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 너인 줄
갬성에 취해 쓴다. 이 글은 사실일 수도 허구일 수도 있다. 아마 그 중간 어디쯤일 것이다.
너인 줄 알았다. 똑 떨어지는 단발이, 하늘거리는 검정 원피스가, 어깨와 골반이 그리는 곡선이, 단화가, 가방이, 영락없이 너였다. 네가 나를 스치듯 지나 전철 앞칸으로 걸어갔다. 네가 이 시간에 전철을 탈 리가 없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의 집에서 자는 날이면, 너는 새벽에 일어나 내 셔츠를 다리곤 했다. 잠이 덜 깬 내가 “어제 다려 입고 나온 거야. 그냥 입어도 돼”라고 하면 너는 “남자는 구겨진 셔츠 입으면 안 돼”라면서 계속 다리미질을 했다.
그럴 때면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는 셔츠 팔통에 주름이 안 잡히게 다리는 게 어려운데, 당신은 잘 하신다면서 뿌듯해하셨다. “남자가 셔츠 구겨 입으면 없어 보인다”고도 하셨다. 나도 다리미질 잘 하는데.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됐을 무렵 같이 티비를 보다가 나는 엉엉 우는 꼴을 네게 보이고 말았다. 가수 인순이가 ‘아버지’를 불렀는데 뜬금없이 엄마 생각이 났다. 도입부 내래이션에서부터 눈물이 터졌다. 그때 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안아줬다.
그리고 얼마 뒤, 너는 몇 번 주저하다가 “나 너한테 얘기했던 것보다 더 나이가 많아. 너보다 6살”이라고 말했다. 나는 괜찮다고 별 상관 없다고 말했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내가 너무 담담해서 네가 좀 서운해 했던 것 같다.
같이 걸을 때 내가 손깍지를 끼면 너는 손을 풀었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한 발짝쯤 떨어져서 걸었다. 나는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 약품을 많이 만져 거칠어진 손이 네 컴플렉스였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내가 너를 잘 몰랐다는 걸, 너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걸, 너와 헤어지고야 알았다. 너를 소개해준 나의 친구가 말했다. “좋아하기는 했어? 누나가 그러더라 ‘걘 나랑 있을 때 음악 얘기만 했어’라고. 누나에 대해서는 거의 안 묻고.”
나는 “잘 모르겠어. 좋아하기는 했는데.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어”라고 대답했다. 나는 우리가 어차피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친구가 “너랑 헤어지고 누나 한동안 많이 울었대”라고 했다. 그 말이 오래 맴돌았다.
다시, 전철 객실 간 창문으로 너인지, 네가 아닌지 알 수 없는 단발머리를 봤다. 가서 너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너면 어쩔 건지, 무슨 얘기를 할 건지 대책도 없이. 그때 전철 출입구가 열렸다. 우르르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갔다. 네가 사라졌다.
아! 이 갬성!!
투 머치 갬성...
나 지금 울 거 같다...
흑흑...
가끔 올려주시는 갬성글 좋아요..!
오늘은 약간 아리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잠깐의 망설임, 주저함으로 내 삶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갬성터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투 머치 갬성이 아니었나 걱정했는데... 잘 읽어주셨다니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아...!!
비슷한 경험 한 적있는데..
가슴철렁? 심장두근.? 그리곤 안도..
안도... 안도로 끝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 빠박머리 나쁜놈아~~~ ㅠㅠ
ㅋㅋㅋㅋㅋ 갬성에 빠져있었는데 갑자기 훅....
아... 저거 쓸 때 너무 감정이입되어서. ㅋㅋㅋ
헉
그 여자분은 많이 울고 또 다른 좋은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기를요...
예 그럴 겁니다^^
이걸 그 분이 들으면 마음이 찢어지겠어요 ㅠㅠ
ㅠㅠ
갑자기 옛 생각에 잠이 다 달아나네요.....
ㅠㅠ
하...
처음에는 이거 와이프분이 보면 어찌하나 생각하다가(-ㅁ-)
갬성에 푸욱....추억에 푸우욱...
픽션이니까요...^^