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다가 작년 겨울에 Camus X.O를 마셔봤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술이 맛있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싱글 몰트들도 괜찮더라구요).
오 까뮈는 못 먹어봤는데 좋은가봅니다. XO라니 더 맛있겠네요. 언제 한 번 마셔봐야겠습니다.
저는 위스키가 좋아용 독하고 복잡한 그 맛...싼 것들도 좋지용 글렌모렌지 맥캘란 12 글렌피딕 글린리벳 쓰고 나니까 글렌 시리즈에 대한 욕망이군요.
좋죠 위스키 저는 맥캘란 12 좋아합니다. 블렌디드는 죠니워커 시리즈 좋아하고요. 글렌 욕망 ㅋㅋ 바람직한 욕망입니다.
오 술을 정말 좋아하시는 군요 우연히 글을 읽었는데 지식이 참 풍부하신거 같습니다.
술은 소주만 알고 잔은 소주잔만 아는 저로써는 참 좋은 글이네요~~ ㅎㅎ
꼬낙잔도 따로 있는줄 몰랐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팔로우하고 가요~~ ㅎㅎ
안녕하세요 ㅎㅎ 주 1회 정도 술에 대해 쓸 생각입니다. 종종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